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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용균씨, 한국사 1급 따며 공기업 꿈꿨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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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꿈 많던 학창시절의 김용균씨 모습. 구미=김정석기자

꿈 많던 학창시절의 김용균씨 모습. 구미=김정석기자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목숨을 잃은 김용균(24·한국발전설비)씨는 대학때부터 고용이 안정된 공기업 입사를 꿈꿨다.
18일 그가 다녔던 대학과 고교 등에 따르면 김씨는 2013년 대구의 A 대학에 입학했다. 구미에서 열차로 통학하면서 전기기능사 자격증과 한국사능력 1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고1 때 교내 영어경시대회 2등 #대학 땐 전기기능사 자격도 따 #태안화력 신입교육 2년 전 3개월 #김씨는 사흘만 받고 현장 투입

그를 기억하는 김모 교수는 "구미에서 장거리 통학하면서도 강의를 한 번도 빼먹지 않을 정도로 성실했다"고 말했다. 졸업 후 중소기업 입사가 가능했지만, 공기업 취업을 위해 포기했다.
김씨의 고교 1학년 담임 배모(58) 교사는 "용균이는 말수가 적었지만, 책임감이 강했다"며 "우직한 성격이 이번 사고와도 무관하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구미에서 명문 고교로 꼽힌다.

3학년 담임 박모(56) 교사도 "자신의 본분을 다했던 모범 학생"으로 김씨를 기억했다. 박 교사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듬해인 2014년 같은 반 동창 3명과 학교를 찾아와 반갑게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는데 이런 소식을 들어 안타깝다"고 전했다. 김씨는 고교 1학년 땐 교내 영어경시대회에서 2등을 차지하기도 했다.
김씨에 대한 애정이 컸던 박 교사는 언론 보도를 통해 김씨의 사고 소식을 듣고 망연자실해 했다. 그는 "남의 일로만 알고 있었는데 용균이가 사고를 당했다고 하니 가슴이 미어진다. 사고 수습이 제대로 되지 않고 문제가 많았다고 하니 황망하기도 하다"고 했다.

박모 교장은 "교우 관계도 좋고 학교생활에도 근면하고 성실했던 김씨가 비극적인 사고로 세상을 등져 마음이 무겁다"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부실한 법적 장치가 완전히 개선돼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학년 말 담임 교사가 작성하는 생활기록부 종합의견에도 김씨의 성실함이 드러났다. 1학년 기록엔 '마음먹은 일은 꼭 해내고야 마는 고집과 무엇이든 당당하게 부딪쳐 나가는 배짱도 지니고 있다.'라고 기록돼 있다고 학교 관계자들은 전했다.

김씨는 지난 9월 한국발전기술 산하 태안사업소에 취업했다. 몇 개월 기다리면 집에서 가까운 김천사업소에도 취업할 수 있었지만, 가정형편 때문에 태안사업소에 취직했다. 하지만 김씨는 입사 3개월만인 지난 11일 오전 1시쯤 설비 점검 도중 기계 장치에 몸이 끼어 목숨을 잃었다.

대구·구미=김윤호·김정석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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