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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실혼도 가족 인정 추진…가족 개념의 진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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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호 34면

여성가족부가 내년에 건강가정기본법 상 ‘가족의 정의’에 사실혼(동거)을 사상 처음 추가하기로 한 것은 결혼과 가족 관념 변화를 법과 제도에 담아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진선미 여가부 장관은 그제 ‘2019년 업무보고’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실혼을 법적 가족으로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에서 발의된 기본법 개정안 제3조 1호는 ‘가족이라 함은 혼인·사실혼·혈연·입양으로 형성되고 구성원의 일상적인 부양·양육·돌봄·보호·교육 등이 이뤄지는 사회의 기본단위를 말한다’로 가족 개념을 수정했다. 기존 조항보다 ‘사실혼’이 추가됐고, 가족의 구체적 역할을 분명하게 한 것이 큰 변화다.

이렇게 되면 ‘혼인한 부부와 자녀로 이뤄진’ 전통적 가족 개념은 크게 달라진다. 대가족이 핵가족을 거쳐 1인 가구로 숫자상 변화가 일어났다면, 이제는 ‘하나의 가족’이 ‘다양한 가족’으로 사회적 진화를 하게 되는 셈이다. 김숙희 가족정책과장은 “현실적으로 다양한 가족 형태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정책 대상에 사실혼 가정을 처음으로 포함해 보호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여가부는 기본법이 내년 상반기에 개정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후 가족관계등록법까지 개정되면 동거 중에 낳은 아이를 가족관계등록부에 ‘혼인 외 출생’으로 표시하지 않아도 된다. 차별이 없어지는 것이다. 여가부는 또 2020년 인구 조사 때부터 사실혼 가정 통계를 처음 도입하기 위해 통계청과 협의 중이다.

하지만 가족의 정의가 바뀌더라도 가야 할 길은 멀다. 가족관계법·민법·상속법상의 가족 개념과 충돌하는 부분을 고쳐야 하기 때문이다. 프랑스·독일·스웨덴 등은 이미 1990년대에 사실혼을 인정하는 절차법(등록제)을 마련했고 민법 등을 개정한 유럽 국가도 많다.

2030세대의 사실혼 증가뿐 아니라 최근에는 4050 세대의 이혼·사별에 따른 사실혼이 늘고 있다. 사회적 논의를 통해 변화하는 현실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가부가 법무부 등 관련 부처와의 소통을 강화해 후속 대책을 충실히 챙겨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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