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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대면 저절로 부릉~ 영화속 그 車, 내년 나온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영화를 현실로 구현한 현대차 '지문인증 시스템' 

영화 ‘미션임파서블: 로그네이션’에서 주인공 에단 헌트(톰 크루즈 분)와 벤지 던(사이먼 페그 분)이 모로코 카사블랑카에 도착한다. 이들은 은색 BMW 고성능 스포츠 세단 M3의 운전석 유리창에 손바닥을 댄다. 그러자 유리창에 내장한 인식 시스템이 주인공 지문을 인식하고 자동으로 문을 열어준다. 덕분에 이들은 차키가 없어도 낯선 장소에서 악당을 추격한다.

영화 ‘미션임파서블: 로그네이션’에서 주인공이 BMW M3의 유리창에 손바닥을 대고 차량 문을 여는 장면. [사진 파라마운트 픽쳐스]

영화 ‘미션임파서블: 로그네이션’에서 주인공이 BMW M3의 유리창에 손바닥을 대고 차량 문을 여는 장면. [사진 파라마운트 픽쳐스]

영화에서 보던 지문 인식 기술이 현실에 등장했다. 현대자동차는 17일 “스마트 지문인증 출입·시동 시스템을 상용화한다”고 밝혔다. 지문으로 자동차를 제어하는 시스템을 시판하는 차에 적용하는 건 현대차가 처음이다. 2019년 1분기 출시하는 중국형 싼타페(셩다·胜达)에 최초 탑재한다.

현대차 스마트 지문인증 출입 시스템. 문에 엄지손가락을 대면 자동으로 문이 열린다. 사진: 현대차

현대차 스마트 지문인증 출입 시스템. 문에 엄지손가락을 대면 자동으로 문이 열린다. 사진: 현대차

최대 6개 지문 등록할 수 있어  

스마트 지문인증 출입·시동 시스템의 주요 기능은 2가지다. 일단 엄지손가락을 차량 손잡이에 밀착하면 자동으로 문이 열린다. 영화 ‘미션임파서블’은 자동차 유리창에 손바닥 전체를 밀착하지만, 현대차는 손잡이에 네모나게 부착한 인식 시스템에 손가락만 댄다. 중국형 싼타페에는 최대 2명의 운전자 지문을 등록할 수 있고, 운전자마다 각각 3개씩 지문을 등록할 수 있다.

사실 지문으로 문을 여는 기술은 예전부터 등장했다. 이제 스마트폰 잠금해제나 애플페이·삼성페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런데도 그간 자동차에서 상용화하지 못한 이유는 내구성 때문이다. 차량 외부에 상시 노출되어 있는 손잡이는 햇빛·눈보라·비를 견디는 것은 물론, 세차할 때 고온·고압 세척기의 강력한 물살까지 버텨야 한다. 민감한 지문을 인식하는 정밀기기가 이정도 내구성을 갖추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현대차가 지문 인식 기술을 상용화했다는 건 내구성을 확보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현대차 연구원이 스마트 지문인증 시스템으로 시동을 걸고 있다. 사진: 현대차

현대차 연구원이 스마트 지문인증 시스템으로 시동을 걸고 있다. 사진: 현대차

지문 본따 위조해도 시동 안 걸려

스마트 지문인증 시스템의 또 다른 기능은 시동이다. 통상 스티어링휠 우측에는 차키를 꼽고 돌리는 키박스가 있다. 중국형 싼타페는 이 자리에 지문 인식 기기가 붙어있는데 여기 손가락을 대면 자동으로 시동이 걸린다.

물론 이 역시 갑자기 등장한 기술은 아니다. 하지만 자동차 제조사가 상용화하지 못한 건 복제 우려 때문이다. 예컨대 영화 ‘앤트맨’에서 생계형 도둑 스캇 랭(폴 러드)이 교도소 수감 동기들과 금고를 터는 장면이 나온다. 금고는 사전 등록한 지문을 입력해야 하는데, 그는 실리콘으로 본뜬 위조지문을 입력해 금고를 연다.

영화 ‘앤트맨’에서 스캇 랭(폴 러드)은 실리콘으로 본뜬 위조지문을 입력해 금고를 연다. [사진 마블스튜디오]

영화 ‘앤트맨’에서 스캇 랭(폴 러드)은 실리콘으로 본뜬 위조지문을 입력해 금고를 연다. [사진 마블스튜디오]

영화에서 지문을 본뜨면 위조할 수 있는 건 지문인식 센서가 빛으로 지문을 인식하는 방식일 때 가능하다. 센서가 발사한 광원은 지문의 밝거나 어두운 정도를 인식한다. 따라서 위조지문의 모양이 지문의 굴곡과 똑같다면 얼마든지 센서를 속일 수 있다.

이런 위조를 피하기 위해서 현대차는 아예 지문인식 인식 방법을 바꿨다. 인체의 미세한 정전기를 측정해서 지문의 진위를 파악한 것이다.

현대차 스마트 지문인증 출입·시동 시스템. 사진: 현대차

현대차 스마트 지문인증 출입·시동 시스템. 사진: 현대차

인체에도 음이온·양이온이 존재한다. 이렇게 몸에서 머무르고 있는 정전기는 사람마다 다르고, 지문이 튀어나온 부분(산)과 지문이 움푹 들어간 부분(골)도 약간 차이가 있다. 운전자가 손가락을 가져다 대면 센서는 이렇게 손가락마다 다른 미세한 전하의 이동량을 측정한다. 단순히 실리콘으로 지문 모양만 본뜬다고 시동이 걸리지 않는 이유다.

송동준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 전자선행설계팀 책임연구원은 “실리콘·테이프로 본뜬 2차원 지문으로 인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엄격한 암호기술을 적용해서 스마트키보다 보안성이 5배 높고 오류율은 5만분의 1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스마트 지문인증 시스템을 활용해 시동을 거는 모습. 사진: 현대차

현대차 스마트 지문인증 시스템을 활용해 시동을 거는 모습. 사진: 현대차

지문 인식 기술 상용화의 또 다른 걸림돌은 등록한 지문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었다. 예컨대 하루종일 수작업을 하는 제조공장 근로자나 매일 독성이 강한 식재료를 만져야하는 특정 분야 요리사 등은 지문의 굴곡이 다소 무뎌질 수 있다. 또 사고로 지문에 상처가 생길 수도 있는 일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대차는 매번 지문을 인증할 때마다 지문의 특징을 나타내는 데이터를 계속 업데이트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자동차가 지문을 인식했을 때 지문의 특징과 기존에 인식했던 지문의 특징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비교·분석해 차이점을 학습하는 방식이다.

현대차 스마트 지문인증 출입·시동 시스템. 사진: 현대차

현대차 스마트 지문인증 출입·시동 시스템. 사진: 현대차

지문 인식 시스템은 개인 맞춤형 자동차 기술 시대의 첫걸음이라는 의의가 있다. 이지혜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 전자선행설계팀 연구원은 “자동차가 일단 지문을 인식하면, 시트포지션이나 사이드미러 각도 등 운전자가 기존에 설정해두었던 운전 환경을 자동으로 구현한다”며 “자동차가 주인을 인지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향후 자동차가 지문을 인식하는 동시에 차량 온도·습도를 조절하거나 스마트폰으로 보던 음악이 흘러나오고, 마지막 스티어링휠 위치까지 구현하는 등 추가기능을 제공할 예정이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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