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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주제로 3000명 모은 두 남자… "자기다움을 찾으면 그게 브랜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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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소셜 살롱> Be my B 기획한 우승우·차상우 더.워터멜론 공동대표 인터뷰 

야구와 맥주, 책을 좋아하는 두 남자가 어느 날 같은 호텔의 같은 방에 묵게 됐다. 두 사람이 속한 세계 최대의 브랜드 컨설팅 회사인 인터브랜드의 해외 워크숍 날이었다.

한 남자는 삼성 라이온즈의 팬, 다른 한 남자는 LG트윈스의 팬이었다. 이날은 LG트윈스 팬인 남자가 인터브랜드에 처음 출근하는 날이기도 했다.

그들의 관심은 여느 야구팬들과 달리 조금 특별한 구석이 있었다. 그들은 구단의 성과보다 야구단의 브랜드 로고 디자인 변경이 구단의 인지도와 선호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즉 ‘브랜드’에 더 관심이 있었다.

맥주나 책에 대한 이야기도 결국은 브랜드로 이어졌다. 그들은 자신들의 대화를 관통하는 하나의 알파벳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브랜드(brand)와 야구(baseball)·맥주(beer)·책(book)이 모두 알파벳 B로 시작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알파벳 B가 자신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깨닫고, 사람들을 모아 B로 시작하는 것들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기로 머리를 맞댔다.

이제는 평균 4대 1의 경쟁을 뚫어야 참가할 수 있는 인기 커뮤니티 ‘<브랜드 소셜 살롱> Be my B(이하 비마이비)’는 이렇게 시작됐다. 2017년 3월 시작된 이 커뮤니티는 이번 달 다섯 번째 시즌을 시작했다. 한 시즌은 3개월로 보통 10차례의 모임이 진행된다. 지금까지 모두 48차례 모임이 열렸다. 지난주 기준 3560여 명이 커뮤니티에 가입했고, 그 중 1200명 이상이 모임에 다녀갔다.

같은 호텔 방에서부터 인연이 시작됐던 두 남자는 현재 공동 창업한 브랜드 컨설팅 회사 더.워터멜론의 공동대표다. 삼성 라이온즈의 팬이 우승우, LG트윈스의 팬이 차상우 대표다. 비마이비의 확장세를 생각하면 이들의 본업이 따로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지난 1일 시작한 이번 시즌의 두 번째 모임이 열리던 지난 8일, 두 대표를 만나 재미로 시작한 이 ‘딴짓’을 지금까지 지속해올 수 있었던 힘에 대해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인기 커뮤니티 <브랜드 소셜 살롱> 비마이비(Be my B)를 기획한 브랜딩 컨설팅 회사 더.워터멜론 우승우(좌)·차상우(우) 공동대표. [사진 폴인]

인기 커뮤니티 <브랜드 소셜 살롱> 비마이비(Be my B)를 기획한 브랜딩 컨설팅 회사 더.워터멜론 우승우(좌)·차상우(우) 공동대표. [사진 폴인]

비마이비란 모임 이름이 독특해요.
차상우(이하 차) : 브랜드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B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오프라인 커뮤니티라고 할 수 있어요. B라는 알파벳은 ‘좋아하는 것’을 상징하는 기호라고 할 수 있어요. ‘우리의 본업은 브랜드를 키우는 사람이니 브랜드를 기반으로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자’ 해서 가볍게 모임을 시작했죠.  
지금까지 모임을 48번이나 진행했는데, 알파벳 B로 시작하는 게 그렇게나 많나요?
우승우(이하 우) :  생각보다 많아요. 그렇지 않은 것들은 형용사를 응용하기도 하죠. 지난 시즌에 물나무사진관과 함께했던 기획에서는 ‘B컷’이라는 콘셉트를 뽑았고요, 영화에 대한 것을 할 때는 비러브드무비(Beloved movie)라는 식으로 활용할 수도 있고요. 뭐든지 붙일 수 있어요.  

비마이비의 로고 뒤에는 세미콜론(;)이 붙어있다. 여러 가지로 확장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이들은 모임마다 비마이베이스볼(Be my B;aseball), 비마이베이커리(Be my B;akery), 비마이비러브드무비(Be my B;eloved movie)와 같이 B로 시작하는 이름을 붙이고 그 주제와 관련한 브랜드의 창업가나 대표자를 초청해 이야기를 나눈다. 자신만의 전문성과 콘텐츠를 가진 멤버들이 자신만의 세션을 직접 운영하기도 한다.

두 분은 왜 브랜드에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 거꾸로 ‘브랜드가 없으면 살 수 있을까?’라고 스스로 질문한다면, 그럴 수 없을 것 같아요. 삶과 밀접하니까요. 어떤 브랜드가 어떤 스토리를 내세우고, 사람들이 그에 공감하는 과정이 재밌어요. 야구만 해도 응원하는 구단이 다르다고 싸우기도 하잖아요. 단지 좋아하는 브랜드가 다를 뿐이고, 어쩌면 나 자신과 상관도 없는 것인데도요. (웃음) 그만큼 브랜드는 일상과 굉장히 밀접한 연관이 있어요.

