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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에듀]엄마표 영어 전문가 홍현주 박사가 들려주는 '엄마표 영어 노하우’

중앙일보

입력

우리나라에서 ‘엄마표 영어’는 하나의 교육 키워드로 굳어진 일종의 거대한 시장이다. 자녀를 수년간 엄마표 영어 교육법으로 키워 특별한 성과를 낸 엄마들이 경험담을 담은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곤한다. 영어교육전문가 홍현주 박사는 이러한 엄마표 영어책을 출간한 전문가들이 ‘멘토’로 꼽는 이 분야의 대모다. 한국외대에서 영어교육학과를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과정을 마친 뒤 미국에서 초·중·고 ESL 교사 자격을 취득한 그는 20년간 이론적·학문적 전문성이 부족한 엄마표 영어 실천가들의 든든한 멘토가 됐다. 그에게 ‘엄마표 영어’ 노하우를 물었다.

-엄마표 영어를 정의한다면.
“엄마표 영어는 살림과 육아의 일부다. 아이가 엄마와 함께 엉덩이 들썩이며 영어 노래를 듣고, 영상을 보거나 영어 동화책을 읽다가 기분이 내키면 그림을 그려 단어나 문장을 서툴게 쓰면서 논다. 이런 모든 활동이 엄마표 영어놀이다. 아침부터 밤까지 틈틈이 조금씩 영어를 듣고, 읽고 놀다 보면 대략 2시간 정도 될 것이다. 그러다 며칠 쉬기도 하고 다시 시작하는 엉성한 교육 방법이다. 하지만 이렇게 일 년간 공부한 총량을 따져 보면 학원에 다니는 것보다 훨씬 많이 영어를 접하게 된다. 영어를 좋아하고, 스스로 영어책을 읽는 아이로 성장한다.”

-매일 2~3시간씩 엄마표 영어를 가르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의문이 든다.
“3시간을 연달아 공부하거나 책상에 앉아 있으라는 뜻이 아니다. 한 번에 10분을 하거나 1시간을 해도 중도에 포기하지만 않으면 엄마표 영어를 하는 것이다. 어떤 날은 쉬기도 하고 어떤 날은 몰아서도 하지만 그래도 한 달에 영어를 손에 놓지 않는 날이 더 많았다면 잘하고 있는 것이다.”

-엄마표 영어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시작하나.
“그림책이다. 엄마가 먼저 영어 그림책을 읽어보라. 이제까지 영어 그림책이 재미없다는 사람을 한 명도 못 봤다. 영어를 몰라도 그림만으로도 더 읽고 싶어진다. 재미있는 그림책을 골라 그 음원을 듣다 보면 아이에게 아는 단어가 생긴다. 또 어린이 책은 시리즈가 많아서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가 생기면 그 시리즈를 섭렵하게 한다. 그 캐릭터의 영상을 보게 하면서 책을 좋아하게 되는 것이 출발이다.”

-그림책으로 가장 먼저 시작하는 이유가 있나.
“엄마표 영어는 최대한 ESL 환경처럼 노출량을 늘려주자는 것이다. 우리는 실제 미국이나 영국의 ESL 환경처럼 공·사교육 교실 밖에서 영어에 노출될 수 없다. 영어·수학처럼 한 과목으로 영어를 접하는 EFL 환경이다. EFL 환경에서 인위적으로 영어를 오래 접하기 위해서는 재미있어야 하니 교재 대신 그림책·동화책을 활용하자는 것이다.”

-그림책을 고르는 노하우를 알려달라.
“아이의 수준에서 쉬워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영어는 외국어이므로 고학년이 될 때까지 쉬운 영어를 듣고, 따라 읽고 쓰는 것이 좋다. 좋은 책은 검색하면 금방 찾을 수 있다. 또 '엄마표 영어' 인터넷 카페에도 정보가 많다. 책을 많이 아는 사람은 그 목록을 대단한 지식인 양 굴어 영어에 자신 없고 아직 무슨 책을 할지 모르는 엄마들에게 불안감을 조장한다는 점이다. 또 영어권 국가의 교사처럼 영어로 질문을 던지면서 책을 아이에게 안내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엄마표 영어를 시도하면서 엄마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뭔가.
“본인이 뭔가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라. 엄마는 교사가 아니라 곧 한계가 부딪힌다. 듣기·읽기 위주의 방식보다 단어시험이나 문제풀이를 더 중시하는 방식도 문제다. 장소만 집일 뿐 엄마가 어렸을 때부터 해온 방식, 그래서 영어가 잘 안되는 방식을 반복하는 경우다. 이렇게 엄마표 영어를 시도하는 경우 대체로 1년을 못 넘긴다. 성과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비전문가인 엄마가 가르치는 엄마표 영어는 부작용이 있지 않나.
“언어는 우연 학습(incidental learning)으로, 어쩌다 익히게 되는 어휘와 표현으로 습득되는 경우가 더 많다. 엄마표 영어는 공부 같지 않은 지도법(implicit instruction)을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생활 속에서는 재미로 책을 읽고 듣고 다양한 방법으로 놀이처럼 글을 쓰게 할 수 있다. 엄마가 전문가처럼 가르칠 수는 없지만, 아이가 영어를 즐기도록 유도하는 일은 할 수 있다.”

