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회 중앙시조대상] 세상과 통하는 나만의 목소리

중앙일보

입력 2018.12.21 00:07

업데이트 2018.12.21 01:18

지면보기

종합 25면

중앙신인문학상 시조 부문 이현정 

어떤 말을 벼려 쓰면 후회가 남지 않고 기억에 남는 소감이 될까 밤잠을 설치며 고민했습니다. 고민의 끝을 거듭 짚어 봐도 제한된 지면 안에 진심과 감사를 담는 것 외에는 답이 없기에, 소박하고 담박하게 소감을 전해 봅니다.

감정의 맨살을 그대로 드러낸 거친 질감의 시조, 더 무두질해야 할 시조를 꼭두에 올려주신 심사위원님께 먼저 감사드립니다. ‘내가 창작한 작품, 나만의 목소리로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은 저의 오랜 꿈이었습니다. 이제 그 꿈의 길목에 한 걸음을 뗀 기분입니다. 두 발이 가뿐하고 또한 무겁습니다.

어머니처럼 저를 위해 기도해주는 동생과 누구보다 뿌듯해 하실 아버지, 자기 일 마냥 기뻐해준 친척들, 친구들, 동료들께도 감사를 전합니다. 당신들이 있기에, 여기에 제가 있습니다.

할아버지는 비록 야인이셨지만 시를 참 잘 쓰셨습니다. 시를 쓰고 싶다는 손녀에게 “온 마음으로 사랑하며 대상을 바라보라”고 종종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씀을, 말씀에 담긴 마음을 시금석으로 삼겠습니다.

처음 시조에 눈 뜨게 해주시고 불초 제자를 어르고 달래며 정진케하시는, 존경해 마지않는 이정환 선생님께 마지막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대학 시절, 좌우명을 써 내라 하시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이음말만 쓴 적이 있었습니다. 그 이음말에 담긴 진정성을 알아보셨던 스승님 덕분에 이 영광의 자리에 제가 설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 마음으로 사랑하고 새롭게 바라보며 깊이 천착하여 오래, 오래도록 쓰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뿔,뿔,뿔
고요했던 순물질
비등점에
닿는 순간

최선의 방어이자
최후의 공격으로

뿔, 뿔, 뿔
들끓어 오르지
맹렬해진
심장의 서슬

차오르던 역한 기운
포화점을
넘는 찰나

한 모금 혼돈주로도
솟구치는 혀의 돌기

이맛전
짓이겨져도
치받아버리지


◆ 이현정
이현정

이현정

1983년 경북 안동 출생. 대구교육대 졸업. 경북대 교육대학원 상담심리전공. 대구광역시교육청 학교생활문화과 파견 재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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