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아이폰 끝없는 韓 차별···40만원 중고폰 30만원만 보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25일 애플코리아 홈페이지에 제품 번호를 입력하고 알아본 기자의 아이폰7(128GB, 블랙) 보상가는 17만4000원에 그쳤다.

25일 애플코리아 홈페이지에 제품 번호를 입력하고 알아본 기자의 아이폰7(128GB, 블랙) 보상가는 17만4000원에 그쳤다.

구형 아이폰을 가져오면 최신 스마트폰 아이폰XSㆍ아이폰XR을 최대 30만원까지 할인 판매하겠다는 애플코리아를 상대로 국내 소비자 상당수가 뿔이 났다. 미국ㆍ중국ㆍ일본 등 이른바 아이폰 1차 출시국에서 지난달 말부터 실시했던 할인 프로모션을 국내에선 한 달 뒤에서야 시작한 까닭이다. 게다가 보상 가격도 기대에 못미친다.

애플, 판매 부진에 할인 프로모션 #한국은 미·중·일보다 한 달 늦어 #보상가도 미국 비해 10%나 적어 #“애플, 고정 팬만 챙기면 된다 판단 #한국에 비우호 정책 계속 펴는 듯”

애플코리아는 내년 1월 말까지 아이폰 ‘트레이드-인’(교환판매) 프로모션을 서울 가로수길 직영매장 ‘애플스토어’에서 시작한다고 24일 밝혔다. 구형 기기를 반납하는 조건으로 보급형 아이폰XR(99만원)은 69만원, 프리미엄 사양인 아이폰XS(137만원)는 107만원에 구입 가능하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테크노마트 가도 그 돈보다 더 받는다"…충성층마저 불만

하루 뒤인 25일 인터넷 커뮤니티 ‘클리앙’ 등에서는 “애플에 반납하느니 차라리 강변 테크노마트에 팔고 말겠다”, “소비자를 허투루 안다” 같은 의견이 잇따라 올라왔다. 2년 전 출시됐던 아이폰7플러스를 기준으로 최대 30만원까지만 보상 가격을 쳐주기 때문이다. 아이폰7플러스(128GB)는 서울 강변ㆍ신도림 일대에서 38만원 안팎(모바일커뮤니티 세티즌 기준)에서 중고값이 형성돼 있다. 흠집이 그다지 없는 S급(특급) 상품인 경우, 45만원 가까이로 중고값이 오르기도 한다.

실제로 25일 애플코리아 홈페이지에 시리얼 번호를 입력하고 알아본 기자의 아이폰7(128GB, 블랙) 보상가는 17만4000원에 그쳤다. 실제 중고폰 시장에선 못받아도 28만9000원에 팔 수 있지만, 이보다 11만5000원 낮게 기기 보상 값을 쳐주는 것이다.

기자가 직접 해보니…아이폰7 중고값, 시세보다 11만원 낮아   

애플 제품을 즐겨 쓰는 프로그래머 이두희 씨는 “아이폰은 중고값 방어가 기타 스마트폰 대비 훨씬 잘되는 폰”이라며 “내가 직접 팔면 얻을 돈이 더 많은데, 굳이 애플스토어까지 가서 아이폰을 바꿀 필요성은 못 느끼겠다”고 말했다.

크리스마스를 전후한 애플코리아의 이런 프로모션은 신형 아이폰의 판매 부진과 이에 따른 애플 본사의 실적 악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판매 부진의 이유로는 애플의 초고가 정책이 꼽힌다. 애플은 지난해 아이폰X 발매 이후에도 연간 판매량이 2억대를 웃돌자 아이폰XS맥스(512GB)의 국내 가격은 196만9000원으로 책정됐다. 200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이다. 국내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아이폰XS의 첫 주 판매량은 전년 대비 60∼70% 수준으로 집계됐다.

그나마 시작한 국내 프로모션은 미국·일본 등 아이폰 1차 출시국에 비해 뒤늦은 감마저 있다. 애플 미국 본사는 지난달 말부터 사용 중인 아이폰을 반납하고 아이폰XRㆍ아이폰XS를 구매하면 기존보다 최대 100달러(약 12만원) 더 쳐서 보상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렇게 하면 아이폰7플러스 보상가격은 300달러(약 33만8000원)로 한국 대비 10%가량 더 높다.

韓에선 69만원 하는 아이폰XR, 日에선 26만원에 

일본 이동통신시장에서 점유율 1위 업체인 NTT도코모도 같은 시기 아이폰XR 가격을 2만5920엔(약 26만원ㆍ2년 약정 기준)까지 내렸다. 아직 한국에선 NTT도코모와 같은 아이폰XR 할인 판매가 없는 실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애플 입장에서 한국은 경쟁자 삼성전자의 홈 그라운드"라며 "애플은 한국에선 전체 통신사용자 가운데 15%가량으로 추정되는 아이폰 고정 팬으로부터 일정 수익을 얻어내면 그만이기 때문에 1차 출시국 제외 같은 비우호적 정책을 지속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최신작인 아이폰XS의 예상 밖 흥행 저조로 애플의 실적 전망 역시 잇따라 수정되고 있다. 시장에서 ‘애플 전문가’로 불리는 대만 국적의 궈밍치(郭明錤) TF인터내셔널 애널리스트는 내년 1분기 아이폰 판매량을 당초 예상치(4700만∼5200만대)에서 20% 줄인 3800만∼4200만대로 수정했다. 궈가 작성한 리포트에는 ‘2019년 아이폰 출하량이 1억9000만 대 이하일 수도 있다’는 제목을 붙였다. 아이폰X가 출시됐던 지난해만 하더라도 애플은 스마트폰 2억1600만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9월 한때 1조 달러를 넘었던 애플의 시가 총액은 아이폰 판매 부진에 24일(현지시간) 기준 7000억 달러 밑으로 내려앉았다. 라이벌인 마이크로소프트(MS)에게 시가 총액에서 밀리는 양상이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