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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만에 몸짱 만드는 운동, 그런 건 없습니다"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이상원의 소소리더십(37)

작년 여름 『몸이 전부다』라는 책을 낸 뒤 많은 사람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다. 대부분이 바쁜 일상 속에서 건강하고도 멋진 몸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것이다.

나는 피트니스센터에 등록하지 않고 집에서 맨몸이나 간단한 도구를 사용해 운동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 직접 테스트도 해 봤다. 많은 책과 동영상,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도 활용해 봤다.

이 과정에서 ‘맨몸운동’, ‘홈 트레이닝’ 등에 대한 관심이 생각보다 무척 높다는 사실, 이미 훌륭한 성과를 내 유명해진 사람도 많다는 사실 등을 알게 됐다. ‘맨몸운동러’, ‘홈트족’ 등의 신조어도 배웠다. 반면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함부로 퍼 나르면서 시행착오와 함께 다치는 경우도 봤다.

가장 효과가 좋고 많은 사람에게 추천했을 때 반응 또한 긍정적인 앱이 있었는데, 외국에서 개발해 한국어 서비스가 되지 않아 불편했다. 본사에 문의하려고 알아보던 중 흥미로운 사실 한 가지를 알게 됐다.

축구선수로 못다 이룬 꿈을 맨몸운동 전도사가 되어 펼쳐나가고 있는 안준영 씨. [사진 이상원]

축구선수로 못다 이룬 꿈을 맨몸운동 전도사가 되어 펼쳐나가고 있는 안준영 씨. [사진 이상원]

어떤 한국인이 아시아인 최초로 회사 정식 모델로 선발돼 독일 뮌헨에 있는 그 회사 본사에서 활동 하다 지금은 귀국했다는 것이다. 블로그를 통해 알아보니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축구선수로 뛰다가 졸업 후 평범하게 직장생활을 하던 중 맨몸운동 ‘프리레틱스’에 반해 독일로 무작정 떠났다는 예사롭지 않은 사연의 소유자였다. 맨몸운동 전도사 안준영(34) 씨를 만나 그 전과 후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프리레틱스’에 대해 모르는 분이 많으니 간단하게 소개한다면?
독일 뮌헨 공대 학생들이 개발한 맨몸운동 애플리케이션입니다. 유산소, 근력증대 등 운동목적과 본인의 능력에 맞게 난이도를 조절해 다양한 운동을 할 수 있습니다. 2014년 직장생활을 하면서 헬스와 크로스핏 등의 운동을 즐기다가 알게 됐는데, 완전히 반했어요.

부상의 위험도 없고 체지방 제거, 근력 향상 등의 효과가 뛰어나더라고요. 인터넷에 ‘15일 만에 몸짱으로 만들어 주는 기적의 운동’으로 소개되지만 다 근거 없이 자극적으로 하는 얘기입니다. 세상에 그런 운동이 어디 있겠어요. 앞뒤 자르고 막 퍼다 나르는데 조심하라고 조언해 드리고 싶습니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면서까지 독일로 떠난 이유는 무엇인가?
관심이 생겨 알아보니까 흥미로운 점이 많더라고요. 당시 프리레틱스 운동이 한국에 소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할 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어요. 홈페이지가 있기는 했지만 여러 가지로 부족한 점이 많았지요. 그 운동을 배우고 싶기도 하고 관련된 일을 하고 싶기도 해 회사를 그만두고 독일로 떠났지요. 축구선수로 못다 이룬 꿈을 다른 운동 분야지만 이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독일로 떠나(왼쪽) 혼자 외롭게 운동하던(오른쪽) 시절의 안준영 씨. [사진 이상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독일로 떠나(왼쪽) 혼자 외롭게 운동하던(오른쪽) 시절의 안준영 씨. [사진 이상원]

다소 무모한 선택이 아니었는지?
당시 다니던 회사에서도, 친구들도 모두 미쳤다고 했어요. 그러나 정작 저는 아무렇지도 않았어요. 어릴 때부터 모험심이 있는 편인 데다 13년 동안 축구선수로 뛰면서 기른 체력과 마음가짐이 영향을 줬던 것 같아요. 가족들도 하고 싶은 대로 해 보라며 용기를 줬고요. 물론 준비도 부족했고 대책도 없었는데 운이 좋았지요. 지금 다시 하라고 해도 같은 선택을 할 거예요.

