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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신드롬, 이영자 먹방, 효리네 민박 “러브 유어셀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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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키워드로 본 2018년 문화동네 

방탄소년단은 세계로 날아올랐고, 보헤미안 랩소디는 본고장보다 뜨거운 열풍을 일으켰다. 힐링형 예능과 생활형 먹방은 힘든 시대에 소소하지만 확실한 위로가 됐다. 한국사회를 바꾸고 있는 미투와 페미니즘은 문화계도 뒤흔들었다. 충격과 논쟁, 감동과 화제가 교차한 2018년 대중문화를 12개의 키워드로 결산한다.

유엔총회·다보스포럼서 빛난 K팝 #새해에도 새 기록 이어갈지 주목 #미투·빚투 파문에 사회 전반 흔들 #김태리·박나래·송은이 여풍 거세 #스타도 일반인도 유튜브로 직행 #장기 불황시대 ‘소확행’ 널리 퍼져 #문화소비 주류 떠오른 중장년층 #연말 퀸 열풍은 올해의 깜짝 사건

1 세계적 신기록 소년단 ‘방탄소년단’

세계를 향해 활짝 날아오른 방탄소년단. 올해 초 골든디스크 시상식 때 모습이다. [뉴시스]

세계를 향해 활짝 날아오른 방탄소년단. 올해 초 골든디스크 시상식 때 모습이다. [뉴시스]

올해 가요계, 아니 세계 음악 시장은 방탄소년단(BTS)을 빼놓고 얘기하기 힘들다. 한 해 두 차례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에 오른 것부터 대기록. 지난 5월 3집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가 한국 가수 최초로 1위가 됐고, 9월 리패키지 앨범 ‘러브 유어셀프 결 앤서’도 1위가 됐다. 영어 아닌 앨범으로는 12년만, 월드뮤직 앨범으로는 처음이다. 두 앨범은 183만 장, 216만 장이 팔려 멀티 밀리언셀러가 됐다. 덕분에 국내 음반 전체 판매량도 모처럼 2000만 장을 넘었다. 이들의 영향력은 유니세프 연설에 이어 다보스포럼에서도 집중 조명할 정도. 우리말로 K팝의 위력을 보여준 ‘기록소년단’의 행진은 내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2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들’ 등장

JTBC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팍팍한 직장인의 일상을 생생히 조명하면서도 시청자 마음에 단비를 내렸다. 극 중 연상연하 커플 손예진·정해인의 연애담을 통해서다. ‘스탠드 바이 유어 맨’ 등 드라마 속 올드팝의 인기에 카를라 브루니의 첫 내한 공연도 열렸다. 성 역할의 고정관념을 깬 연상연하 커플, 예쁜 누나의 활약은 다양한 누나들로 이어진다. 현재 tvN ‘남자친구’에선 송혜교와 박보검이 커플로 활약 중. 이나영·이종석 주연의 tvN ‘로맨스는 별책부록’과 한지민·남주혁 주연의 JTBC ‘눈이 부시게’도 다음 달 출격 준비 중이다.

3 그렇게 먹으면 안돼쥬 ‘먹교수’ 강림

생활형 먹팁으로 사랑받은 이영자. [사진 각 방송사]

생활형 먹팁으로 사랑받은 이영자. [사진 각 방송사]

골목 식당 살리기에 나선 백종원. [사진 각 방송사]

골목 식당 살리기에 나선 백종원. [사진 각 방송사]

예능에선 ‘먹교수’의 활약이 눈부셨다. ‘백종원의 3대 천왕’(2015~2017)에서 먹방을, ‘백종원의 푸드트럭’(2017)에서 장사 맛보기를 보여줬던 외식사업가 백종원은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그간 갈고 닦은 장사 노하우로 죽은 상권에 활력 불어넣으러 나섰다. 비록 요리하는 모습보다 참가자들을 향해 버럭할 때가 더 많았지만, 시청자의 지지는 뜨거웠다. 개그우먼 이영자는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생활밀착형 ‘먹팁’으로 먹방계를 평정했다. 휴게소에서 소떡소떡 하나를 먹어도 맛있게 먹는 법을 전수하는 마성의 먹방으로 이영자가 먹는 것마다 족족 품귀 현상을 빚었다.

