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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짠단짠 논쟁, 과학은 없고 말꼬리 잡는 감정싸움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이태호의 잘 먹고 잘살기(23)

백종원과 황교익, 두 사람의 논쟁이 점입가경이다. 한쪽 팬덤이 보기에 “어디 감히 골목상권의 황제(?)에 딴지를 걸어!”하는 식의 비난과 욕지거리가 SNS와 유튜브 등을 온통 도배했다.

백종원과 황교익, 두 사람 논쟁의 시작인 막걸리 판별. 이제는 단짠(단맛 짠맛) 논쟁으로 발전했다. [사진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페이스북 캡처]

백종원과 황교익, 두 사람 논쟁의 시작인 막걸리 판별. 이제는 단짠(단맛 짠맛) 논쟁으로 발전했다. [사진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페이스북 캡처]

시작은 막걸리의 판별이었지만 이제는 ‘단짠(단맛 짠맛)’으로 발전했다. 황 씨는 백 씨가 요리하는 음식마다 ‘설탕을 지나치게 처바른다’는 격한 표현으로 상대의 심기를 건드렸다. 동시에 시중에서는 백 씨의 요리에 소금과 기름을 많이 쓴다는 비난도 추가했다.

이제 시시비비를 떠나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질 조짐이다. 전문가가 보기에는 뭔가 핀트가 맞지 않는 논쟁 같아 보기에 딱하다. 설탕과 소금이 음식에 과하게 들어가면 왜 나쁜지에 대한 과학은 없고 논쟁과 감정싸움만 있어서다. 과하다는 건 객관적인 영역이 아니라 개인의 기호문제로 귀결된다. 과한지 아닌지는 먹는 사람의 식성과도 통한다. 식문화는 시대에 따라 변천하는 것이다.

설탕은 먹는 양의 문제, 인체에 무해해

단언컨대 설탕은 인체에 해롭지 않다. 지나친 섭취는 비만의 원인이 되고 성인병과 연관이 있어 나쁘다고 하면 참이다. 음식에 설탕을 많이 넣는다고 나쁘다고 하면 말이 안 된다. 하루에 혹은 한꺼번에 먹는 총량의 문제다.

하루에 필요한 에너지보다 과하게 먹는다면 설탕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단백질도 지방도 문제가 된다. 단것을 많이 먹으면 당뇨가 온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국가별 설탕 섭취량. 설탕은 인체에 해롭지 않다. 지나친 섭취는 비만과 성인병에 연관이 되지만 음식에 설탕을 많이 넣는다고 나쁘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하루에 섭취하는 총량의 문제다. [출처 워싱턴 포스트]

국가별 설탕 섭취량. 설탕은 인체에 해롭지 않다. 지나친 섭취는 비만과 성인병에 연관이 되지만 음식에 설탕을 많이 넣는다고 나쁘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하루에 섭취하는 총량의 문제다. [출처 워싱턴 포스트]

모든 음식에는 당이 들어있다. 우리가 하루에 필요한 열량의 60% 이상이 당으로부터 공급된다. 모든 곡류, 서류, 과일의 단맛이 다 당이다. 당에는 단당, 올리고당, 다당이 있다. 포도당· 과당이 단당이고, 설탕·우유의 유당이 올리고당이다. 설탕은 포도당과 과당이, 유당은 포도당과 갈락토스가 결합해 있는 2당이다. 전분은 다당이다. 다당에는 종류가 많지만 인간이 이용할 수 있는 다당은 전분이 유일하다.

단당은 소화과정 없이 바로 소장에서 흡수된다. 올리고당은 소장에서 단당으로 소화돼 흡수된다. 다당은 포도당이 수천, 수만개가 사슬 모양으로 연결된 것으로 소화효소에 의해 단당인 포도당으로 분해된 후에 흡수된다. 과일의 단맛은 포도당, 과당, 설탕의 단맛이다. 과일의 종류에 따라 이들 3종류의 비율을 달리한다. 고로쇠, 메이플시럽 등 수액의 단맛은 대부분 설탕이다. 우리의 설탕 소비는 다른 나라에 비해 그렇게 높지 않다. 세계의 평균치 정도다.

그러면 음식에 설탕이 들어가면 나쁘고 벌꿀이나 조청이 들어가면 좋은가. 말도 아닌 소리를 엉터리들은 그렇다고 우긴다. 설탕이 벌의 소화효소에 의해 잘려 포도당과 과당으로 된 게 벌꿀이다. 설탕은 인간의 효소로 자른다. 장에 들어가면 두 가지가 도긴개긴이다.

초청? 식혜를 고와 걸쭉하게 만든 거다. 전분이 엿기름 효소에 의해 포도당이 2개에서 10여개로 잘려있는 올리고당의 집합체다. 소장에서 쉽게 잘려 포도당으로 되어 흡수된다.

설탕으로부터 나오는 포도당과 과당은 벌꿀의 것과 다르지 않고, 전분이나 과일에서 나온 것과도 똑같다. 포도당과 과당은 체내에서 동일한 에너지를 내놓으며 서로 변환도 가능하다. 특별히 설탕은 나쁘고 다른 당은 괜찮다고 하면 안 되는 까닭이다. 탄수화물 중독이라는 말도 말이 안 된다. 음식에 중독이라는 단어는 가당치도 않다. 그러면 단백질중독 지방중독은 왜 없나. 어중이들은 음식중독이란 말도 쓴다.