: 미국에서 전략 기획 업무를 하면서 인수·합병을 검토하는데, 그때 어떤 브랜드가 가진 가치인 ‘무형 자산’을 가치 있게 평가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이후 브랜드팀으로 옮겨 신규 브랜드를 론칭하면서 브랜드의 진짜 힘을 알게 됐죠.  

그런데 브랜드가 뭔가요?
: 브랜드란 ‘자기다움’에 대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자기다움을 발견하고 차별화할 때 그 브랜드가 빛이 나죠. 저희가 ‘브랜드적 삶’이라는 말을 쓰는데요, 그건 곧 자기만의 관점, 자기만의 시선, 자기만의 콘텐츠를 가지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삶을 의미해요.

: 마트에서 어떤 사람의 카트 속에 담긴 물건만 봐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어요. 내가 하는 소소한 행동이 나를 만들죠. 그게 브랜드라고 생각해요. 제품이든 사람이든 회사든, 다른 사람과 만나는 접점에서 생기는 인식이 쌓여서 만들어지는 게 브랜드예요.  

브랜드, 하면 사실 말씀하신 것과는 다르게 좀 멋지고 화려한 것들을 떠올리게 돼요.
: 브랜드란 게 화려하고, 핵심은 없고, 뭔가 포장한 것, 감추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좋은 브랜드는 사실 본질을 잘 드러내는 것들이에요. 자신의 관점, 사고방식을 진정성 있게 드러낼 때 사람이든 기업이든 그게 브랜드가 되죠. 우 대표가 ‘브랜드적인 삶’을 언급했듯이, 굉장히 일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요.
저는 특히 밖으로 보이는 삶과 실제 삶이 일치하는 게 브랜드적인 삶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사람은 베이컨에 몇만 원을 쓰고 싶어 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죠. 다 자기 관점과 사고방식에 따라 다른 거예요. 맞고 틀린 건 없어요. 단지 일상 속에서 자기만의 관점으로 자기 삶의 방식을 찾는 것이죠.

: 비마이비의 특징 중 하나가 참가자들이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이 길다는 점이에요. 사람도 일종의 하나의 브랜드에요. 그래서 저희가 던지는 주제에 대해 참가자들이 그날 초청된 리더와 동등한 위치에서 자신이 어떤 관점을 갖고 있는지를 나누는 게 저희에게는 중요해요. 하나의 브랜드처럼 한 사람에게도 그 사람만의 매력이 있고, 비마이비에서는 그걸 나누게 하고 싶어요.  

이들은 해당 세션에 연사로 초청된 리더나 참가자 모두 동등한 위치에서 자유로이 생각을 나눌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모임 참가 인원을 20~30명 정도로 제한한다. 매주 모임 참가 희망자에게 신청서를 받아, 주제와 잘 어울리는 사람들을 선정해 초대한다. 모임 내에서 서로의 생각과 관점이 중요하게 여겨지다 보니, 참가자들 모두 자기소개만으로도 큰 만족감을 느낀다는 게 두 대표의 설명이다.

지난 12월 1일 시작한 비마이비의 &#39;19 겨울봄 시즌 첫 모임 현장. 이날 비마이비는 최근 글로벌 키즈 콘텐츠로 주목을 받고 있는 브랜드 &#39;핑크퐁&#39;을 운영하는 스마트스터디의 이승규CFO를 초대해 커뮤니티 활동을 진행했다. 현장에서 오간 이야기는 지식 콘텐츠 플랫폼 폴인에서 비마이비가 연재 중인 <브랜드 위클리Brand Weekly>를 통해 12월 28일 공개될 예정이다. [사진 비마이비]

지난 12월 1일 시작한 비마이비의 &#39;19 겨울봄 시즌 첫 모임 현장. 이날 비마이비는 최근 글로벌 키즈 콘텐츠로 주목을 받고 있는 브랜드 &#39;핑크퐁&#39;을 운영하는 스마트스터디의 이승규CFO를 초대해 커뮤니티 활동을 진행했다. 현장에서 오간 이야기는 지식 콘텐츠 플랫폼 폴인에서 비마이비가 연재 중인 <브랜드 위클리Brand Weekly>를 통해 12월 28일 공개될 예정이다. [사진 비마이비]

이는 참가자와 운영진과 초청된 리더 사이에 경계를 허무는 역할을 해, 모든 사람이 스스로 커뮤니티의 주인이라고 느낄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한다. 참가자였던 사람이 강연자로 서기도 하고, 운영진이 되기도 한다.