4 와썹맨·제이플라…‘유튜브’로 통했다

이제 세상은 둘로 나뉘는 듯하다. 유튜브를 보는 자와 하는 자. 유튜브가 올해의 라이징 스타 1위에 꼽은 채널은 스튜디오 룰루랄라가 운영하는 ‘와썹맨’. 자칭 ‘반백살’인 god의 박준형이 구독자들이 추천한 핫플레이스를 찾아가는 콘셉트다. 채널 개설 7개월 만에 구독자 수가 160만 명을 넘어서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기성 가수의 음악에 새로운 안무를 입히는 원밀리언 채널은 구독자 수가 무려 1300만 명. 빅히트(1900만)·SM(1700만) 등 대형 연예기획사 못지않다. 기존 노래를 재해석해 부르는 제이플라도 한국인 1인 크리에이터 최초로 구독자 수 1000만 명을 넘겼다.

5 국경 없는 ‘리메이크’ 성공시대

소설도, 웹툰도 아닌 낯선 외국영화를 리메이크한 한국영화의 성공이 두드러졌다. 상반기 조진웅·류준열 등이 주연한 ‘독전’, 하반기 유해진·염정아 등이 주연한 ‘완벽한 타인’이 관객 500만을 넘어섰다. 각각 홍콩 영화, 이탈리아 영화가 원작이다. TV 드라마는 말할 것도 없다. tvN ‘라이프 온 마스’는 영국 원작을 1980년대 한국 배경의 복고 감성 물씬한 이야기로 그려 호평받았다. KBS2가 방송한 미국 원작의 ‘슈츠’와 일본 원작의 ‘최고의 이혼’, MBC가 방송 중인 영국 원작의 ‘나쁜형사’ 등 지상파도 리메이크 바람이 거세다.

6 Mr.션샤인보다 눈부셨던 ‘애기씨’

‘미스터 션샤인’의 ‘애기씨’ 고애신(김태리 분). [사진 각 방송사]

‘미스터 션샤인’의 ‘애기씨’ 고애신(김태리 분). [사진 각 방송사]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은 로맨스 여왕 김은숙 작가의 첫 시대극인 데다 제작비가 무려 400억원대. 시작 전에는 기대도, 우려도 컸다. 하지만 ‘애기씨’ 고애신의 활약은 모든 우려를 훌쩍 넘어섰다. 직접 총을 들고 시대적·신분적 제약의 담장을 뛰어넘으며 한국 드라마 여성 캐릭터를 새로 썼다. “단지 나의 낭만은 독일제 총구 안에 있을 뿐이오” “러브가 무엇이오. 하고 싶어 그러오. 벼슬보다 좋은 거라 하더이다” 등 예스러운 말투도 매력을 더했다. 시대상과 맞물린 로맨스와 볼거리는 중장년 남성 시청자도 사로잡았다. 이름 없이 ‘아무개’로 활약한 의병들에게 뭉클한 헌사를 바친 마지막 회는 18.1%의 높은 시청률을 거뒀다.

7 영국보다 뜨거운 ‘퀸’ 열풍

‘보헤미안 랩소디’의 프레디 머큐리(레미 맬렉 분). [사진 이십세기폭스코리아]

‘보헤미안 랩소디’의 프레디 머큐리(레미 맬렉 분). [사진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이럴 줄은 몰랐다. ‘여기가 퀸의 나라인가’ 농담이 나돌 정도다. 전설적인 영국밴드 퀸과 프레디 머큐리의 삶을 다룬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신드롬을 일으켰다. 퀸을 다시 추억하는 40~50대, 퀸을 새로 발견하는 20~30대 관객에 노래를 함께 따라부르는 싱어롱 상영과 N차(반복) 관람문화가 가세해 열기를 더했다. 국내 극장 매출액은 퀸의 본고장 영국을 앞질렀다. 퀸 음반과 음원 판매량이 급증하고, 방송사도 서둘러 관련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뜨거운 열기에 “‘마이너(사회적 소수자)가 마이너를 위해 노래한다’는 프레디 머큐리의 철학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위로받았다”같은 다양한 분석이 나왔다.

8 문화계 뒤흔든 ‘#미투’

서지현 검사의 용감한 고백으로 시작된 ‘#미투’ 운동은 문화계를 뒤흔들었다. 연극·영화·문학·미술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이름난 거장이나 스승이 과거 성추행·성폭력을 저질렀다는 고발이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왔다. 여러 배우들도 미투 논란에 휩싸이면서 이들이 출연한 영화·드라마 제작진은 분량을 편집하고 재촬영하는 등 대응에 진땀을 뺐다. 충무로 흥행 감초 배우도, 뒤늦게 대세로 떠오른 방송인도 활동 중단에 들어갔다. 미투 운동은 우리 사회 전반에 충격을 안겨준 동시에 문화계에서 ‘이 바닥은 원래 그런 곳’이라는 그릇된 인식과 관행을 깨는 계기가 됐다.

