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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성가 기업 물려받은 아들, 6개월 만에 물러난 이유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기업지원센터 기업경영백서(가업승계)

중소기업 CEO A 씨는 작은아들에게 경영권을 넘겨주려 했지만 상속세만 100억원 가까이 내야 한다는 말에 회사를 매각했다. [제작 현예슬]

중소기업 CEO A 씨는 작은아들에게 경영권을 넘겨주려 했지만 상속세만 100억원 가까이 내야 한다는 말에 회사를 매각했다. [제작 현예슬]

두 아들을 둔 중소기업 대표 A 씨는 큰아들에게 회사를 물려주기 위해 경영 수업을 시키고 경영권을 넘기려 했다. 그러나 큰아들은 셰프가 되겠다며 경영권 승계를 거부했다. 뒤늦게 작은아들에게 경영권을 넘겨주기 위해 전문가에게 알아보니 상속세만 100억원 가까이 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어쩔 수 없이 회사를 매각해야 했다. 

중견기업 B사는 10년 전부터 착실하게 가업승계를 준비했다. 장남에게 경영 수업을 하며 능력을 키웠고 자녀 의사와 역량에 따라 지분분배 계획을 세웠다. 미리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사전증여를 준비하는 등 촘촘하게 준비한 결과 가업승계에 따른 세 부담은 많이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기업을 물려받은 장남은 불과 6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기존의 기업문화를 바꾸겠다며 무리한 시도로 반발을 샀고, 경영철학에서도 차이가 있어 임직원들과 매번 충돌했기 때문이다.  

기업주의 공통적인 고민은 가업승계입니다. 가업승계는 기업의 경영상태가 지속하도록 소유권과 경영권을 후계자에게 물려주는 문제와 관련한 모든 것을 말합니다. 단순히 경영권을 넘기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정신과 영업 노하우, 거래처 등 기업에 관한 모든 것을 넘기는 작업입니다.

가업승계 역시 기업을 새로 만드는 창업 이상의 사전준비가 필요합니다. 자수성가로 기업을 일궈온 1세대 기업가들은 제대로 가업승계 계획을 세우지 못한 채 은퇴를 맞아 당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도한 세부담으로 성장이 위축되거나 파산하기도 하고, 세대 간 경영철학과 방식의 차이로 갈등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후계자 준비가 미흡해 기존 구성원과 불화를 일으키기도 하며, 가족 간의 분쟁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가업승계에 따른 상속세 부담으로 기업 팔 수도

가업승계란 기업의 경영상태가 지속되도록 소유권과 경영권을 후계자에게 물려주는 문제와 관련한 모든 것을 의미한다. [사진 pixabay]

가업승계란 기업의 경영상태가 지속되도록 소유권과 경영권을 후계자에게 물려주는 문제와 관련한 모든 것을 의미한다. [사진 pixabay]

가업승계는 승계비용 절감과 경영권 안정화를 염두에 두고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먼저 조세 부담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미리 계획을 세우지 않을 경우 후계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조세부담을 져야 할 상황에 놓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상속세율이 최고 50%에 달합니다. 여기에 이른바 경영권 프리미엄, 최대주주 주식에 대한 할증평가까지 더해지면 최대 65%까지 과세합니다.

실제로 국내 1위 종자기업인 농우바이오는 지난 2013년 창업주가 갑자기 별세하면서 상속인인 아들이 감당해야 할 상속세만 1200억원에 달했습니다. 결국 과도한 상속세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회사를 매각해야 했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발표한 ‘중소기업 가업승계 실태조사’에 따르면 승계계획이 있는 기업은 67.8%이며, 그중 자녀에게 승계하겠다는 응답이 64.6%로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다만 소유권 승계방법은 아직 결정하지 못한 경우가 58.2%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증여 27.4%, 일부 증여 후 상속 9.4%, 상속 4.1%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중소기업 대표자에게 가업승계 과정의 주된 어려움을 물었을 때 ‘상속세 등 조세부담’을 꼽는 경우가 67.8%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업상속공제제도'로 최대 500억원 절세

