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 뼘 더 자란 이재영, 꼴찌 흥국생명 전반기 1위 등극

중앙일보

입력

흥국생명 이재영

흥국생명 이재영

한 뼘 더 성장한 에이스가 팀을 부활시켰다. 지난 시즌 여자 프로배구 최하위 흥국생명이 이재영(22)의 활약을 앞세워 전반기를 1위로 마쳤다.

정규리그 6라운드(남자부 팀당 36경기, 여자부 30경기)를 치르는 프로배구가 24일 반환점을 돌았다. 남자는 디펜딩 챔피언 대한항공과 지난 시즌 준우승팀 현대캐피탈이 승점 1점 차로 1, 2위를 나눠 가졌다. 반면 여자는 판도가 확 바뀌었다. 흥국생명이 24일 전반기 최종전에서 KGC인삼공사를 세트스코어 3-0으로 꺾고 1위에 올랐다. 2016~17시즌 우승, 2017~18시즌 꼴찌, 그리고 이번 시즌 또 한 번 반전을 연출하고 있는 흥국생명이다.

흥국생명이 선두에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단연 이재영의 활약이다. 2014년 흥국생명에 입단한 그는 신인상을 받았다. 공격과 수비를 모두 갖춘 그는 단숨에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우뚝 섰다. 팀에서 주포를 맡아 16~17시즌 팀의 우승으로 이끌었고 정규리그 MVP까지 차지했다. 국가대표팀에선 에이스 김연경(30·엑자시바시)의 뒤를 받쳤다.

이재영은 요즘 블로킹을 이용한 공격능력이 부쩍 좋아졌다. [사진 한국배구연맹]

이재영은 요즘 블로킹을 이용한 공격능력이 부쩍 좋아졌다. [사진 한국배구연맹]

이재영이 '꽃길'만 걸은 건 아니다. 고교 때부터 시달린 무릎 부상은 프로에 와서 더 심해졌다. 어깨, 발목, 아킬레스건까지 온몸에 성한 데가 없었다. 2017~18시즌 앞두고 종합적인 치료를 위해 대표선수 소집에 응하지 못했다. 그런데 대표팀에 빠졌다는 이유로 비난에 휩싸였다. 소속팀이 외국인 선수를 잘못 뽑으면서 그는 팀을 떠맡다시피 했다. 그런 가운데 팀 성적은 바닥을 쳤다.

성장통 속에서 이재영은 더욱 단단해졌다. 요즘 흥국생명 세터는 20점대에 접어들면 외국인 선수 대신 이재영에게 공을 올린다. 일취월장한 해결 능력을 믿는 것이다. 그는 올 시즌 득점 4위(293점)에 올라 있다. 국내 선수에선 박정아(도로공사)에 이어 2위다. 3라운드 5경기에서 115점을 몰아친 그는 라운드 MVP에도 뽑혔다.

이재영은 자신에 대해 "기술적으로 발전했다"고 했다. 그는 "전에는 무조건 파워로 대결했다. 이제는 상대를 보면서 공격방법을 정하는데, 블로킹 사이로도 치고, 벽을 이용한 쳐내기도 하고, 연타도 넣는다. 컨디션이 정말 좋을 땐 상대 수비 위치까지 보인다"고 했다. 블로킹과 수비도 좋아졌다. 지난 시즌 세트당 블로킹은 0.254개였는데, 올 시즌에는 두 배가 넘는 0.536개를 기록 중이다. 상대 스파이크를 받아내는 디그는 세트당 4.357개로 리베로를 빼면 1위(전체 5위)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재영이가 기량 면에선 문제가 없었다. 다만 에이스로서 혼자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컸다"고 분석했다. 올해는 김세영과 김미연, 외국인 선수 베로니카 톰시아의 가세로 부담이 줄었다. 이재영은 "데뷔 초엔 상대가 노리고 넣는 목적타 서브를 정말 많이 받아야 했다. 이젠 리베로 김해란 언니와 김미연 언니가 도와줘 편해졌다"고 했다.

한편 IBK기업은행은 4라운드 첫 경기에서 도로공사를 세트 스코어 3-0으로 꺾었다. 흥국생명(10승5패, 승점31)보다 1경기를 더 치른 기업은행(11승5패, 승점32)은 하루 만에 선두를 되찾았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