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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호의 사이언스&] 은하수 어딘가엔 살고 있다…외계인 찾기 어디까지 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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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외계 지적 생명체를 찾는 미국의 민간연구소 SETI가 운영하는 앨런 망원경 집합체. 캘리포니아 북동부의 산악지대에 직영 6.1m 짜리 전파망원경 42대가 설치돼 있다. 은하계 어딘가 있을 지구형 행성에서 오는 인공 전파를 찾고 있다. [사진 SETI]

외계 지적 생명체를 찾는 미국의 민간연구소 SETI가 운영하는 앨런 망원경 집합체. 캘리포니아 북동부의 산악지대에 직영 6.1m 짜리 전파망원경 42대가 설치돼 있다. 은하계 어딘가 있을 지구형 행성에서 오는 인공 전파를 찾고 있다. [사진 SETI]

미국 캘리포니아 북동부 라센화산국립공원 끝자락 햇크릭 지역. 해발 986m의 고지대에 펼쳐진 들판에 직경 6.1m의 전파망원경 42대가 일제히 한 방향을 주시한다.‘앨런텔레스코프어레이’(ATA: Allen Telescope Array)라는 이름의 군집 전파망원경이 주시한 곳은 지구에서 약 2억7400㎞ 떨어진 태양계 내 우주공간. 길이 400m 폭 40m의 길쭉한 시가 모양의 천체, ‘오무아무아’(Oumuamua)를 관측하기 위해서 였다. 하와이어로 ‘저 멀리에서 최초로 도착한 메신저’라는 뜻의 이름이 붙여진 이 물체는 태양계 밖에서 사상 처음으로 진입한 성간(星間) 천체였다. ATA 전파망원경을 운영하는 곳은 미국 SETI연구소. 외계의 지적 생명체 탐사(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를 위해 1984년 설립된 민간연구소다.

미국 SETI 1984년부터 전파탐사 #외계행성에 지적 생명체 있다면 #전파망원경으로 파악할 수 있어 #2009년 발사된 케플러우주망원경 #은하 속 외계행성 2600개 찾아내 #지구 꼭 닮은 케플러-22b 발견도

지난 4일(현지 시간) SETI연구소의 게리 하프 박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오무아무아를 관측했지만 어떤 전자파 신호도 없었다”면서도 “우리의 관측 결과는 오무아무아가 자연적으로 생성된 것이 아닐 가능성을 단정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정체를 밝히는 데 있어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며 애매한 미련을 남겼다.

태양계로 처음 진입한 성간 천체 오무아무아. [사진 ESO·NASA]

태양계로 처음 진입한 성간 천체 오무아무아. [사진 ESO·NASA]

오무아무아는 올 한 해 세계 천문학계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대표적 천체였다. 하버드 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의 에이브러햄 러브 교수 연구팀이 지난달 발표한 논문이 대표적이다. 러브 교수는 이 논문에서 오무아무아가 단순한 소행성이나 혜성이 아닌 외계 우주선과 같은 인공 구조물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오무아무아는 궤도도 특이했지만, 태양을 지날 때 일반적인 현상처럼 속도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으나, 반대로 속도가 빨라지는 등 독특한 움직임을 보였다. 연구팀은 오무아무아가 태양에서 나오는 광자를 연료삼아 비행하는 외계 고등생명체의 우주선일 가능성도 있다고 추측했다.

우주망원경 케플러. [사진 ESO·NASA]

우주망원경 케플러. [사진 ESO·NASA]

외계 생명체를 찾기 위한 인류의 관심과 노력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우주에는 지구만이 유일하게 생명체가 사는 곳은 아니라는 확신이 커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외계 생명체를 찾기 위한 지구인의 노력 중 대표적인 것을 꼽으라면 SETI연구소와 케플러 우주망원경 등을 들 수 있다. 최근 태양계를 벗어난 탐사선 보이저 1·2호에도 한국어를 포함한 세계 55개 언어의 인사말, 세계 각국의 민속 음악, 지구 자연의 모습을 담은 사진 등을 실었다. 먼 훗날 언젠가 만날 수도 있는 외계 지적 생명체를 위한 것들이었다.

SETI는 애초 미국 정부의 후원을 받는 국가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다는 이유로 정부 지원이 중단됐다. 이후로는 개인과 기업·대학 등의 지원으로 연구를 근근이 이어가고 있다. SETI는 ATA 등 세계 곳곳의 전파망원경이 수신한 전파 신호 속에서 외계 지적 생명체가 보낼 수 있는 인공적인 전파를 찾고 있다.

하지만, 지금껏 단 한 차례도 성공하지 못했다. 왜일까. 드넓은 우주에서 지적 생명체는 지구 인류 뿐일까. 천문학자들은 35년이란 세월은 인류가 우주를 탐사하기에는 너무도 짧은 시간이라고 말한다. 태양계와 가장 가까운 센타우르스 자리 조차도 4광년 이상 떨어져 있어, 지구에서 쏜 전파를 그곳에서 확인하고 바로 답을 준다고 해도 8~9년이나 걸린다.

SETI는 애초 외계로 전파를 보내고 또 받는 ‘소통’(communication)의 방식을 쓰고자 했지만, 이런 방법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는 우주에서 지구로 오는 전파를 찾는(search) 방식으로 바꿨다. 하지만 이 또한 넓은 우주 모두를 대상으로 할 수 없는 만큼 지구와 유사한 행성 후보를 집중적으로 탐색하는 것을 전략으로 삼고 있다.

