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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사니? 난 구독해’…자동차 구독 서비스, 시장 판도 바꿀까

중앙일보

입력

“넌 사니? 난 구독해”
현대자동차그룹의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가 자동차 구독 서비스(subscription service)를 국내에 선보이면서 이른바 ‘모빌리티(이동성)’로 대변되는 자동차 시장 판도의 변화가 예상된다.

자동차 구독 서비스란 2017년을 전후해 고급 자동차 브랜드가 미국·유럽 등지에서 시작한 새로운 자동차 이용방식이다. 차량공유(car sharing)·차량호출(car hailing) 등과 같이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고 이용할 수 있는 공유경제의 일종이다. 소비자가 물건을 사는 대신 매달 일정 금액을 내고 정기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물건을 배송받을 수 있어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나 ‘구독 상거래(subscription commerce)’라 불린다.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면 자동차를 구매하는 대신 일정 금액을 내고 원하는 차량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장기 렌터카나 리스와 비슷하지만 차를 자유롭게 교체할 수 있고, 중도해지 수수료가 낮거나 없으며 사고처리·보험·정비·세금 등을 운용회사가 부담해 편리하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제네시스는 지난 13일 출시한 구독 서비스에 ‘제네시스 스펙트럼’이란 이름을 붙였다. 월 149만원의 ‘구독료’를 내면 중형 세단 G70과 준대형 세단 G80·G80스포츠 3개 모델을 매월 최대 2회씩 바꿔 탈 수 있다. 플래그십 세단인 G90도 매월 48시간(2일) 동안 이용할 수 있다. 현대캐피탈의 카셰어링 플랫폼인 ‘딜카’와 중소 렌터카 업체가 참여하며 누적 주행거리 1만㎞ 미만의 신차를 제공한다. 전용 애플리케이션으로 가입하고 차량을 교체할 수 있다. 차량을 교환할 때는 배송기사가 직접 차를 가져오고 받아간다.

국내에서 처음 구독 서비스를 선보인 건 BMW 미니다. 미니는 커넥티드카 플랫폼 기업인 에피카와 손잡고 지난 11월 ‘올 더 타임 미니’란 이름의 구독 서비스를 출시했다. 제네시스와 마찬가지로 애플리케이션으로 자유롭게 미니의 차량을 골라 탈 수 있다.

BMW 미니는 지난 11월 커넥티드카 플랫폼 업체인 에피카와 함께 국내 최초로 자동차 구독 서비스인 '올 더 타임 미니'를 출시했다. [사진 에피카]

BMW 미니는 지난 11월 커넥티드카 플랫폼 업체인 에피카와 함께 국내 최초로 자동차 구독 서비스인 '올 더 타임 미니'를 출시했다. [사진 에피카]

자동차 구독 서비스는 포르쉐·메르세데스-벤츠·BMW와 캐딜락 등 고급차 브랜드가 지난해부터 선보였다. 포르쉐는 지난해 11월부터 미국 애틀랜타에서 ‘포르쉐 패스포트’란 이름의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 월 2000달러·3000달러 두 가지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며 스포츠유틸리티차량인 마칸·카이엔부터 스포츠카 911카레라까지 전 차종을 골라 탈 수 있다.

BMW는 올 4월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억세스 바이 BMW’라는 구독 서비스를, 메르세데스-벤츠는 올 6월부터 필라델피아와 내슈빌에서 ‘메르세데스-벤츠 콜렉션‘이란 이름으로 구독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캐딜락은 지난해부터 뉴욕과 댈러스, 로스앤젤레스 등에서 ‘북 바이 캐딜락’이란 구독 서비스를 진행했다. 월 1500달러를 내면 캐딜락 전 차종을 연 18회 바꿔 탈 수 있다. 캐딜락은 해당 서비스를 이달 초 종료하고, 새로운 구독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자동차 구독 서비스가 국내에도 상륙했지만, 시장 판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월 구독료가 차량 할부금액이나 장기 렌터카 비용과 비슷하거나 높은데다, 아직도 자동차는 ‘재산’으로 여기는 소비자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동차는 구매해 소유하는 것이란 고정관념이 깨지고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가 퍼질 것이란 데는 이견이 없다.
현대차는 제네시스에 이어 ‘현대 셀렉션’이란 이름으로 구독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쏘나타·투싼·벨로스터를 돌려 타고 월 1회, 48시간 동안 그랜드스타렉스·팰리세이드·코나일렉트릭을 이용할 수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특별히 차량 관리에 신경 쓰지 않고 다양한 차량을 ‘경험’하고 싶은 고객이 구독 서비스의 타깃”이라며 “모빌리티 시대에 맞춰 다양해진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것이 자동차 구독 서비스의 목표”라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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