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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지지율 첫 '데드크로스', 뒤집은 정부 드물다는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서는 ‘데드크로스’가 취임후 처음으로 발생했다. 한국갤럽이 21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긍정 평가는 45%, 부정 평가는 46%였다.

20일 오전 국방부 업무보고를 마친 문재인대통령이 국방부 내 대북정책을 총괄하는 부서인 북한정책과를 찾아 직원들을 격려하던중 차를 마시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일 오전 국방부 업무보고를 마친 문재인대통령이 국방부 내 대북정책을 총괄하는 부서인 북한정책과를 찾아 직원들을 격려하던중 차를 마시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역별로는 서울(긍정 49%, 부정 47%)과 호남(긍정 65%, 부정 28%)에서만 긍정평가가 우세했고 대구·경북(긍정 29%, 부정 58%), 부산·울산·경남(긍정 42%, 부정 48%), 인천·경기(긍정 46%, 부정 47%), 충청(긍정 37%, 부정 44%)에선 부정평가가 더 높았다.

연령대별로는 50대(긍정 36%, 부정 56%), 60대(긍정 32%, 부정 57%)에서 부정평가가 우세했으나 20대(긍정 53%, 부정 35%), 30대(긍정 63%, 부정 30%), 40대(긍정 50%, 부정 44%)에선 긍정평가가 더 높았다.

데드크로스에 정치권의 관심이 높은 이유는 재역전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역대 정부에서 지지율 데드크로스가 발행한 이후에도 일시적으로 다시 골든크로스(긍정평가가 부정평가를 앞서는 것)를 기록한 적은 있다. 하지만 데드크로스 발생 이후에 지지율 곡선의 전체적 흐름을 내리막에서 오르막으로 바꾸는데 성공한 정부는 한번도 없다.

여론전문가의 평가

▶한국갤럽 정지연 이사
“전 정부보다 잘 한다는 유효 기간이 끝나간다는 의미.”
“부정 평가의 가장 큰 부분인 ‘경제 안 좋다’는 이슈를 잘 관리해야 추가 하락 막을 수 있다.”
”‘큰 이벤트’가 없으면 반등은 쉽지 않고, 잘 해야 현상 유지 정도일 것이다.”

▶리서치&리서치 배종찬 본부장
“결국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비토층이 많아진 것이다. 20대 남성의 기대치 대비 실망감이 커진 것도 큰 이유.”
“비토가 많아지면 국정 운영의 부분적 마비가 오고, 사회적 갈등 확산이 오고, 이것이 뒤섞이면 남북 관계에도 장애가 될 수 있다.”
“지지율이 60%대였다면 여권이 국정을 장악하고 있어서 카풀 반대 택시 집회 같은 움직임은 없었을 것.”

앞서 리얼미터가 지난 20일 발표한 국정수행 지지율에서도 긍정vs부정 평가의 간극이 가장 좁아졌다. 긍정 평가는 46.5%(매우 잘함 22.6%, 잘하는 편 23.9%)로 취임 뒤 최저치였고, 부정 평가는 46.2%(매우 잘못함 30.4%, 잘못하는 편 15.8%)로 긍정평과와 불과 0.3%포인트 차이였다. 하루 뒤 한국갤럽의 데드크로스를 예고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조국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이 19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김종양 인터폴 총재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조국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이 19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김종양 인터폴 총재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리얼미터는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의 폭로에 따라 ‘민간인 사찰’ 공방이 확산된 것을 지지율 하락의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했다.

한국갤럽의 정지연 이사는 “부정평가의 이유 중에 ‘경제가 안 좋다’는 게 가장 다수다. 내년에 최저임금 인상이나 노동시간 이슈가 재차 불거질 텐데 이를 잘 관리해야 지지율 추가 하락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과거 정부에선 어땠나

[한국갤럽 데일리 오피니언]

[한국갤럽 데일리 오피니언]

지난해 5월 10일 취임한 문 대통령은 집권 20개월째에 데드크로스 상황을 맞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17개월째인 2014년 6월 3째주 조사에서 데드크로스가 처음 나왔다. 한국갤럽은 2012년부터 주간 정례조사를 실시했고 그 이전엔 분기별 조사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집권 1년차 2분기때 광우병 사태로 데드크로스를 맞았지만 2년차 4분기때 골든크로스로 만회했다. 그러나 집권 4년차에 들어서면서 다시 데드크로스가 일어났고 이는 임기 끝까지 이어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집권 3년차 9월까지 긍정 평가가 더 높았고, 김영삼 전 대통령도 3년차 1분기때까지는 긍정 평가가 우세했다.

(왼쪽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중앙포토]

(왼쪽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중앙포토]

데드크로스의 영향은

정치적으로 청와대의 힘이 빠진다. 당에 대한 장악력이 약해지고 여당의 내부 기류에도 변화가 온다. 지난 6월 지방선거 때만해도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은 문 대통령의 사진을 앞다퉈 걸면서 ‘문재인 마케팅’을 했지만, 다음 총선(2020년 4월) 때는 같은 현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자연스레 여권내에서 주류와 비주류의 갈등이 심화된다.

실제로 요즘에 민주당 의원들 가운데 사석에서 “경제가 죽어가고 있는데, 청와대와 당 지도부는 뭘 하는지 모르겠다”는 식의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최근 민주당이 주최한 심포지엄에서 “지금 정신 안 차리면 제2의 폐족이 오고, 민심은 싸늘히 식어갈 것이다” 같은 쓴소리도 나왔다.

여권의 대책은

배종찬 본부장은 “협치나 포용이 현실화 안 된 데다 기대치가 컸던 만큼 실망감도 커 빠른 시간 안에 지지율이 급격히 떨어진 것”이라며 “문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광화문 시대’를 구현해 분위기를 일신하는 것도 반전 카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청와대가 김정은 답방 카드로 일시적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릴 순 있겠지만 지속적으로 지지율을 견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지지율 반등의 핵심은 경제다. 어떻게 경기 침체를 극복할지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가시적인경제 성과가 나와야 민심이 돌아온다”고 말했다.

권호·최연수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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