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가 15일 발표한 21명의 당협위원장 탈락 현역의원 명단엔 김용태 조강특위 위원장도 이름을 올렸다. 누군가를 쳐내기 위해 칼을 꺼낸 장수가 스스로를 먼저 벤 셈이다. 정치권의 이례적인 ‘셀프청산’이다.
김 의원이 물갈이 명단에 포함된 표면적 이유는 '당 분열 사태' 책임이다. 이진곤 조강특위 위원은 "(바른정당 분당 사태 당시) 김용태 의원이 선도 탈당하지 않았나"라고 전했다. 실제로 김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초반인 2016년 11월 23일 당시 남경필 경기지사와 함께 가장 먼저 새누리당을 탈당했다.
반면 또 다른 조강특위 위원은 “김 의원 자진 사퇴는 조강특위가 구성된 지난 10월 김 의원이 스스로 결심한 것"이라며 “김 의원이 ‘내가 직을 유지하면서 동료에게 칼을 대면 누가 진정성을 믿겠나. 그건 염치없는 짓"이라는 말을 자주했다"고 전했다. 조강특위 위원들이 “상황을 보고 결정하자”며 만류했지만 김 의원은 완강했다고 한다.
김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저는 어제 당의 결정으로 서울 양천을 당협위원장 지위를 상실했다. 당의 결정을 전적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다"며 "2008년 총선 출마 후 내리 세 번씩이나 국회의원으로 당선 시켜주신 양천을 지역을 떠난다. 앞으로 나라와 국민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정치로 보답하겠다"고 적었다.
또한 이날 소회를 묻자 “동료들 그리하고서 제가 할 일은 자숙하고 남은 총장 직무를 끝까지 잘 마무리하는 것”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중앙일보에 보냈다. 김 의원 측 관계자는 “당분간 김 의원은 당협위원장 공모와 내년 전당대회 준비에 열중할 것”이라며 “이후 계획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김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에선 배제됐지만 향후 '험지행'을 통해 정치적 몸집을 불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당 관계자는 "이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복당하면서 추미애 전 민주당 대표의 지역구인 '광진을'에 나갈 수 있다고 공공연히 밝히지 않았나"라며 "김 의원 역시 전략공천을 통해 차기 총선 출마가 유력한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등 여권 우량주와 정면승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