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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발 ‘검은 크리스마스’ 여진에 코스피 2030선 붕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불러온 미국과 일본 증시 ‘검은 크리스마스’ 충격이 한국 주식시장에도 닿았다. 25일 크리스마스 휴장일을 끝내고 26일 문을 연 국내 증시는 개장과 함께 1%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6.20포인트(1.27%) 내린 2028.81로 출발했다. 개장과 동시에 2030선이 붕괴했다. 이후 시간이 지나며 코스피 지수는 2030선을 회복, 오전 9시 10분 현재 전 거래일과 비교해 19.64포인트(0.96%) 내린 2035.37을 가리키고 있지만 트럼프발(發) 충격은 여전히 가시지 않는 모양새다.

코스피가 하락세로 출발한 26일 오전 서울 중구 KEB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시작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스피가 하락세로 출발한 26일 오전 서울 중구 KEB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시작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코스닥 지수도 전 거래일과 견줘 11.09포인트(1.66%) 하락한 658.70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오전 9시 10분 기준 전 거래일 대비 7.33포인트(1.09%) 내린 662.46으로 거래되고 있긴 하지만 1%대 하락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주식시장은 크리스마스 휴일로 문을 닫았다. 하지만 전날 뉴욕 증시 급락의 여진은 계속됐다. 24일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2.91%, 나스닥 종합지수는 2.21%,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2.71% 하락했다. 미 주요 주가지수가 21일에 이어 24일까지 2거래일 연속 2%대 하락률을 기록하면서 세계 증시는 충격에 휩싸였다.

변동성이 심한 장세 속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면서 일본 엔화가치는 급등했다. 미 증시 불안, 엔화 강세가 겹치면서 25일 일본 닛케이 225지수가 하루 새 5.01% 폭락하며 아시아 증시의 불안감을 키우기도 했다.

25일(현지시간) 크리스마스를 맞아 연설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크리스마스를 맞아 연설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4일까지 미국 S&P 500지수 하락률은 14.8%다. 연초부터 쌓아온 지수 상승률을 이달 동안 고스란히 반납했다. 24일엔 S&P 500지수를 구성하는 11개 업종이 모두 하락세를 보였다. 그동안 ‘방어주’ 역할을 했던 수도ㆍ전기 등 유틸리티 업종 지수가 가장 많이 내렸다. 미 증시 불안이 전 업종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백찬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Fed)를 저격하는 발언을 하며 불안감이 조성된 시장에 스티브 므누신 재무부 장관이 워킹그룹을 소집해 컨퍼런스콜을 진행했다는 소식까지 더해지며 낙폭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백 연구원은 “이날 워킹그룹엔 Fed, 증권거래위원회, 상품선물거래위원회 등이 참석했으며 아직 시장에 이상 징후가 없다는 점을 확인했지만, 워킹그룹이 소집된 마지막 시기는 2008년 금융위기로 시장 참여자들의 의문점만 증폭됐다”고 전했다.

금융시장 불안은 증시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외환시장과 국제유가시장도 타격을 입었다.

허정인 NH선물 연구원은 “미국 셧다운(의회 예산 합의 불발로 인한 연방정부 일시 업무 정지) 우려와 증시 폭락으로 안전선호 심리가 강해지면서 일본 엔화가치가 상승하고 있고 이에 따른 반작용으로 미국 달러화 가치는 되레 하락하고 있다”며 “멕시코 장벽 예산안을 두고 민주당과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네트워크(SNS)를 통해 재차 민주당을 비난했는데 이는 셧다운 장기화 우려로 이어지며 미 증시 폭락, 달러 인덱스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짚었다.

또 허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제롬 파월 Fed 의장 해임설도 불확실성을 확대시키며 미 경기 침체를 앞당길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24일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하루 사이 6.7% 하락한 배럴당 42.5달러로 내려앉았다. 변동성도 커졌다. 삼성증권 통계를 보면 이달 유가 변동성은 2016년 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25일 일본 증시는 닛케이 225지수가 하루 사이 5% 넘게 급락하는 등 미국발 충격에 흔들렸다. [연합뉴스]

25일 일본 증시는 닛케이 225지수가 하루 사이 5% 넘게 급락하는 등 미국발 충격에 흔들렸다. [연합뉴스]

심혜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국제유가는 2015~2016년 수준인데 사우디아라비아ㆍ이라크 중심으로 경쟁적 증산이 잇따랐던 당시와 지금은 다르다”며 “중동 산유국의 유가 부양 의지가 매우 높은데도 유가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심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Fed 비판 등이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이어지면서 (원유 같은) 위험자산 선호도가 낮아지고, 경기 둔화와 수요 둔화 우려가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말 국내 증시가 내내 한파에 시달릴 가능성이 커졌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세계 증시는 극도로 투자 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위험자산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이런 가운데 야기된 (미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은 투자 심리 위축을 더욱 확대시킨 것으로 추정한다. 이런 변화 요인은 한국 증시에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한지영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선진국ㆍ신흥국 투자자 상관없이 Fed 의장 해임 논란 사태, 셧다운 사태가 진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1월까지 관망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한다”고 제언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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