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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국당 인적 쇄신 결단, 혁신의 신호탄 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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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자유한국당이 그제 소속 의원 112명 중 21명의 당협위원장 자격을 박탈하는 인적 쇄신 결정을 내렸다. 당초 10명 안팎일 것이란 예측을 뛰어넘는 다소 큰 폭의 물갈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핵심적 역할을 맡았던 최경환 의원(수감 중)과 홍문종, 윤상현 의원 등 친박계 인사와 분당 책임론에 시달려온 김무성 의원 등 비박계 중진들이 대상에 올랐다.

일부 의원들의 반발과 형평성 논란 등 후폭풍이 있긴 하지만, 당 조강특위의 설명대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국정 실패, 분당 사태 등에 책임이 있는 의원들에 대한 물갈이를 함으로써 잃었던 신뢰를 되찾아오기 위한 고육지책이란 점에선 의미가 작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또 당 사무총장으로 이번 인적 쇄신 작업을 이끌어온 비박계 김용태 조직강화특별위원장의 ‘셀프 교체’ 결정도 높이 살 만하다.

하지만 이번 물갈이 결정만으로 국민이 한국당에 대해 갖고 있는 불신과 비난을 거둬들일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지금 한국당이 처한 위기는 스스로 자초한 신뢰의 위기이기 때문이다. 집권당 시절엔 최순실 일파의 국정 농단을 견제하지 못하고 결국 대통령 탄핵이란 사태를 불러오는 무능함을 보였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친박-비박계 간 계파 싸움에 혈안이 돼 정권의 독주를 견제하지도, 대안 세력으로서의 존재감도 보여주지 못하며 우왕좌왕해 왔다. 시대는 변하고 있는데 여전히 과거 보수의 패러다임에 갇혀 새로운 환경의 성장 담론은 물론 양극화 해소와 평화 정착에 대한 철학과 비전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러니 원내 제2 정당이면서도 국민으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것 아닌가. 최근 당 지지율이 상승세 이긴 하나 집권세력에 대한 실망이 빚어낸 일시적 현상일 뿐이다.

한국당은 이번 인적 쇄신을 당이 새로 태어나는 환골탈태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그러지 못한다면 현역 물갈이 역시 한낱 정치쇼에 불과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