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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회 중앙시조대상] 어두웠던 지난 10여 년 시조로 버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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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중앙시조신인상 백점례

지난날 내 삶의 배경은 어둠이었습니다. 세상으로 가는 길을 놓치고 자주 앓아눕곤 했지요. 시인이 되고 싶어서가 아니라 무언가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습니다. 진정 시조는 쓰러지는 나를 지탱해 주는 버팀목이었지요.

간결하고 감동을 주는 우리의 시인 시조를 만난 지 어언 10여 년이 되었습니다. 시조의 매력에 푹 빠져 처음 수년간은 하루 서너 시간만 잠을 자고 시조를 썼습니다.

그러던 차에 오늘 크나큰 기쁨이 찾아왔습니다. 중앙시조신인상은 더할 나위 없이 제게 용기를 주는 최상의 상찬입니다. 앞으로 이보다 더 큰 기쁨이 내게 있을 수 있을까요. 중앙일보사와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깊이 감사 드리며, 더불어 무거운 숙제도 같이 받았음을 가슴 깊이 새깁니다. 앞으로 진솔하고 따뜻한 시조를 쓰겠습니다.

시조를 품으면서 내가 희망을 가졌듯이 어렵고 힘든 이웃에게 위로가 되는 시조 쓰기에 더욱 매진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아버지의 말

틀니를 걷어내자 우물이 드러났다
뉘 하나 빠질 듯이 깊숙이 파인 채로

고인 말 퍼내고 싶어
움찔거리는 파장으로

거친 껍질 부수고 깬 굴곡의 팔십 평생
모 닳다 모지라져 뿌리까지 뽑힌 자리

끝내 다 못 전한 말을
우물우물 삼킨다

◆ 백점례

백점례

백점례

1959년 충남 부여 출생. 제1회 천강문학상 시조 대상. 제6회 한국시조시인협회 신인상. 시집 『버선 한 척』 『나뭇잎 물음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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