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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던진 돌에…연말 증시에 몰아친 한파, 코스피 2000 위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 증시에 한파가 몰아쳤다. 코스피 2030선이 무너졌다. 2000선도 위태롭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몰고 온 한랭 전선이 쉽사리 걷히진 않을 분위기라서다.

26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과 비교해 27포인트(1.31%) 내린 2028.01로 마감했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증시를 덮친 ‘검은 성탄절’ 여파가 계속되면서 코스피 지수 2030선이 무너졌다. 코스닥 지수도 이날 4.05포인트(0.6%) 하락하며 665.74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가 미국 증시 급락세 여파로 전 거래일보다 27.00포인트(1.31%) 내린 2028.01로 장을 마친 26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스피가 미국 증시 급락세 여파로 전 거래일보다 27.00포인트(1.31%) 내린 2028.01로 장을 마친 26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스피 시장 시가총액 상위 종목 가운데 삼성전자(-1.16%), SK하이닉스(-0.5%), 현대자동차(-2.44%), LG화학(-1.26%)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셀트리온(8.31%)과 삼성바이오로직스(3.30%) 등 그동안 낙폭이 컸던 바이오 종목만 올랐다.

증시 불안에 원화도 약세를 나타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당 원화가치는 전 거래일보다 0.2원 내린 1125.4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허태오 삼성선물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해임을 논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백악관 주요 인사는 이를 적극적으로 부인했지만 정작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Fed를 비난하며 시장에 혼란을 안겨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허 연구원은 “또한 멕시코 국경 장벽 설치 문제 대립으로 셧다운(미국 연방정부 일시 업무 정지)에 들어가고 이것이 당장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시장은 극심한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연합뉴스]

미국 증시를 중심으로 한 시장의 불안감은 근거가 있다. 한화투자증권 통계에 따르면 1980년 이후 미국 증시가 연중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한 사례는 올해를 빼고 8차례다. ▶80년 2차 석유파동(오일쇼크) ▶82년 신흥국 부채위기 ▶87년 ‘검은 월요일(10월 19일 다우존스 종합지수가 22.6% 폭락한 사건으로 정확한 원인은 규명되지 않음)’ ▶90년 걸프전쟁 ▶98년 아시아 외환위기 ▶2000년 정보기술(IT)주 거품 붕괴 ▶2008년 미국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때다. 모두 ‘위기’라고 부를 수 있는 사건들이다. 그런데 이달 들어 미국 주가지수는 연고점 대비 20% 하락률을 기록 중이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부 장관이 24일 Fedㆍ증권거래위원회ㆍ상품선물위원회 등 참여하는 긴급 회의를 소집한 것도 시장 안정에 도움이 안 됐다. 일명 ‘주가 급락 방어팀(Plunge Protection Team)’이라고 불리는 이 팀이 2008년 이후 처음으로 재가동됐다는 소식은 “금융위기가 재발하는 것 아니냐”는 시장의 불안감만 키웠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부 장관. [연합뉴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부 장관. [연합뉴스]

셧다운 사태가 국내 증시에 가져올 충격도 과거와는 강도가 다를 전망이다. 한지영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70년대 이후 총 19차례 셧다운이 발생했는데 평균적으로 6.6일간 지속했고, 셧다운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평균 0.4% 하락세를 보이는 등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면서도 “그러나 현재는 무역 분쟁, Fed 긴축 부담으로 주가 급락이 심화된 가운데 셧다운이라는 새로운 위험 요소가 추가된 상황이기 때문에 과거와 환경이 다르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미국발(發) 악재는 연말 내내 한국 증시를 흔들 것으로 예상된다. 코스피 지수 2000선 붕괴까지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파월 해임 시도설, 므누신 장관 경질설 둘 다 트럼프 대통령은 부인했지만 시장은 불안해하고 있다”며 “(미 의회와 트럼프 정부의) 셧다운 논의가 윤곽이 잡히기 전까지는 불안한 형국이 지속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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