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10시 북한 개성 판문역. 남북 ‘동ㆍ서해선 철도ㆍ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에서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 남측 주요 내빈들을 맞았다. 남북 주빈 12명이 환담장에서 약 20분 가량 비공개로 대화를 나눴다. 환담을 주도한 건 이 위원장이라고 한다.
비공개 자리에선 대화 주도 #공개 행사장선 거의 침묵 지켜 #남측 '냉면 막말' 논란 의식한 듯
한 참석자에 따르면 그는 김현미 장관에게 “날씨가 추운데 왜 모자를 쓰고 오지 않았느냐”고 물었고 김 장관은 “머리도 눌리고”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러자 이 위원장은 “남측 분들이 안 썼는데 우리도 안 쓰는 게 예의에 맞는 것 같다”며 방강수 민족경제협력위원장 등 북측 일행 5명에게 일제히 털모자를 벗자고 해 다 같이 벗었다. 착공식이 열린 판문역은 역사 외엔 허허벌판이어서 바람이 불며 무척 추웠다고한다.
이 위원장은 “날씨가 어제까지 따뜻했는데 오늘부터 날씨가 춥다”며 “(착공식 관련해) 남북 간에 넘어야 할 일이 많은 것 같다”고도 말했다. 이어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철도ㆍ도로 연결은 남북이 함께 가는 의미가 있고 오늘 참여한 분들은 철로를 잇는 데 뒷받침해야 한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이에 조 장관이 “평창 올림픽 때 성화봉송 (남북) 단일팀이 봉송 길이 가팔랐지만 함께 해서 힘든 게 없었다고 말한 게 인상적이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 등은 착공식이 시작하자 털모자를 벗은 채 환담장을 나와 단상으로 이동했다.
이 위원장은 이후 공개된 행사장에선 말수를 크게 줄였다. 지난 9월 평양 정상회담 당시 옥류관에서 남측 재계 총수들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갑니까”라고 말해 ‘냉면 막말’ 논란을 불렀던 장본인이 이 위원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참석자는 “조명균 장관과 이선권 위원장이 마치 짠 것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며 “특히 이 위원장은 냉면 막말에 대한 남측의 분위기를 의식해서인지 공개된 행사에선 거의 침묵을 지켰다”고 귀띔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이 위원장은 착공식 때 주빈 단상에만 있다가 행사가 끝난 후 퇴장한 게 전부였다”며 “남북 관계를 다루는 다른 북측 인사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측의 축사를 들어보니 (대북 제재가 공고한) 국제사회 분위기를 잘 모른다는 느낌이 든다”며 “앞으로 갈 길이 멀게 느껴졌다”고 소회를 전했다.
이날 김 장관 등과 함께 방북했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오찬에서 “철도가 빨리 이어져서 (시속) 120㎞ 정도로 달릴 수 있는 철도를 만들어 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서울역에서 특별열차를 타고 올라간 남측의 착공식 참석자들은 ‘서울↔판문’과 함께 운임이 1만4000원으로 적혀 있는 기념 승차권을 받았다. 백민정 기자, 개성=공동취재단 baek.min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