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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애플 창업 때도 성공 점친 사람 없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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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구글·애플도 처음엔 아무도 성공하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혁신 기업 성공의 방정식이란 없다.”

연세대 기업가정신 콘퍼런스 #혁신기업 성공방정식은 없어 #일탈적 아이디어 허용이 비결 #혁신 생태계 창조하는 건 기업 #정부는 지원하는 촉진자 역할만

지난 14일 연세대 경영대학이 주최한 ‘기업가정신 에코시스템’ 글로벌 콘퍼런스에 모인 국내외 석학들의 진단이다.

14일 연세대 콘퍼런스에 발표하고 있는 패널. 사진은 살바토레 제코니 의장. [사진 연세대 경영대학]

14일 연세대 콘퍼런스에 발표하고 있는 패널. 사진은 살바토레 제코니 의장. [사진 연세대 경영대학]

실리콘밸리와 기업가 정신 관련 석학 윌리엄 바넷 미 스탠퍼드대 교수, 살바토레 제코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업가정신 워킹그룹 의장, 쉬동가오 중국 칭화대 교수, 미하엘 보이보데 독일 만하임대 교수, 이지환 한국 카이스트 교수 등이 참석한 이 콘퍼런스에서 발표자들은 “국가나 기관에서 정답을 조성해놓고 따라 하라는 요구를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바넷 교수는 “구글·페이스북·혼다·애플· 타오바오·포스코 같은 훌륭한 기업의 공통점은 생길 때 많은 사람이 반대했다는 것”이라며 “성공 방정식을 좇는 대신 일탈적(deviant) 아이디어를 허용해야 혁신 기업이 생겨난다”고 말했다. 콘퍼런스 좌장인 이무원 연세대 경영대 교수는 “한국은 국가나 기관이 혁신 생태계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이 성공 방정식을 제시하기보다는 민간에서 성공 방정식이 도출될 수 있는 문화를 확산해야 한국서도 구글, 아마존이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발표 내용 요약.

◆살바토레 제코니=기업가들이 지역 기반 혁신 생태계의 중심이 돼야 한다. 한 지역 혁신 생태계의 성공을 다른 지역에서 그대로 복제할 수 없다는 게 여러 연구로 드러났다. 하지만 모든 성공한 혁신 도시의 공통점은 기업가를 어떻게 언제 지원해야 하는지 아는 능력 있고 세심한 정부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혁신 생태계를 절대 ‘창조’하지 못하고 다만 ‘성장을 촉진할 수 있을 뿐’이란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14일 연세대 콘퍼런스에 발표하고 있는 패널. 사진은 윌리엄 바넷 교수. [사진 연세대 경영대학]

14일 연세대 콘퍼런스에 발표하고 있는 패널. 사진은 윌리엄 바넷 교수. [사진 연세대 경영대학]

◆윌리엄 바넷 미 스탠퍼드대 교수=실리콘 밸리에서 수십년간 수많은 혁신 기업들의 성장을 지켜봤지만, 이들의 성공은 창업할 시점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지금의 성공을 보고 과거에 무엇을 해서 성공했는지 돌아볼 뿐인 ‘과거 합리화’에 빠져 있다. 혁신 기업을 키우려면 합의되지 않는(non-consensus) 아이디어를 장려해야 한다. 이런 ‘일탈적’ 아이디어는 처음엔 어리석어 보일 수 있지만, 카피캣이 나오지 않고 천재성을 띨 가능성이 크다.

14일 연세대 콘퍼런스에 발표하고 있는 패널.사진은 미하엘 보이보데 교수. [사진 연세대 경영대학]

14일 연세대 콘퍼런스에 발표하고 있는 패널.사진은 미하엘 보이보데 교수. [사진 연세대 경영대학]

◆미하엘 보이보데 독일 만하임대 교수=독일의 대표적 성공 혁신 생태계인 ‘하이델베르크’의 사례를 보면, 지역적 집적도가 눈에 띈다. 혁신 기업들의 파트너들이 90㎞ 반경에 있다. 연구개발 등을 협력하는 SAP·머크·바스프·로슈 등 대기업도 근처에 있고, 9개 대학과 연구기관이 자리해 있다. 하이델베르크 클러스터 기업이 올린 매출 합계는 2000억 유로(약 256조원)가 넘는다. 이들은 인근 대기업과 단순 하청 구조가 아니라 대학-혁신 기업-대기업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개방형 이노베이션’ 시스템으로 굴러 간다.

◆쉬동가오 중국 칭화대 교수=중국 선전 BGI는 현재 세계 최대 규모 지놈 시퀀싱 분석 기업으로 성장했다. 드론분야 세계 1위인 DJI나 음성인식 분야 최강자인 중국 아이플라이(iFly), OLED패널 생산 기업인 비져녹스(Visionox)도 중국의 대표적 기술형 혁신 기업이다. 이들의 특징은 대학이 기반이 됐다는 것. 칭화대는 칭화솔라, 비져녹스 등 혁신 기업이 출발한 곳, 하얼빈기술연구원은 로보틱스와 레이저 커뮤니케이션의 강자다. 이들 대부분은 ‘패스트 팔로워’가 아닌 기술 기반의 혁신 리더들이다. 중국 정부의 정책, 특히 미국과의 외교 관계는 현재 중국 혁신기업들에게 큰 위기 요인이기도 하다.

◆이지환 카이스트 교수=한국 스타트업 ‘만드로’는 3D(차원) 프린터로 전자 의수를 기존의 40분의 1 비용으로 제작하는 혁신 기업이다. 외부 전원 없이도 폐식용유로 작동하는 LED 램프를 개발한 한국 스타트업 ‘루미르’는 다이슨 창업자 제임스 다이슨이 주는 상(국내 부문)을 받기도 했다. 반려동물 관련 한국 소셜벤처 ‘밸리스’는 포식 외래종 물고기 배스를 원료로 해 원재료 값이 거의 들지 않는 반려동물 영양보충제를 만들기도 했다. 모두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잘 나가는 나라의 사례를 벤치마킹하기 보다는 한국 내의 사회, 경제적 니즈를 찾아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

최지영 기자 choi.ji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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