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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아이디 ‘가정 행복’이었던 故 김용균 꿈은 정규직…텅 빈 기숙사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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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 고 김용균 씨의 분향소가 마련돼 있다. [뉴스1]

1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 고 김용균 씨의 분향소가 마련돼 있다. [뉴스1]

태안화력발전소 운송설비 점검 중 목숨을 잃은 김용균(24·한국발전설비)씨 기숙사 책상에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관련 책들이 즐비했다. 공기업 입사를 꿈꿨던 그는 힘들게 일하면서도 기숙사에서 틈틈이 공부했다.

18일 유족 등이 공개한 김씨 기숙사에 남아 있던 유품들에 따르면 김씨는 홀로 사는 생활이 아직은 어색했던 듯 기숙사 침대맡에 외출 전 체크 사항을 적어 둔 메모를 붙여뒀다. ‘가기 전 체크’라는 말이 적힌 이 메모에는 전등 켜짐 유무와 장판과 가스 밸브를 확인해야 한다는 김씨의 글씨가 적혀 있었다.

김씨 어머니 김미숙씨는 이날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아들이) 첫 월급 타고 양손에 홍삼이랑 영양제, 비타민 화장품을 사 가지고 왔다”고 말했다. 이어 “엄마·아빠 생일을 잊지 않는 등 아들이지만 딸 역할까지 해 왔다”고 했다.

‘어떤 아이였나’라는 질문엔 “태안화력발전소 일을 하기 전까지 줄곧 같이 살았다”며 “용균이는 부모가 웃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좋아했다. 카카오톡 아이디가 ‘가정 행복’일 정도였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에서 '내가 김용균입니다, 비정규직 이제는 그만'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이들은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였던 고인이 남긴 손피켓을 들고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대통령과 대화 요구와 투쟁계획 등을 밝혔다. [뉴스1]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에서 '내가 김용균입니다, 비정규직 이제는 그만'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이들은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였던 고인이 남긴 손피켓을 들고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대통령과 대화 요구와 투쟁계획 등을 밝혔다. [뉴스1]

어머니 김씨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청한 상태다. “아들이 생전에 팻말을 들으며 했던 ‘비정규직 철폐’를 (대통령에게) 말하고 싶다”고 했다. 19일에는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안전사회소위원회 주관으로 열리는 ‘안전한 사회를 위한 토론회’에 참석해 아들의 죽음에 관해 이야기할 예정이다.

김씨는 지난 9월 한국발전기술 산하 태안사업소에 취업했다. 몇 개월 기다리면 집에서 가까운 김천사업소에도 취업할 수 있었지만, 가정형편 때문에 태안사업소에 취직했다. 하지만 김씨는 입사 3개월만인 지난 11일 오전 1시께 설비 점검 도중 기계 장치에 몸이 끼어 목숨을 잃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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