시중에서는 소금을 마치 건강의 적인 것처럼 취급한다. 지나치게 먹으면 당연히 좋지 않다. 하지만 오히려 일부 환자군의 경우는 저염식이 오히려 건강에 해로울 수도 있다. 심혈관질환 환자도 소금 섭취량을 4g까지 줄이는 것은 오히려 건강에 좋지 않다. [중앙포토]

시중에서는 소금을 마치 건강의 적인 것처럼 취급한다. 지나치게 먹으면 당연히 좋지 않다. 하지만 오히려 일부 환자군의 경우는 저염식이 오히려 건강에 해로울 수도 있다. 심혈관질환 환자도 소금 섭취량을 4g까지 줄이는 것은 오히려 건강에 좋지 않다. [중앙포토]

그럼 소금은 어떤가? 시중에는 소금이 마치 건강의 적인 양 취급한다. 우리 혈액의 0.9%가 소금인데도 말이다. 우리 몸에 가장 많은 미네랄이 소금이고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도 소금이다. 이 양에서 0.1%만 모자라거나 과해도 생명에 지장이 생긴다. 미네랄 중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지만 특히 소금이 미움을 받는 처지가 억울하다. 당연히 지나치게 먹으면 좋지 않다. 우리가 먹는 뭐든 그렇지 않겠나. 소금이 모자라면 짠 것이 당기고 과하면 물을 켠다. 아니 이런 신호가 오기 전에 이미 콩팥이 농도를 맞추기 위해 소금과 물을 걸러내어 농도를 맞추려 노력한다.

소금의 권장량이 하루에 5g이다. 눈물, 콧물, 땀으로 소모되는 양이 1~2g쯤 된다. 이 정도만 채워주면 별문제는 없다. 5g도 이상하다. 땀을 많이 흘리는 더운 지방이나 운동선수나 노동자는 더 많은 소금이 있어야 하는데 5g으로는 턱도 없을 수 있다. 게다가 우리가 소금을 먹는 게 혈액 속 부족한 소금을 채워주기 위한 작업만이 아니라는 거다.

음식의 간을 맞추기 위함도 있다. 간이 맞지 않는 음식을 먹으라는 건가? 국 한 그릇(500mL 기준)에 5g의 소금이 들어있다. 국 한 사발 먹고 나면 다른 음식은 맨 것으로 먹어야 한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기준이 모호하지만 지나치지만 않으면 된다. 소금이 고혈압의 원인도 심장병의 원인도 아니라서다. 지난 2013년 미국립의학연구소(IOM: Institute of Medicine)가 ‘소금 섭취를 6g 이하로 줄이면 심혈관질환의 위험이 감소한다는 주장에는 과학적 근거가 거의 없다.

일부 환자군의 경우는 저염식이 오히려 건강에 해로울 수도 있다. 당뇨병, 만성 신장 질환, 심혈관질환 환자도 섭취량을 4g까지 줄이는 것은 오히려 건강에 좋지 않다’고 하는 기존상식에 반하는 충격적인 보고서를 내 세상을 온통 뒤집어 놓기도 했다.

소금 많이 섭취하는 일본, 세계 최장수국

'고독한 미식가'의 한 장면. 일본은 소금을 가장 많이 섭취하지만 세계 최장수국이다. 두 개의 콩팥이 하루에 3~4kg의 소금을 걸러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하니 걱정 말고 입맛대로 먹자. [사진 도라마코리아]

'고독한 미식가'의 한 장면. 일본은 소금을 가장 많이 섭취하지만 세계 최장수국이다. 두 개의 콩팥이 하루에 3~4kg의 소금을 걸러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하니 걱정 말고 입맛대로 먹자. [사진 도라마코리아]

소금을 가장 많이 섭취한다는 일본이 세계 최장수국이다. 타인에게 신장이식으로 하나 떼 주어도 되는 두 개의 콩팥 놀려 뭐 할 건가. 두 개의 콩팥이 하루에 3~4kg의 소금을 걸러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하는데 뭘 걱정하나. 스트레스받지 말고 입맛대로 먹자.

지방? 가장 맛있고 에너지가 많은 영양성분이다. 당연히 많이 먹으면 비만이 되고 성인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우리의 소비가 늘었다 해도 서양인보다 지방의 섭취량은 한참 못 미친다. 식물성 지방은 불포화지방이라 좋고 동물성은 포화지방이라 나쁘다는 주장도 근거가 없다. 채식 위주인 우리는 음식 요리에 두르는 기름(지방) 정도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단짠의 논쟁을 계속하려면 말꼬리 잡는 저질 감정싸움은 멈추고 어떻게 나쁘고 어째서 나쁘지 않다는 좀 격조 있는 싸움을 벌였으면 좋겠다. 물론 논쟁의 중심에 있는 두 사람이 관련 분야의 전공자가 아니니 그렇게 큰 기대는 하지 않지만 애먼 소비자를 끌어들인 감정적 이전투구는 그만했으면 한다.

이태호 부산대 명예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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