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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우선주의’ 트럼프, 아프간서도 발 뺄지 고민 중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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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호 05면

지난 2015년 8월 아프가니스탄 낭가하르주 코넬리 기지에 주둔한 미군의 모습. [AFP=연합뉴스]

지난 2015년 8월 아프가니스탄 낭가하르주 코넬리 기지에 주둔한 미군의 모습.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분쟁 지역 미군 철수 방침을 둘러싸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AP통신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발표에 이어 아프가니스탄에서도 미군을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익재의 글로벌 이슈 되짚기 #“미국, 중동의 경찰 원치 않아” 트윗 #아프가니스탄서도 미군 철수 검토 #영국·프랑스선 “섣부른 판단” #러시아는 미국 공백 크게 반겨

이와 관련, 트럼프는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중동의 경찰이 되길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우리가 왜 시리아·러시아·이란을 위해 이슬람국가(IS)를 죽이면서 우리의 적인 시리아를 위해 싸워야 하느냐”며 “이제 미국에 집중해 우리 젊은이들이 조국으로 돌아오게 해야 할 때”라고 철군 이유를 설명했다. 그가 줄곧 주장해온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에 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고수하겠다는 의미다. 지난해 아프간 추가 파병으로 트럼프의 고립주의가 다소 완화되고 개입주의로 선회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지만 이번 시리아 철군으로 기존 외교 정책이 재확인된 셈이다.

영국과 프랑스 등 서방 동맹국들은 시기상조라는 반응이다. “IS의 위협이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트럼프가 섣부르게 판단했다”면서다.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에서 동맹들과 논의도 없이 미국만 빠지겠다는 게 트럼프의 속셈이란 비난이 담겨 있다.

실제로 IS 세력은 크게 약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동부 국경지대인 하진·샤아파·수사 등에선 저항을 계속하고 있다. 쿠르드족과 아랍연합이 결성한 시리아민주군(SDF)은 “현 상황에서 미군 철수는 불안정을 조성하고 정치·군사적 공백을 만들며 지역 주민들을 적군 앞에 내버려 두는 것과 같다”고 비난했다.

플로랑스 파를리 프랑스 국방장관도 “IS는 지도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단호한 군사적 대응으로 완전히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내 반발도 거세다. 이번 결정 과정에서도 참모들 의견을 무시하고 여당인 공화당과도 별다른 협의가 없었다는 지적이 많다. 트럼프와 절친한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마저 “이번 결정을 원점으로 되돌리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 철회를 요구하는 의회 결의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한반도 문제까지 언급했다. “북한은 그들의 힘을 자랑하면서 핵협상 타결 전에 (주한미군이) 떠나는 것이 어떠냐고 말하고 있다”며 해외주둔 미군 철수를 경계했다.

현재 미군은 터키 국경 근처의 시리아 북동부 지역에 2000여 명이 주둔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SDF에 대한 군수품 지원과 군사훈련 등을 맡아 왔다. SDF는 그동안 미국의 공습을 지원받아 시리아 동북부에서 IS 격퇴에 큰 역할을 했다. 시리아 현지에선 미군의 공백이 생기면 당장 앙숙인 터키와 SDF 간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터키는 쿠르드족이 주축인 SDF를 터키 내에서 독립을 원하는 쿠르드노동당(PKK)의 군사 조직으로 보고 소탕을 공언해 왔다.

반면 러시아는 미군 철수를 크게 환영하고 나섰다.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최대 후원자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의 공백을 틈타 러시아-이란-터키 삼각 축이 시리아 패권을 차지하고 시리아를 중동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시리아에 이어 아프가니스탄에 주둔 중인 미군 감축이 검토되고 있다는 보도 또한 잇따르고 있다. 로이터 통신 등은 “아프간에 주둔 중인 1만4000명의 미군 중 5000명 이상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아프간 미군 주둔에 대한 인내심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통신과 AP통신은 7000명가량의 미군 철수가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내년 1월 철수가 시작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 조야에선 시리아 철군 발표 다음날 아프간 주둔 미군 감축 문제가 제기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상당 규모의 아프간 미군을 복귀시킬 경우 2001년 9·11 테러로 시작된 아프간 전쟁에 대한 미국의 중대한 전략 변화”라는 분석이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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