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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대리기사 픽업기사도 특수형태근로자…산재 인정해야"

중앙일보

입력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건물에 붙어 있는 법원 로고. [뉴스1]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건물에 붙어 있는 법원 로고. [뉴스1]

대리운전기사를 픽업해주러 가다가 사고가 나 사망한 사람에게 법원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대리운전기사뿐만 아니라 픽업기사도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리기사 픽업 업무도 '대리운전' 업무 중 하나" #"대리기사와 마찬가지로 업무상 재해 인정돼야"

전북 남원시의 한 대리운전업체에서 근무하던 김모씨는 2016년 11월 초 다른 대리운전기사의 픽업업무를 하던 중 무단횡단을 하다 차에 치여 사망했다. 김씨의 아내는 남편의 사고가 업무 중 있었던 만큼 ‘산업재해’에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픽업기사였던 김 씨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거절했다.

소송으로 이어진 해당 사건의 쟁점은 김씨의 업무였던 대리운전기사 픽업업무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대리운전기사는 ‘특수형태근로자’에 속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픽업기사가 여기에 포함된다는 내용은 없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특수형태근로자는 독자적인 사무실이나 작업장이 없이 계약된 사업주에 종속돼 있지만, 스스로 고객을 찾아 서비스·상품을 제공하고 실적에 따라 소득이 결정되는 사람이다. 학습지 교사나 퀵서비스 배달기사, 방문판매원 등이 해당한다. 근로복지공단 측은 “픽업업무를 한 김씨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아니고, 대리운전업체에 종속돼 있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대리기사를 픽업해주는 업무도 대리운전업무의 하나라고 판단해 김씨를 특수형태근로자로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남원시의 대중교통수단은 버스가 유일한데, 대리운전 요청이 많은 심야에는 버스조차 이용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대리운전업무에는 픽업업무가 필수 불가결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사건 사업장의 경우 대리운전기사 픽업업무는 대리운전업무의 한 부분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사업주 종속 여부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김씨는 다른 사업장의 대리운전기사 픽업업무를 수행하지 않았다”며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전속성’ 요건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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