9 슬픈 가족사 들춰낸 ‘빚투’

‘빚투’(빚+미투)라는 신조어와 함께 연예인의 가족 또는 친척이 사기를 치거나 빚을 갚지 않았다는 폭로가 온라인 커뮤니티는 물론 청와대 게시판까지 이어졌다. 래퍼 마이크로닷을 시작으로 숱한 연예인이 ‘빚투’로 지목됐다. 논란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저마다 가슴 아픈 가정사까지 공개됐다. 처했던 상황과 대응에 따라 대중의 반응은 엇갈렸다.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하다가 뒤늦게 사과에 나선 마이크로닷은 비난을 잠재우지 못했다. 반면 부모의 채무로 인해 고통받아왔다는 점에서 동정을 받은 이들도 많다. ‘현대판 연좌제’ ‘마녀사냥’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10 영화도 예능도 ‘프랜차이즈’

쌍천만 영화가 된 ‘신과함께’ 시리즈의 2편. [사진 영화사]

쌍천만 영화가 된 ‘신과함께’ 시리즈의 2편. [사진 영화사]

할리우드 속편만 아니라 한국형 프랜차이즈가 큰 성공을 거뒀다. 저승 판타지 ‘신과함께’가 한국 시리즈물 최초로 쌍천만 영화가 됐다. 지난 연말 개봉한 1편이 1441만 관객, 올 여름 개봉한 2편이 1227만 관객을 동원했다. 코믹 수사극 속편 ‘탐정: 리턴즈’, 시리즈로 기획된 슈퍼 히어로물 ‘마녀’도 각기 300만 관객을 넘었다. 할리우드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도 시리즈 두 번째 1000만 영화가 됐다. TV에선 나영석 사단의 예능 시리즈가 업그레이드된 활약상을 보였다. ‘윤식당2’는 배우 박서준을, ‘꽃보다 할배 리턴즈’는 배우 김용건을, 5·6시즌을 잇달아 방영한 ‘신서유기’는 피오(블락비)를 합류시켜 한층 화제를 더했다.

11 자연과 힐링과 만난 ‘소확행’

작지만 확실한 힐링을 안겨준 ‘효리네 민박’. [사진 각 방송사]

작지만 확실한 힐링을 안겨준 ‘효리네 민박’. [사진 각 방송사]

작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小確幸)은 각박한 세상에 지친 마음을 위로하듯 힘을 발휘했다. 예능에선 시즌2로 돌아온 JTBC ‘효리네 민박’이 선두였다. 추우면 장작 때고, 날 좋으면 귤 따는 소박한 제주살이가 “닮고 싶다”는 호응을 끌어냈다. 극장가에선 임순례 감독, 김태리 주연의 영화 ‘리틀 포레스트’가 사계절 자연주의 밥상을 스크린에 차려냈다. 저예산 영화인데도 150만 관객을 모으며 소확행 바람을 이어갔다. 취업·연애에 실패하고 시골집에 돌아온 주인공이 친구들과 농사지어 밥 해먹는 과정은 그 자체로 따뜻한 위로였다.

12 여풍과 함께 강풍이 된 ‘페미니즘’

여성 예능인의 활약은 곳곳에서 빛났다. 지상파 연예대상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이영자·박나래가 대표적. 송은이는 김신영·신봉선·안영미 등과 걸그룹 ‘셀럽파이브’를 결성하고, 최화정·이영자·김숙·장도연과 함께 올리브 ‘밥블레스유’를 이끄는 등 새로운 판을 펼치는 데도 뚜렷한 활약을 보여줬다. 극장가에선 ‘마녀’ ‘미쓰백’ ‘허스토리’ 등 주체적인 여성 서사를 그린 한국영화가 잇따라 나왔다. 학대아동과 전과자 여성의 연대를 그린 한지민 주연의 ‘미쓰백’은 ‘쓰백러’란 이름의 여성 중심 팬덤을 일으키며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페미니즘 입문서가 된 조남주 작가 소설 『82년생 김지영』은 판매부수 100만 부를 돌파했다. 이런 흐름에 반발하는 ‘백래쉬’ 현상도 두드러졌다. 배우 정유미는 ‘82년생 김지영’ 영화 주연에 캐스팅되면서 악플에 시달렸다. 래퍼 산이는 신곡 ‘페미니스트’로 여성혐오 논란을 일으켰다. 래퍼 제리케이와 슬릭은 이를 비판하는 랩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후남·정현목·나원정·민경원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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