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강릉 펜션 참사의 원인을 교육현장에 돌리는 듯한 실태 점검을 지시해 일선 학교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20일 교육부에 따르면 유 부총리는 전날 대학수학능력시험 이후 고등학교 3학년 교육과정 운영 전수 조사와 개인체험학습 실태 점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는 고3 수험생들이 수능 이후 한달여 간 마땅한 교육 프로그램 없이 방치되고 있는지, 체험학습 명목으로 고교생이 장기 투숙하는 여행이 있는지 신속 점검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교육부는 학교장이 학생들의 교외 개인체험학습에 대한 철저한 안전 점검을 확인한 뒤 승인하도록 당부했다.
학교 현장에서는 유 부총리가 사고 원인을 엉뚱하게 교육 현장으로 지목해 사안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는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송원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대변인은 “비록 희생자들의 신분이 학생이라 하더라도 사고 원인은 숙박시설의 안전관리 미비이며 그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은 지방자치단체와 상급기관인 행정안전부로 귀속되는 것이 상식”이라며 “단지 희생자의 신분이 학생이라는 이유로 학교와 교사에게 무한책임을 지게 하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개인체험학습에 대해서도 “그동안 교육당국이 권장해온 일”이라며 “해당 학교에서 법령이 정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체험학습을 허용했다면 책임을 추궁할 문제가 전혀 아니라”고 덧붙였다.
정성식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도 “학교와 교사가 학생 방치를 했다는 식의 유 부총리의 발언에 현장은 상처를 입는다”며 “유 부총리는 사회부총리로서 숙박업소 안전실태를 전수조사하고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관련 부처에 촉구해야 했다”고 비판했다.
사고만 나면 무조건 금지부터 하는 교육당국의 대처 방식에 대해서 학생들도 반발하고 있다.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자신을 고등학교 3학년이라 소개한 누리꾼이 “(체험학습 관련) 예약까지 다 했는데 (학교에서) 이제 와서 안 된다고 한다”며 “세월호 참사 때문에 수학여행 금지, 지금은 체험학습 금지 이렇게 잠시만 금지한다고 바뀌는 건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해당 글 외에도 “가스누출로 사고가 났는데 왜 문제를 체험학습 쪽으로 돌리는가”라는 내용의 항의의 글이 청원 게시판에 이어졌다.
앞서 교육부는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5일이 지난 상황에서 “(세월호 참사는) 수학여행 중 발생한 사고”라며 초·중·고교의 1학기 수학여행을 중지하겠다고 밝혀 논란을 일으켰다. 2014년 2월 경주 마우나리조트 건물이 무너져 부산외대 학생 9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을 당시에는 학생회 주최 새내기 오리엔테이션 폐지를 검토했다가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다.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유 부총리는 이날 강릉 펜션 참사로 숨진 학생들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신촌세브란스 병원에서 기자들에게 “교사들에게 책임을 묻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학부모의 말을 전했다.
이날 유 부총리는 유족을 만나고 나와 “저도 또래 아들이 있다”며 5분간 눈물만 흘렸다. 이후 “한 어머니는 사고 원인이 다른 곳에 있는데 선생님들의 잘못처럼 책임을 묻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며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고 잘 따르던 좋은 분들인데 선생님들이 힘들고 상처 받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고 얘기해 주셨다”고 전했다. 이어“안전은 수만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고, 앞으로 체험학습이 안전해지도록 시스템을 더 면밀하게 챙기겠다”고 밝혔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