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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국민연금 10년 내도 기초연금 많으면 누가 가입하겠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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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정부가 다음 주 중 국무회의를 열어 국민연금 개편안을 의결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결재하면 국회로 이송된다. 네 가지 개편안을 두고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대표적인 비판이 현행 유지다. 손도 안 대는 게 무슨 개편안이냐는 것이다.

다음으로 ‘현행 유지+기초연금 25만원→40만원’ 안이다. 기초연금 40만원이 적은 것 같지만 최고소득자가 10년 보험료를 부어도 여기에 못 미친다고 한다. 보험료 부과 소득의 상한선이 있는데 그게 468만원이다. 최고소득이다. 여기에 드는 사람이 올 1월부터 10년 보험료를 성실하게 납부해도 노후에 받는 연금이 37만910원에 불과하다. 매달 42만1200원(직장인의 경우 절반은 회사 부담)의 보험료를 내도 기초연금 40만원에 못 미친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국민연금 평균소득 가입자(월 227만원)도 15년 보험료를 부어 봐야 40만원이 안 된다.

국민연금이 적은 탓도 있지만 ‘매달 40만원’이란 기초연금이 결코 쉬운 돈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데도 국민연금을 개혁할 자신이 없어서인지 기초연금을 40만원으로 올리겠다니 그 발상이 한심하기 짝이 없다. 기초연금은 세금이 재원이다. 직장인이나 자영업자의 절반 내외가 세금을 한 푼도 안 낸다. 그래도 기초연금이 40만원 나오고, 연금보험료를 10년 내도 이보다 적다면 누가 성실하게 보험료를 내고 싶겠는가. 김연명 사회수석은 지난 9월 교수 시절 문 대통령이 주최한 포용국가전략회의에서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포용사회분과위원장’ 자격으로 이 같은 기초연금 인상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래놓고 스스로 개편안으로 제시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연금 개혁 대상은 국민연금이다. 이건 내버려두고 손쉬운 기초연금 인상을 택한다면 후세대에 막대한 부담을 지우고 국민연금마저 훼손하는 부작용을 낳게 된다. 국회 논의에서 이 점을 따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