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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회 중앙시조대상] 세상과 통하는 나만의 목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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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중앙신인문학상 시조 부문 이현정 

어떤 말을 벼려 쓰면 후회가 남지 않고 기억에 남는 소감이 될까 밤잠을 설치며 고민했습니다. 고민의 끝을 거듭 짚어 봐도 제한된 지면 안에 진심과 감사를 담는 것 외에는 답이 없기에, 소박하고 담박하게 소감을 전해 봅니다.

감정의 맨살을 그대로 드러낸 거친 질감의 시조, 더 무두질해야 할 시조를 꼭두에 올려주신 심사위원님께 먼저 감사드립니다. ‘내가 창작한 작품, 나만의 목소리로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은 저의 오랜 꿈이었습니다. 이제 그 꿈의 길목에 한 걸음을 뗀 기분입니다. 두 발이 가뿐하고 또한 무겁습니다.

어머니처럼 저를 위해 기도해주는 동생과 누구보다 뿌듯해 하실 아버지, 자기 일 마냥 기뻐해준 친척들, 친구들, 동료들께도 감사를 전합니다. 당신들이 있기에, 여기에 제가 있습니다.

할아버지는 비록 야인이셨지만 시를 참 잘 쓰셨습니다. 시를 쓰고 싶다는 손녀에게 “온 마음으로 사랑하며 대상을 바라보라”고 종종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씀을, 말씀에 담긴 마음을 시금석으로 삼겠습니다.

처음 시조에 눈 뜨게 해주시고 불초 제자를 어르고 달래며 정진케하시는, 존경해 마지않는 이정환 선생님께 마지막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대학 시절, 좌우명을 써 내라 하시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이음말만 쓴 적이 있었습니다. 그 이음말에 담긴 진정성을 알아보셨던 스승님 덕분에 이 영광의 자리에 제가 설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 마음으로 사랑하고 새롭게 바라보며 깊이 천착하여 오래, 오래도록 쓰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뿔,뿔,뿔

고요했던 순물질
비등점에
닿는 순간

최선의 방어이자
최후의 공격으로

뿔, 뿔, 뿔
들끓어 오르지
맹렬해진
심장의 서슬

차오르던 역한 기운
포화점을
넘는 찰나

한 모금 혼돈주로도
솟구치는 혀의 돌기

이맛전
짓이겨져도
치받아버리지


◆ 이현정

이현정

이현정

1983년 경북 안동 출생. 대구교육대 졸업. 경북대 교육대학원 상담심리전공. 대구광역시교육청 학교생활문화과 파견 재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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