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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 7년째 문화ㆍ복지 소외”…고양 ‘삼송지구’ 장탄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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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삼송동 삼송택지지구(507만㎡) 18단지, 19단지 앞. 아파트 단지 도로변에 잡초만 무성한 광활한 면적의 공터가 자리 잡고 있다. 문화시설 부지 1만3069㎡와 사회복지시설 부지 1만7321㎡ 공터 경계에는 어른 키 높이로 펜스가 쳐져 을씨년스러웠다. 박종원 삼송지구아파트입주자대표연합회 회장은 “대규모 문화·복지시설이 들어선다는 정부의 계획만 믿고 입주했다가 낭패를 당했다”고 항변했다.

그는 “2012년 삼송지구 첫 입주 후 6년이 지나도록 정부가 약속한 문화·복지시설이 조성되지 않아 주민들만 고통을 당하고 있다”며 “특히 대상 부지는 고양시가 개발 주체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매입도 하지 않은 상태여서 희망도 보이지 않는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정부의 약속만 믿고 아파트 분양을 받았는데 7년째 구체적인 문화·복지시설 조성 계획조차 수립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니 주민들이 ‘사기 분양’를 당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지난 18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삼송지구. 첫 입주후 7년째인데도 택지지구 가운데 허허벌판으로 남은 문화ㆍ복지시설 부지. 전익진 기자

지난 18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삼송지구. 첫 입주후 7년째인데도 택지지구 가운데 허허벌판으로 남은 문화ㆍ복지시설 부지. 전익진 기자

입주자대표연합회에 따르면 삼송지구 2만여 가구, 6만여 명 주민은 이에 따라 체육관·문화공연장·수영장·노인복지관 등을 이용하기 위해 고양시 화정·일산 등지로 장거리 원정길에 나서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택지지구 가운데 맨땅이 덩그러니 남아 있어 도심 미관 마저 헤치고, 여름이면 파리·모기 등 해충이 들끓고 뱀이 출몰하는 등 이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형편이다.

“정부 계획 믿고 분양받았는데” #화정ㆍ일산으로 문화ㆍ복지 원정 #광활한 빈땅 도심미관까지 헤쳐 #주민 “시가 서둘러 부지 매입해야” #고양시 “재정 형편상 어려워, LH는 #사회기반시설을 적극 마련해야” #LH “지자체가 부지 조성원가에 #매입하도록 관련법상 규정돼”

이날 현장을 찾은 채수천 경기도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우선 대규모 택지개발로 막대한 이익을 창출한 LH는 정확한 이익 내역을 공개하고, 이익금의 일부를 택지지구에 환원하는 차원에서 제공한 가능한 부지를 입주민들에게 무상공급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와 함께 고양시도 LH와 부지 인수 협의에 박차를 가해 서둘러 해당 시설 조성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진 삼송지구아파트입주자대표연합회]

[사진 삼송지구아파트입주자대표연합회]

주민들은 최근 고양시장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고양시가 LH로부터 조속히 부지를 매입해 문화·복지시설을 조성해 달라”고 요청했다. 주민들은 입주 후 줄곧 고양시에 부지매입과 시설 조성을 촉구해 왔다. 지난해 9월에는 5565명이 연대 서명한 탄원서를 고양시 내고, “고양시는 삼송 택지개발지구계획에 따른 문화체육시설 및 사회복지시설 공공부지를 조속히 매입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해 11월엔 문화복지시설 부지 공터에서 ‘문화체육시설 및 사회복지시설 착공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삼송지역 주민 어울림 페스티벌’을 열기까지 했다.

하지만 고양시는 “어려운 시 재정 형평상 수백억원의 부지매입비와 수천억원의 건축비를 감당할 여건이 안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삼송지구 주민들은 “고양시가 예산부족으로 사업 추진이 어렵다면 시가 임대형 민자사업(BTL) 등의 방식으로 민간자본을 유치해 문화·복지시설을 조성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고양시는 수익성에 치중한 LH의 개발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LH 측에 공공택지지구 주민을 위한 사회기반시설을 적극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재준 고양시장은 “택지개발로 인한 이익은 LH가 얻고 공공시설, 문화·복지시설, 주차장, 도서관 등 주민 삶에 필수불가결한 기반시설 건립비용은 105만 고양시민에게 고스란히 전가되는 불합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시장은 “택지지구 내 문화·복지시설 설치가 마치 확정된 것처럼 주민들에게 홍보하고 정작 분양 후에는 필요하면 지자체가 부지를 매입해서 직접 지으라는 ‘나 몰라라식’ 개발방식은 무책임함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기도 고양시 삼송지구 문화ㆍ복지 시설 부지 위치도. [사진 삼송지구아파트입주자대표연합회]

경기도 고양시 삼송지구 문화ㆍ복지 시설 부지 위치도. [사진 삼송지구아파트입주자대표연합회]

현재 LH는 고양시에 삼송, 원흥 지구 등 5개의 공공택지지구와 덕은 도시개발사업지구까지 총 6개의 택지개발사업을 추진 중이다. 법령에 따르면 공공택지지구 내 공공시설, 문화·복지시설, 주차장, 도서관 등 사회기반시설은 지자체가 조성해야 한다. 이에 따라 고양시가 향후 LH로부터 부지를 매입해 지어야 할 기반시설은 52개에 달하며 토지매입비만 해도 4000억 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시는 예상하고 있다.

이에 대해 LH고양사업본부 관계자는 “관련법상 문화·복지시설 등은 지자체가 조성원가에 매입하도록 규정돼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다만 입주민들의 불편 해소를 위해 앞으로 3기 신도시 조성 과정에서는 문화·복지시설 등을 공원시설 부지 내에 공공이 조성하도록 최근 정부에 관련 지침 개정을 건의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재준 고양시장은 “LH가 책임 떠넘기기를 계속할 경우 향후 경기도 31개 시장·군수와 연대해 문제 해결을 촉구할 것”라며 강한 대응 의지를 밝혀 마찰이 예상된다.

고양=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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