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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지·은행·더덕…기침,목감기에 약이 되는 음식들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박용환의 동의보감 건강스쿨(38)

강추위가 찾아온 지난 14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사거리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뉴스1]

강추위가 찾아온 지난 14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사거리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뉴스1]

북극의 한파가 내려와 최강의 추운 겨울을 보낼 거라 예고하는 지금, 추위와 함께 감기가 두려워진다. 감기는 전 인류의 병이지만 아직 감기를 치료할 약을 개발하지 못할 정도로 바이러스 변이가 빠르다. 그래서 감기 치료는 대부분 현재 가지고 있는 증상을 완화 시키는 대증치료에 머무른다. 한의학은 조금 더 적극적으로 면역을 이용하여 예방과 치료를 하려 노력한다.

대표적인 방법이 체온을 올리는 것이다. 체온이 떨어지면 림프구의 활동이 떨어지고 면역력도 저하된다. 체온을 무작정 올릴 수는 없지만 따뜻하게 해주는 생활습관만 잘 실천해도 면역력이 잘 유지되어 감기를 예방하고 걸리더라도 쉽게 이겨내게 된다.

한의학에서는 수천 년 전부터 이어진 감기 치료를 위한 수많은 처방으로 감기를 편하게 이겨내도록 하고 있는데, 약초를 전문적으로 배합해야 하니 힘들 때는 가까운 한의원에 가서 감기 치료를 하도록 하고, 이번 칼럼에서는 감기에 좋으면서 가정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 약초들을 소개해 볼까 한다.

먼저 파 뿌리다. 한약재 명으로는 총백이라 부른다. 이거 정말 상상 이상으로 여러 감기 증상에 효과가 참 좋다. 요리할 때 무심코 버리는 부분인데, 음식을 만들어 먹을 때는 위의 푸른 부분이 더 맛이 좋기 때문에 하얀 부분을 버렸다.

쪽파의 주산지인 전남 보성군 회천면 회령리에서 주민들이 쪽파 수확을 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친환경농법으로 재배한 보성쪽파는 해풍을 맞고 자라 맛이 좋고 비타민C가 풍부해 면역력 향상과 감기 예방에 좋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쪽파의 주산지인 전남 보성군 회천면 회령리에서 주민들이 쪽파 수확을 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친환경농법으로 재배한 보성쪽파는 해풍을 맞고 자라 맛이 좋고 비타민C가 풍부해 면역력 향상과 감기 예방에 좋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푸른 부분은 청총이라 하는데 약간 서늘한 기운이 있고 단맛이 있으며, 아래쪽 총백은 따뜻한 기운이면서 매운맛이 있다. 아랫배가 차서 생기는 증상들에도 총백을 함께 처방해서 좋은 효과를 보기도 한다. 이제 적어도 겨울만이라도 파의 밑동을 버리지 말고 모아두자.

그다음 약재는 무다. 깍두기를 비롯한 무 장아찌, 무채 등 너무 쉽게 보이는 식재료라 만만하게 보이지만 무는 몸에 참 이로운 효능이 많다. 영조 대왕은 조선 왕 중에서 가장 장수한 왕인데 무를 수시로 먹었다.

격무로 스트레스를 받다 보면 소화가 안 되어 속이 답답하면서 기운이 정체되기 쉬운데 이때 무를 먹으면 소화가 되면서 속이 편안해진다. 왕의 장수비결 중 하나인 무에는 디아스타아제라는 소화효소가 많아 무는 동치미로도 담가져 식사 후 소화제 용도로도 많이 먹었다. 몸살감기에 걸리면 소화가 안 되어 답답한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곧잘 있다. 이때 무가 좋은 작용을 한다.

무로 만들 수 있는 좋은 음료를 소개해 본다. 무를 썰어서 꿀을 발라 놓으면 삼투압 작용으로 즙이 생기는데 이렇게 해서 빠져나온 즙이 감기, 특히 기침 감기에 참 좋다. 만들어진 즙을 물에 희석해서 마셔보자. 남는 것이 아까운 사람들은 꿀에 적신 무 자체를 다 먹어도 상관없다.