독일에 가서 바로 좋은 기회를 잡았나?
바로는 아니고요. 한국식당에서 일하면서 운동도 열심히 하고 계속 프리레틱스 본사의 문을 두드렸는데 반응이 없었어요.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그 회사도 설립 초기라 그런지 그다지 체계적이지 않았어요. 이것저것 모두 알았더라면 아마 시도조차 안 했을 것 같아요.

어쨌든 1년이 다 되어 갈 때쯤 회사에서 모델을 뽑는다는 공고를 냈어요. 저의 경력과 몸 상태, 프리레틱스 운동 경력 등을 제출해 선발이 됐지요. 3명 뽑혔는데 기존 모델들을 포함해 제가 유일한 아시아인이었어요. 바로 계약하고 사진과 영상 촬영도 하는 등 모델로 활동했지요. 개인 블로그 등에 모든 공식자료를 사용해서 홍보해도 좋다는 약속도 받았고요. 한국이나 아시아에서 문의가 올 경우 저에게 연결을 시켜준다고까지 했어요.

아시아인 최초로 독일 프리레틱스 모델로 선발되어 활동할 때의 안준영 씨. [사진 이상원]

아시아인 최초로 독일 프리레틱스 모델로 선발되어 활동할 때의 안준영 씨. [사진 이상원]

회사의 공식 모델이 되고 나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변화는?
일단 그렇게 연락해도 반응이 없던 회사에 편하게 드나들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좋았어요. 그밖에는 역시 사람들이 알아보는 것이 좋더라고요. 공원 등 오프라인에서 같이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을 ‘프리레틱스 스팟’이라고 하는데 지역마다 여러 군데 있어요. 그 전에는 그냥 같이 운동하는 동호인 같은 느낌이었는데, 모델이 되고 나서 영상도 나가고 하니까 사람들이 알아보더라고요. 운동에 대해서도 물어보고, 같이 사진 찍자는 요청도 많았고요.

한국 블로그에도 소식을 올렸더니 반응이 뜨거웠어요. 한국어 서비스가 안 되어 불편을 느끼던 사람들이 많았는데 저에게 많이 물어보고 요청하고 그랬죠. 제가 다 모아 본사에 전달해 주고 했습니다.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 계기는?
계약을 연장해 독일에 계속 있을 수도 있었는데 본사에서 모델을 계속하는 것보다는 한국으로 돌아와 좋아하는 맨몸운동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을 했어요. 목표로 했던 운동도 제대로 많이 배웠고 공식 모델 타이틀도 가졌으니까요. 블로그, SNS 등의 채널을 통해 좋은 제안을 받기도 합니다. 프리레틱스 본사에 여러 사업 제안도 하면서, 프리레틱스에 한정되지 않고 맨몸운동의 활성화를 위해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맨몸운동이 사실 시도하기는 쉽지만 꾸준히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는데?
원래 운동능력이 있거나 특별히 간절함이 크지 않다면 보통 사람이 집에서 혼자 꾸준히 하기가 쉽지 않죠. 스마트폰 앱의 도움을 받으면 조금 낫기는 하지만 효과 있는 앱은 대부분 유료서비스라는 아쉬움도 있고요.

앱으로 운동하면서 오프라인에서 모여 함께 운동하면 더 효과가 있을 텐데 여러 사정상 여의치가 않습니다. 그러나 불경기로 인해 시간이나 경제적인 사정이 여의치 않기 때문에 맨몸운동에 대한 관심은 앞으로 점점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5G 서비스 등 스마트폰 환경이 더 좋아짐에 따라 유튜브 등 영상 콘텐츠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은 좋은 기회죠.

맨몸운동 전문가들이 체계적으로 안내해 주는 무료 앱 서비스와 오프라인에서 모여 함께 운동하는 프로그램이 접목될 수 있다면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맨몸운동으로 효과를 보기 위해 이것 하나만은 꼭 기억하라고 조언한다면?
멋진 사진을 붙여놓고 ‘이번 여름에는 반드시!’라고 급하게 결심하거나, 다른 사람과 경쟁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지쳐서 실패할 가능성이 큽니다. 앞으로 남은 인생을 건강하면서 보기에도 적당히 좋은 몸으로 살겠다는 여유 있는 마음으로 ‘어제의 나’와 경쟁하세요.

이상원 밤비노컴퍼니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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