이창원 한국천문연구원 전파천문연구그룹장은 “수십 수백광년 이상 떨어진 별의 행성에서 인공 전파를 쏜다 하더라도 그 힘이 미약해 지구에서 포착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2009년 한국천문연구원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등이 ‘SETI 코리아’라는 이름으로 외계 지적 생명체 탐사를 시도한 적이 있었다. 천문연이 연세대와 울산대·탐라대에 설치한 직경 21m 전파망원경 3대의 관측 데이터를 제공하고, KISTI가 이를 받아 SETI프로젝트에 참가하는 사람들에게 데이터 분석을 나눠주는 형태였다. 하지만 데이터 호환 등의 기술적 문제가 얽히면서 1년만에 중도하차하고 말았다.

2009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쏘아올린 케플러 우주망원경의 주 임무는 태양계 밖의 다른 항성 주위를 돌고 있는 지구형 행성을  찾는 것이다. 그간 인류가 찾아낸 외계행성의 70%인 2600여개의 외계행성을 케플러 우주망원경이 찾아냈다. 이를 통해 우리 은하의 모든 별이 적어도 한 개 이상의 행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태양계 밖의 다른 세계에 대해서도 눈을 뜨게 됐다. 케플러는 지난 10월 말 연료고갈로 공식 퇴역했다. 이제는 지난 4월 발사된 테스 우주망원경이 케플러의 뒤를 잇고 있다.

케플러 찾아낸 행성 중 케플러-22b를 비롯해 10여개는 생명체가 거주할 수 있는 이른바 ‘골디락스 영역’(Goldilocks zone)에 위치해 있는 지구 크기의 암석형 행성으로 밝혀졌다. 2011년 발견된 케플러-22b는 지구에서 600광년 떨어져 있고, 지구보다 2.4배 크며, 태양과 같은 항성의 주위를 290일 주기로 공전하고 있었다. 지구처럼 물이 있을 가능성이 크고, 표면 온도가 춥지도 덥지도 않은 섭씨 22도쯤 돼, 생명체가 있을 가능성이 큰 곳으로 분석됐다. 당시 미국 천문학자 제프 마시 UC버클리대 교수는 NASA의 발표에 대해 “집(지구)과 비슷한 별을 찾으려는 인류의 획기적인 발견”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드레이크 방정식

드레이크 방정식

지구형 행성이라 하더라도 과연 생명체가 존재하는 곳이 있을까. 이런 궁금증이 들 때 쓰는 공식이 있다. SETI연구소를 만든 프랭크 드레이크 박사의 ‘드레이크 방정식’이다. 우리 은하 안에 존재하는, 지구와 교신할 가능성이 있는 외계 지적 생명체의 수를 계산하는 방정식으로, ‘N=R*XfpXneXflXfiXfcXL’로 표기한다.

여기서 N은 우리의 은하계 속에서 탐지가 가능한 문명의 수다. R*은 은하계 속에서 1년 동안 탄생하는 항성의 수이며, fp는 그 항성이 행성을 갖고 있을 비율이다.  ne는 항성에 속한 행성들 중에서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행성의 수, fl은 그 행성에서 실제로 생명이 발생할 확률, fi는 그 생명이 지적 문명체로 진화할 확률, fc는 그 지적 생명체가 다른 천체와 교신할 수 있는 기술문명을 발달시킬 확률을 가리킨다. 마지막으로 L은 그런 지적 문명체가 존속할 수 있는 기간이다.

이영웅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드레이크 방정식은 관측을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답을 찾아낼 수 있는 공식은 아니지만, 우리 은하계 내에 지적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을 논리적으로 추측해볼 수 있다는데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칼 세이건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콘택트’의 포스터. [사진 ESO·NASA]

칼 세이건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콘택트’의 포스터. [사진 ESO·NASA]

그렇다면, 우리 은하와 또 은하 밖의 수많은 은하에 존재할 외계 지적 생명체와 지구 인류가 만날 수 있을까. 명저 『코스모스』(1980)의 저자 칼 세이건은 그의 책에서 “지구가 태어난지 벌써 수십억년이 지났다. 그동안 외계 문명권으로부터의 지구 방문이 단 한 건도 없었다고 믿기에는 지구의 나이 45억년은 너무 길다”라고 적기도 했다. 그런 그의 상상력은 그가 남긴 유일한 SF소설 『콘택트』(1985)와 이를 영화화한 동명의 작품(1997)에 그대로 구현돼 있다.

하지만 칼 세이건의 상상과 별개로 현대 과학자들은 지구 인류가 외계 지적 생명체와 만날 수 있을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한다. 빛의 속도로 날아도 최소 수년에서 길게는 수십억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그런 긴 시간의 한계를 넘어 다른 외계 문명간 실제로 만날 수 있는 방법은 현대 과학 하에서는 불가능하다는 진단이다.

외계인이 있다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그간 인류는 그런 만날 수 없는 외계인을 상상 속에서 수없이 그려왔다. SF영화 속 외계인은 곤충이나 문어의 형상에서부터 인간과 유사한 모습 등 다양하다.

우종학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눈이 하나가 아닌 2개라야 거리감을 느낄 수 있고, 3개라면 뇌가 시각정보를 처리하는데 지나친 에너지를 쏟을 수 있다고 생각해볼 수 있다”며 “지구와 비슷한 조건의 외계 행성 속에 생명이 움트고 고등 생명체로까지 진화한다면 인류와 비슷한 모습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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