수확한 생강. 생강은 수천 년 전부터 몸을 따뜻하게 하고 위를 보호하는 약재로 쓰였다. [중앙포토]

수확한 생강. 생강은 수천 년 전부터 몸을 따뜻하게 하고 위를 보호하는 약재로 쓰였다. [중앙포토]

그다음 약재는 생강이다. 생강은 수천 년 전부터 몸을 따뜻하게 하고 위를 보호하는 약재로 쓰였으며 그런 효능으로 차가운 음식을 보완해 주는 향신료로서도 쓰여 음식의 풍미도 더해왔다. 기운을 올려주고 체온을 유지하는 데 참 좋으며 성질이 화평해서 여러 약재를 조화해준다. 사실 약방에 감초만큼이나 여러 처방에 생강이 많이 쓰이는데 감기 처방에는 빠질 수 없다.

겨울이 되어 쉽게 구할 수 있는 감기약 재료가 하나 더 있다. 진피라고 부르는데 귤껍질을 말한다. 귤, 유자, 레몬 같은 싸이트러스 계열의 열매들은 비타민 C가 많아서 몸을 회복시키는 데 참 좋다. 항산화 성분은 특히 껍질에 많기 때문에 귤껍질을 달여 마시고, 유자는 껍질째 청을 만들어 차로 마시고, 레몬도 즙을 쓰기도 하고 껍질을 활용하는 경우도 많다.

몸살감기가 생기면 온몸에 근육통이 생긴다. 이때 두 가지 약초를 떠올려보자.

하나는 모과다. 근육이 굳었을 때 모과차가 참 좋다. 어깨가 굳어서 딱딱한 사람들도 평소에 모과차를 즐겨 마셔보자. 모과는 근육질환에도 많이 쓰는 약재다. 또 하나는 칡이다. 칡은 위장의 열을 식혀주고, 근육에 수분을 공급하여 근육통을 완화한다. 몸살감기로 근육이 찌릿찌릿 아프고 힘이 들 때 모과와 칡을 기억하자.

기침 감기, 목감기에 좋은 약초도 세 가지 소개한다. 이 약초들은 감기뿐만 아니라 요즘처럼 미세먼지, 초미세먼지로 인해서 고통받을 때도 활용할 수 있는 약재들이니 잘 기억해두자.

왼쪽부터 도라지, 더덕, 은행. 이 약초들은 감기 뿐만 아니라 요즘처럼 미세먼지가 심할 때 좋은 약재들이다. [중앙포토]

왼쪽부터 도라지, 더덕, 은행. 이 약초들은 감기 뿐만 아니라 요즘처럼 미세먼지가 심할 때 좋은 약재들이다. [중앙포토]

하나는 도라지다. 도라지는 길경이라는 약명을 가지고 있는데, 목 기관지에 좋고, 폐 질환 전체에 쓸 수 있으며, 다른 약재들의 기운을 목과 폐로 끌어당기는 역할도 한다. 도라지에는 사포닌 성분이 많아서 면역을 높여주며 목에 끼어 있는 염증 물질을 바깥으로 빼내 주는 작용도 한다.

두 번째는 더덕이다. 더덕은 겨울이 제철이다. 더덕 역시 도라지처럼 사포닌이 껍질에 많다. 더덕과 도라지의 껍질을 벗겨보면 찐득한 진액이 나오는데 그 부분에 많고 그때 느껴지는 알싸한 향이 사포닌의 향이다. 두 약재 모두 가급적 껍질까지 쓰도록 하자. 더덕은 폐 기관지의 염증을 잘 없애주는 것으로 탁월하다.

세 번째는 은행이다. 은행의 면역글로불린을 도와 면역을 키우면서 특히 상체의 혈액순환을 돕는데, 폐 기관지와 두뇌의 혈액공급을 많이 해준다. 상체의 혈액순환을 왕성하게 도와서 기관지 염증에 도움이 되는 은행은 약간 오해를 받는 면이 있다.

독성 때문에 하루에 10개 이하로 먹으라고 하는 말인데, 실제 실험이나 임상을 거쳐볼 때 하루에 100개 이상을 먹어야 독성이 겨우 나올까 말까 한 수준이다. 은행 속의 청산배당체라는 물질 때문에 생긴 오해인데, 귀하고 비싸서 적게 먹으라고 한 건 아닐까도 생각해 본다.

이 세 가지 약초를 차로 마시고 반찬으로도 먹으면서 미세먼지, 초미세먼지로 인한 기침 감기, 기관지 질환에도 대비해 보자. 또한 감기일 때 외에도 목을 자주 사용하는 교사·강사·가수·배우·아나운서·상담사·텔레마케터 등 여러 직업군에 종사하는 분들도 기억해두면 좋겠다.

박용환 하랑한의원 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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