-바람직한 엄마표 영어의 방향은 어떤 것인가.
“대체로 엄마표 영어를 1년 이상 이끌어왔으면 이후로도 잘 갈 확률이 높다. 아이가 책도 많이 읽었고 음원도 많이 듣고 영상도 많이 들었는데 결과를 알 길이 없을 때도 그냥 묵묵히 가야 한다. 제일 쉬운 영어 그림책을 스스로 읽기 시작할 무렵부터 2년은 그냥 묵묵히 기다려라. 테스트·학습지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둘이 머리 맞대고 읽는 시간, 아이 혼자 뒹굴뒹굴 읽는 시간’을 갖는 엄마표 영어가 성공한다.”

-아이가 엄마표 영어를 거부할 때는 어찌해야 하나.
“엄마표 영어를 생후 바로 시작한 경우 한국어를 잘하게 되는 시기에 거부가 오거나, 영어를 4~5세 이후 시작한 경우 아이에게 더 편한 우리말을 놔두고 생소한 언어를 시작하니 싫다고 하는 경우가 있다.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니 아이가 최대한 좋아할 방식을 찾는 것이 좋다. 전자라면 영어책을 잠시 쉬되 재미있는 DVD 등을 틀어놓기만 하거나, 그림책에 관련된 만들기 등을 하면서 아이가 영어를 하는지 모르게 영어를 몇 마디 쓰며 유지하라. 후자라면 영어를 왜 해야 하는지 알아듣게 설명해 주기를 권한다. 영상 속의 영어권 아이들을 보여주면서 저런 친구들과 얘기하려면 영어를 한다든가, 네가 좋아하는 미국 디즈니랜드를 가면 영어로만 의사소통해야 한다는 식으로 말이다.”

-우리말 교육과 영어교육에 대한 균형을 어떻게 잡아야 하나.
“우리말 구사력이 더 중요하다. 우리말은 아주 높은 수준까지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말을 잘하게 된 뒤에야 영어를 접하라는 뜻은 아니다. 독서를 중시하는 것이 엄마표인데 여기서 독서는 우리말 독서도 포함한다. 우리말 독서로 갖춘 배경지식은 영어 독서를 할 때 큰 도움이 된다. 적어도 초등 입학 전후까지는 영어 듣기를 기본으로 하고, 독서는 영어와 국어를 같은 시간을 배분해도 국어 성취가 더 높으므로 그 이후에는 영어독서에 더 시간을 할애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장기간 엄마표 영어를 하면서 바라볼 목표를 정한다면
“한 달에 일정책 권수나 시리즈를 정해놓고 일단 마치는데 이때에도 권수보다 아이가 맛보는 성취감에 주목하라. 무언가 마쳤다는 생각이 다음 책과 시리즈를 택하는 게 큰 힘을 준다. 매일매일 영어를 하는 것이 제일 좋은 데 매일 듣기·말하기·읽기·쓰기를 똑같이 배분해 공부한다기보다 편하게 좋아하는 책 읽기는 기본으로 하고 듣기는 영상과 음원을 교대로 한다든가, 같은 읽기라도 큰소리로 반복 읽기는 일주일에 몇 회, 기억해서 문장 쓰기도 일주일에 몇 회 이런 대략의 시간표를 짜는 것이 도움된다. 각종 교육 방법은 뜻이 맞는 커뮤니티에서 소통하면서 진행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같이 진행하는 사람들과 경쟁심을 갖지 않고 아이의 성과에 연연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성공한 사람들의 시간표와 콘텐츠를 참고로 하되 그대로 내 아이에게 맞추지 않아도 된다. 예를 들어 어떤 아이는 아직 단어를 잘 몰라도 우주과학 책은 높은 수준을 몇 시간씩 본다. 그러면 행성 이름으로 단어를 익힌다. 쉬운 책을 음원을 들으면 문장을 손가락으로 짚으며 소리 내어 읽게 도와주라. 내 아이를 보면서 콘텐츠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엄마표 영어다.” 이지은 객원 기자

