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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법’ 통과…임종석·조국 국회 출석 합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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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이 진통 끝에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사업주와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이어서 ‘위험의 외주화 방지법’으로 불린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던 고 김용균씨의 사고를 계기로 ‘김용균 법’으로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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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이날 환노위 전체회의와 본회의를 잇따라 열어 산안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는 본회의장 뒤편에서 법안 통과 모습을 내내 지켜봤다. 산안법이 처리되자 김씨는 고개를 연신 구부리며 “고맙습니다”라고 작게 말했다. 김씨는 “정말 꿈만 같다. 응원하고 믿어주신 분에게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아들 김용균씨에겐 “용균아, 아들아. 엄마가 너한테 갈 때는 너에게 조금 덜 미안할 거 같아. 아직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이 많은데 엄마 조금이라도 봐줘”라고 했다.

개정안은 위해하고 위험한 물질을 취급하는 업무에 대한 사내도급을 전면 금지했다. 다만 일시적·간헐적 작업이나 수급인이 보유한 기술이 사업 운영에 필수불가결한 경우에는 고용노동부 장관의 승인을 얻어 도급할 수 있게 예외조항을 뒀다. 이런 업무일수록 전면 금지하면 안전에 역효과가 날 수 있어 전문업체에 맡기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전문 강소기업의 줄 도산과 전문 숙련인의 실직 우려도 고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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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도급인)이 책임져야 하는 사업장 내 시설과 장소도 경영계 입장을 반영해 조정했다. 국회는 ‘도급인이 지배·관리하는 곳으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장소에 한해’ 책임을 지도록 정부안을 수정했다. 안전·보건 조치를 위반하면 도급인과 소급인을 모두 처벌한다. 다만 정부 안(5년 이하 징역, 5000만원 이하 벌금)보다 낮은 3년 이하 징역과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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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사망사고가 나면 현행대로 원청의 사업주는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을 물린다. 대신 법인에 10억원 이하 벌금을 물릴 수 있게 하고, 5년 이내에 동일한 사망사고가 나면 그 형의 50%를 가중처벌하는 내용을 신설했다. 당초 정부는 사망사고가 나면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으로 처벌 하한선을 두면서 수위를 높였었다.

국회가 정부 안보다 처벌 수위를 낮춘 것은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상죄(5년 이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보다 높은 처벌을 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의원은 “법인에 부과하는 1억원 이하 벌금을 정부 안대로 10억원 이하로 10배나 상향했다. 따라서 자연인인 도급인에 대한 처벌은 다소 낮춰도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에 대한 작업중지명령 조항도 수정됐다. 정부는 ‘중대 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에 재해가 재발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거나 산재 예방이 불가피하면 고용부 장관이 해당 사업장에 작업 중단을 명령할 수 있다’는 조항을 만들었다. 그러나 작업 중지 요건이 모호하고 추상적이어서 남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작업중지명령은 ‘산업재해가 다시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로 한정했다. 또 전체 사업장 대신 중대재해가 발생한 작업에 대해서만 작업중지 명령을 할 수 있게 제한했다. 기업이 강하게 반발했던 물질안전보건자료 공개도 없던 것으로 했다. 임우택 경총 안전보건본부장은 “기업 경영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전면 작업중지나 영업기밀 공개와 같은 조항이 삭제돼 그나마 뇌관은 제거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여야는 운영위 문제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국 수석의 출석으로 합의되면서 김용균 법 처리를 비롯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등 6개 비상설특위 연장, 김상환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에 줄줄이 합의했다. 이학재 의원의 바른미래당 탈당으로 불거진 정보위원장직을 둘러싼 야당 간의 갈등도 위원장직을 바른미래당에 양보하면서 일단락됐다. 다만 ‘유치원 3법’은 여야 이견을 좁히지 못해 패스트트랙 처리 절차를 밟게 됐다.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되면 해당 법안은 일정 기간(최장 330일)이 지나면 상임위 심의·의결을 거치지 않고 자동으로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다.

또 1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던 공공부문 채용 비리 국정조사 계획서는 다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윤성민 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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