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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종일 주차해도 5000원…서울 공유주차가 뜬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비어 있는 거주자 우선주차장을 다른 운전자에게 빌려주는 공유주차가 서울 전역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스마트폰 앱 ‘모두의주차장’을 통해 주차장 제공지와 주차 가능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연합뉴스]

비어 있는 거주자 우선주차장을 다른 운전자에게 빌려주는 공유주차가 서울 전역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스마트폰 앱 ‘모두의주차장’을 통해 주차장 제공지와 주차 가능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연합뉴스]

주택가 골목이나 도로변 우선 주차 공간을 다른 차량과 함께 이용하는 공유 주차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이 공간을 이용하는 제 3자는 저렴한 요금으로 주차난을 해결하고, 공간을 내주는 공유자는 자투리 시간에 부수입을 얻고, 부정 주차가 줄어드는 1석 3조 효과를 낸다. 공유 승차(카풀) 서비스를 놓고 카풀 업계와 택시 업계가 갈등을 벌이지만 공유 주차는 소리 없이 일상을 바꾸고 있다.

거주자 우선주차 배정받은 주민 #앱 통해 안 쓰는 시간에 빌려줘 #시간당 600~1800원, 70% 저렴 #카풀 둘러싼 업계 갈등과 대비

25일 서울시와 구에 따르면 내년 1월부터 서울 전역에 조성된 약 12만 명의 거주자 우선주차 구획 중 대다수가 ‘공유 주차장’으로 변신한다. 공유 주차란 거주자 우선주차 구획을 배정받은 사람이 자신이 주차하지 않는 시간에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 주차비는 시간당 600~1800원이다. 민간 주차장보다 최대 70% 저렴하다. 또 출차 횟수 제한이 없어 자유롭게 차를 뺐다 다시 주차할 수 있다. 주차 구획은 구청 소유이다. 하지만 이를 배정받은 사람은 사유지처럼 사실상 독점해왔다.

강남구·은평구를 제외한 서울의 23개 자치구에 사는 시민들은 ‘모두의주차장’이라는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공유 주차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주차 공유 서비스를 원할 경우 이 앱에서 자신이 주차하지 않는 시간을 설정하고 공유 버튼을 누르면 된다. 3자(사용자)가 앱을 실행하면 인근의 공유 주차 제공지가 화면에 뜬다. 주차요금은 시간당 평균 1200원이다. 용산구가 600원으로 가장 저렴하고, 서초구가 1800원으로 가장 비싸다. 하루 종일 주차해도 5000원만 지불하면 된다. 은평구는 ARS 전화로, 강남구는 개별 신청하는 방식으로 공유주차 시스템을 운영한다.

사용자가 낸 주차요금 중 일부는 주차면 제공자에게 돌아간다. 가령 중구는 주차면 제공자에게 주차비 수익의 50%를 쿠폰으로 돌려준다. 나머지 30%는 ‘모두의주차장’ 개발·운영사인 모두컴퍼니, 20%는 자치구의 몫이다. 김한수 중구 주차관리과장 “수익금은 주차장 특별회계로 편입돼 주차시설을 관리·보수하는 데 쓴다”고 말했다.

이용자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 서울 용산구 김희준(48)씨는 “강남역 근처에 있는 회사로 출퇴근하면서 한 달 20만원가량을 주차비로 지출했는데 이제는 절반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서초구는 2016년 공유 주차를 시행한 후 부정 주차가 상당히 줄었다고 한다. 초기엔 공유 주차 이용이 하루 평균 1건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100여 건으로 늘었다. 부정주차 단속 건수는 지난해 1921건에서 올해 778건으로 60% 줄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연간 1200시간 이상 주차면을 공유하면 이듬해에 주차면을 배정할 때 가점을 주는 방식으로 주민 호응도를 높였다”고 말했다. 김정인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자동차 사용량은 계속 늘어나지만 주차장은 한정돼 있다. 공유 주차는 공유 경제의 힘을 보여준다. 편리성을 높이되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낮춰 도심 주차난 해결에 일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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