현행 세법에서는 중소기업 등의 원활한 가업승계를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제도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먼저 ‘가업상속공제제도’는 업력 10년 이상의 중소기업 또는 매출액 3000억원 미만(직전 3개연도의 평균매출액)의 중견기업이 가업을 승계할 때 최대 500억원까지 가업상속재산의 100%를 공제해 주는 제도입니다. 사업영위 기간이 10~15년이면 200억원, 15~20년 300억원, 20년 이상일 경우 500억원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혜택을 받으려면 상속인이 상속개시일 현재 18세 이상, 상속개시일 전에 2년 이상 직접 가업에 종사해야 합니다. 또 상속세 신고기한까지 임원에 취임하고, 2년 내 대표이사에 취임해야 합니다. 사후관리요건도 깐깐합니다. 상속 후 10년간 가업 유지, 상속인 대표이사 유지, 주된 업종 유지, 1년 이상 휴·폐업 금지, 가업용 자산 20% 이상 처분 금지 등의 요건을 지켜야 합니다. 또 10년간 정규직 근로자 수 평균 고용인원의 80% 이상 매년 유지, 10년 평균 100% 이상 유지 요건을 만족해야 합니다.

가업상속공제제도 요약. [제작 현예슬]

가업상속공제제도 요약. [제작 현예슬]

‘증여세 과세특례’는 60세 이상의 부모가 10년 이상 경영한 중소·중견기업의 주식을 가업승계의 목적으로 증여할 경우 증여재산가액 100억원 한도로 5억원 공제 후 30억원까지 10%, 30억원 초과분 20%의 세율을 적용하는 제도입니다. 이 밖에 신설법인을 세우거나 합병, 분할, 현물출자, 증자, 감자 등 다양한 전략을 세울 수 있습니다.

후계자 적성 확인 등 후계자 역량 강화 필요

가업승계 시 상속재산가액 평가를 검토해야 한다. 승계 시점에서 주식가치가 높으면 높은 상속세로 이어지고, 낮으면 지분이동을 계획하는 등의 전략이 필요하다. [중앙포토]

가업승계 시 상속재산가액 평가를 검토해야 한다. 승계 시점에서 주식가치가 높으면 높은 상속세로 이어지고, 낮으면 지분이동을 계획하는 등의 전략이 필요하다. [중앙포토]

후계자의 리더십 개발 등 후계자 역량 강화도 중요한 대목입니다. 먼저 가업승계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승계유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이어 가업승계에 대한 자기 확신을 갖기 위해 무조건 가업을 이어받기를 강요받고 강요하기보다 적성에 맞는지 확인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 후계자의 행동유형과 심리상황 등을 분석해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가족 등 각종 이해관계자의 관계 정립도 중요한 대목입니다. 가업승계 과정에서 가족 간에 의견 충돌이 일어나 되돌릴 수 없는 관계로 치닫기도 합니다. 앞선 사례처럼 경영철학의 차이 등의 이유로 후계자와 기존 임직원들과의 분쟁이 발생할 수도 있기에 기업 내 커뮤니케이션도 전략적으로 임해야 합니다.

중앙일보 기업지원센터 자문위원 윤태성 세무사는 "가업승계는 막연히 먼 미래의 일이라는 생각에 여전히 현장에서는 준비가 미흡하다"며 "준비 없이 상속이 발생하는 경우 가업상속공제 요건 자체가 충족되지 않을 수도 있고, 충족된다 해도 사후관리 위반 등으로 상속세에 가산세까지 추징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기업이 세제혜택을 받기 위해 얼마나 준비가 되어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며 "대표께서 현업에 있는 동안 효율적으로 가업을 승계하고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증여특례제도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가업승계는 그리 간단하지 않고 장기간 준비해야 합니다.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막대한 세금을 내야 하거나 세 부담 때문에 기업을 매각해야 하는 등의 상황이 놓이는 건 한 기업뿐만 아니라 사회에도 손실일 수밖에 없습니다. 기업은 가업승계 계획을 세워 힘들게 일궈 온 기업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미리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중앙일보 기업지원센터 center@joongang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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