운영진분들도 대표님들처럼 모두 본업이 따로 있는 거로 알고 있어요. 딴짓으로 하기에 손이 많이 가는 일인 것 같은데 그런데도 다들 이 커뮤니티에 애정이 많으신 것 같아요.  
: 저희가 브랜드 업계에서 쌓아온 경험으로 운영진에게 도움을 많이 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특히 1~3년 차의 주니어 중에 역량은 좋은데 회사에서 작은 일만 하다 보니 자신의 기획을 해보고 싶은 욕구를 채우지 못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그런 친구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기획을 해볼 수 있게 하고, 책임을 지거나 도움을 줘야 하는 부분은 저희가 챙기는 식으로 운영하는데, 그게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아요. 그들 자신도 일을 하는 데 필요한 네트워크를 얻을 수 있고요.
또 사람들이 ‘우리’라는 단어에 목말라 하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회사가 그 역할을 했는데, 이제는 그게 점점 사라지죠. 그래서 더 끈끈한 ‘우리’를 비마이비에서 경험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운영진들은 자기들끼리도 새로운 걸 기획해 다른 활동들을 하기도 해요.  
주니어들을 브랜드 전문가로 인큐베이팅하는 하시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 사실 저희도 시간상으로 어렵기는 해요. 저희가 공동대표로 있는 더.워터멜론도 스타트업이니까요. 하지만 저희가 지향하는 건 ‘브랜드 씽킹 플랫폼(Brand Thinking Platform)’이에요. 브랜드와 관련해 의미 있고 재미있는 일, 사회적 아젠다를 던지고 고민하는 커뮤니티가 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 함께 하는 모든 분께 가치를 드리고 싶고요. 이게 결국 저희 사업인 더.워터멜론과도 연결이 돼요. 비마이비가 커지면서 더.워터멜론의 지원군이 되기도 했어요.

비마이비는 지난 시즌부터 자발적으로 살롱을 운영할 운영진을 모집하는데, 그 경쟁률만도 5대 1에 달한다. 스타트업 마케터, PR 컨설턴트, 제품 기획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6~8명이 함께 기획 아이디어를 내고 커뮤니티를 운영한다.

12월 1일부터 시작된 이번 ‘19 겨울·봄 시즌의 주제는 ‘린 브랜드(Lean Brand)’다. ‘린 브랜드’란 아이디어를 테스트하기 위해 시제품을 빠르게 만들고 시장 반응을 반영해 다시 더 나은 제품을 만드는 방식의 ‘린 스타트업(Lean Startup)’ 개념에서 착안한 말이다. 브랜드 또한 작게 시작해 다양한 실험을 하며 성장해온 ‘린 브랜드’가 존재한다는 게 두 대표의 설명이다. 우 대표는 말한다.

비마이비의 성장 과정도 린 브랜딩의 과정이에요. 둘이 이야기하다가 작게 시작한 게 지금은 3500명이 모이는 커뮤니티가 됐죠. 작게 시작해 빠르게 피드백을 받고 새로운 전략을 세우는 식이죠. 그런데 많은 브랜드가 자신이 린 브랜드 전략을 취했는지는 알지 못해요. 린 브랜드라는 틀에서 여러 작은 브랜드들의 노력을 살펴보고 싶어요.

이번 시즌 모임은 이미 두 차례 진행됐다. ‘핑크퐁’ 브랜드로 전 세계 키즈 콘텐츠 시장을 흔들고 있는 스마트스터디와 분식 업계에서 마케팅 실험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 ‘죠스 푸드’가 초대됐다. 비마이비는 각각 핑크퐁의 대표 콘텐츠인 '베이비 샤크(baby shark)'와 죠스푸드의 핵심상품인 '분식'을 주제로 내세워 역시 알파벳 B와 엮었다. 앞으로 볼드(bold)체와 백패킹(backpacking) 등 다양한 주제의 모임이 준비되어 있으며 한글 서체 브랜드 산돌 등의 브랜드가 초대될 예정이다.

정규 시즌에서 열리는 모임 외에 진행되는 린브랜드 관련 행사도 다양하다. 베이컨 제품에 개성 있는 디자인을 입혀 주목을 받은 ‘사실주의 베이컨’, 1940년대부터 빵을 만들어온 ‘태극당’ 등 작지만 강한 브랜드에 대한 모임도 진행된다.

이번 시즌의 모임들은 처음으로 기록으로 남는다. 지식 콘텐츠 플랫폼 폴인(fol:in)에서 14일 연재를 시작하는 스토리북 <브랜드 위클리Brand Weekly>다. 살롱에서 오가는 이야기를 더 많은 이들과 나누기 위해 폴인과 비마이비가 손을 잡았다. 매주 금요일, 직전 살롱에서 오간 이야기가 업데이트된다.

비마이비가 12월 21일부터 지식 콘텐츠 플랫폼 폴인에서 연재하는 디지털 콘텐츠 <브랜드 위클리> 커버 [사진 폴인]

비마이비가 12월 21일부터 지식 콘텐츠 플랫폼 폴인에서 연재하는 디지털 콘텐츠 <브랜드 위클리> 커버 [사진 폴인]

두 대표에게 이 살롱을 운영하는 일은 본업이 아닌 ‘딴짓’이다. 하지만 이들의 딴짓은 ‘자기다움’을 찾아 나선 많은 이들에게 큰 의미를 주고 있다. 이것이 지난해 봄 스무 명으로 시작한 작은 모임이, 1년 사이 4대 1의 경쟁을 뚫고서라도 참석하고 싶은 모임이자 3500여명 열성 멤버의 놀이터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이다.

노희선 에디터noh.hees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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