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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4 1장이 조희연 소통인가" 촛불 든 가락동 주민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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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학교 지정에 반대하는 송파구 헬리오시티 입주 예비 학부모들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예비혁신학교 지정 반대와 조희연 교육감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혁신학교 지정에 반대하는 송파구 헬리오시티 입주 예비 학부모들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예비혁신학교 지정 반대와 조희연 교육감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예비혁신 필요없다 일반학교 가고 싶다.”

“예비혁신 결국혁신 교육청 꼼수 안속는다”

“예비혁신 행정소송 등교거부 불사한다”

17일 오후 7시 서울시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 학부모 30여명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내년 3월에 개교하는 서울 송파 가락초, 해누리초·중의 예비 학부모와 헬리오시티 입주 예정 주민들이었다. 이들은 학교 3곳이 예비 혁신학교로 지정된 것에 반발해 집회를 개최했다.

예비 학부모 대표 인터뷰 #서울시교육청서 예비 혁신학교 반대 집회 #시민교육 한다면서 과정은 비민주적 비판 #입주자 80%인 7500명 반대서명에 동참 #

추운 날씨 때문인지 다들 패딩 점퍼와 장갑, 모자와 마스크 등으로 중무장을 하고 있었다. 점퍼 위로 입은 하얀색 조끼에는 빨간 글씨로 ‘혁신학교 지정반대’라고 적혀 있었다. 그들은 한 손에는 촛불을, 다른 손에는 피켓을 들고 있었다. 피켓에는 “학부모가 우습더냐. 예비혁신 장난치네” “학부모들 동의없는 빈집털이 비겁하다” 같은 내용이 담겼다.

서울시교육청은 앞서 이들 학교를 예비 혁신학교로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초 혁신학교로 개교시키겠다는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선 것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교육청의 이런 결정에 다시 한 번 반기를 들었다. “예비 혁신학교는 혁신학교로 가는 사전단계에 불과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서울 송파 가락초, 해누리초·중의 예비학부모 대표인 이모(45)씨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전민희 기자

서울 송파 가락초, 해누리초·중의 예비학부모 대표인 이모(45)씨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전민희 기자

예비학부모회 대표 이모(45)씨는 성명서를 읽으면서 “서울시교육청의 독단적인 예비 혁신학교 지정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부모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교육청은 일방적으로 예비 혁신학교 운영계획을 발표하고, 지정 철회가 아닌 예비학교라는 입장을 밝힌 것은 조삼모사식 결정이라는 비판이다. 다음은 이모(45)씨와의 일문일답. 그는 실명이 알려지면 자녀 입학 후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해 익명을 요청했다.

서울시교육청이 한 발 물러섰는데 집회를 하는 이유가 뭔가.
예비 혁신학교 지정 자체도 학부모들과 전혀 협의하지 않았다. 조희연 교육감에게 여러 차례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제안했는데, 불통 그 자체였다. 지난 주 금요일에 A4 한 장짜리 입장문 받은 게 전부다. 10월에 공청회 할 때까지는 학부모들이 반대하니 당연히 혁신학교 지정이 취소될 줄 알았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이 학부모 의사와 상관없이 혁신학교를 추진하는 것을 보고 이게 진보교육감인가 싶었다. 혁신학교에서는 민주시민교육을 중요시한다고 들었는데, 혁신학교가 지정되는 과정은 왜 이렇게 비민주적인지 모르겠다.
최근 간담회에 참여한 조 교육감이 봉변을 당했다.
조 교육감이 지난 12일 강동송파교육지원청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했는데, 주민이 그의 등을 때렸다고 하더라. 사실보다 과장된 부분이 많다. 원래 대표 3명만 조 교육감과 면담을 진행하기로 했는데, 학부모 30명 소식을 듣고 지원청으로 모였다. 간담회장으로 가려는 학부모들을 보안요원들이 일방적으로 밀어내기 시작하면서 몸싸움이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학부모 한 명이 넘어져서 앰뷸런스에 실려 가면서 분위기가 좀 격해졌다. 하지만 조 교육감을 때리려는 의도는 절대 아니었다. 조 교육감이 학부모들이 원하는 답변을 내놓지 않고 서둘러 자리를 피하려고 하자 이를 막으려다가 등에 손이 닿았다더라.
혁신학교를 반대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입시와 지식 위주 교육에서 벗어나 토론과 활동 등 학생 중심 교육을 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 헬리오시티에 개교하는 학교들은 혁신학교에 맞지 않는다. 학급당 학생 수가 30~35명으로 과밀학급이 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입주예정 주민들을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한 결과다. 혁신학교에서는 교사가 창의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때문에 학생 수가 많으면 효과가 반감된다고 들었다. 교육청의 운영계획에서도 혁신학교는 학급당 학생 수를 25명 이하로 편성하게 돼 있다.
지난 3월부터 반대 의사를 밝혔다던데.
당시 혁신학교를 반대한다는 학부모 2018명의 서명을 받아 교육청에 전달했다. 하지만 교육청은 우리의 뜻을 무시한 채 혁신학교 지정을 추진했다. 최근에는 7500명의 서명을 받았다. 헬리오시티가 9510세대라도 하면 80% 정도가 반대의사를 밝힌 것이다. 자녀가 있는 입주민으로 대상을 좁히면 이 수치는 90%로 더 높아진다.
예비 혁신학교 운영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나.
예비 혁신학교는 학부모 의사와 무관하게 교원들이 50%만 동의하면 혁신학교 지정이 가능하다. 학부모와 교원 모두가 50% 이상 찬성할 때만 혁신학교 지정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 또 예비 혁신학교 자체가 법률상 근거가 없는 것도 문제다. 예비 혁신학교는 자율학교(혁신학교·자율형사립고 등)라는 명시가 없다. 자율학교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교육감이 임의 지정할 수 있지만, 예비 혁신학교는 포함되지 않는다. 또 서울시교육청 혁신학교 조례에도 예비 혁신학교 관련 근거가 없다. 조 교육감은 예비 혁신학교 지정에 대한 법적 근거도 밝혀야 할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집회를 열 계획인가.
무엇보다 우리 같은 전례를 남겨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새로 개교하는 혁신학교는 학부모나 교원의 동의 절차 없이 서울시 혁신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의결한다. 내년에 해당 학교를 다닌 예비 학부모들이 있는데 이들의 의사를 물어보지 않는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 혁신학교도 문제지만 과정이 더 문제다. 가락초, 해누리초·중 학부모 중에 30~40대가 많다. 지난해 자신의 손으로 민주화를 이룩한 경험이 있다. 국민이 원하면 대통령도 바뀌는 마당에 학부모가 원하지 않는 학교가 생기는 건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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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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