홍현주 박사가 추천하는 연령대별 엄마표 영어 교육법

영어교육전문가 홍현주 박사

영어교육전문가 홍현주 박사

0~36개월
이 시기에는 그냥 즐거운 소리를 들려주는 것뿐입니다. 이때 영어 시작에 대해서는 소신대로 하십시오. 태중에서 듣던 익숙한 엄마 아빠 소리를 들려주며 모국어를 잘하게 하겠다고 마음먹든지, 또는 일정 분량 영어를 들려주겠다고 마음먹든지 괜찮고 영어를 시작하지 않아도 됩니다. 영어교육을 이 시기부터 하겠다고 결정하셨으면 영어 소리를 들어 그 언어에 거부감이 없게 되는 것이 제일 큰 소득입니다. 하나 더하자면 소리를 들어 영어의 독특한 음운 특성 (음절·강세·억양)에 익숙해지는 것으로 훌륭합니다.

이때 소리라는 것이 영상과 음원을 통해서 듣는 것이고 그게 엄마표 시작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실수가 큽니다. 소리 듣기 중 일정 분량은 엄마가 읽어주는 동화 소리를 듣는 것입니다. 발음이 맞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아이는 자라면서 여러 방법으로 영어 소리에 노출됩니다. 이 시기에 중요한 점은 엄마표를 시작한다는 생각이고, 그 출발점은 머리 맞대고 동화 읽는 것입니다. ‘공부 같지 않은 영어 노출’에 아이와 엄마가 함께 익숙해지면 성공입니다. 3세 이전에 더러 빨리 문자를 인지하는 주변 아이들을 보고 자녀에게 억지로 문자를 가르치는 것은 금물입니다. 아주 익숙한 단어를 첫 글자만 보고 엉터리로 읽어도 잘하는 겁니다. 아예 문자를 몰라도 괜찮습니다. 알파벳만 이미지로 기억해도 대단한 겁니다.





5~7세

이전에 영어를 시작해 진전을 보이다가 이 시기에 영어책과 소리를 거부하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국어가 폭발적으로 발달하면서 이해가 잘 되는 국어를 선호하는 것이죠. 아이 입장에서는 당연한 겁니다. 이 시기에 조바심을 내는 엄마들이 너무나 많아 아이와 실랑이를 벌이는 실수를 합니다. 그동안 투자한 시간과 노력이 사라지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그냥 두십시오. 영어는 다시 시작하면 됩니다. 아이가 영어를 해야겠다고 스스로 생각해야 성과도 좋습니다.

이 시기에 엄마표영어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제일 많은데 대부분 카페 등 커뮤니티 활동을 합니다. 그 전부터 영어에 노출됐던 아이들에 비해 자기 아이가 늦다고 생각합니다. 아닙니다. 아이들이 말귀도 좀 알아듣고 무언가에 10분 이상 집중하는 힘이 있을 때이므로 재미있는 동화, 동영상 등으로 시작해 한글 배우듯 영어 알파벳, 단어 인지를 겸하면서 자꾸 칭찬하면 바로 흥미를 붙입니다.

초등시기

문자를 보고 잘 읽을 수 있으면 좋은 시기입니다. 파닉스도 무난히 넘기도 차츰 레벨 높은 동화를 읽고 또 문제집을 하는 것으로 뿌듯하지요. 이때 가장 큰 실수는 엄마표 영어가 성과를 보이는 듯해 일반 학원 레벨 테스트를 받고 실망하는 경우입니다. 그냥 책만 읽었는데 그 학원이 요구하는 점수를 어떻게 내겠습니까. 그런 일에 휘둘리지 마십시오.

레벨 높은 동화를 잘 읽는다고 영어 실력이 좋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읽기만 한다고 영어가 저절로 되지 않습니다. 중등을 가기 전에는 쉬운 수준의 영어를 편안하게 읽고 쓰고 듣고 말해야 합니다. 저는 이를 인테이크(intake)라 하는데 쉬운 동화(레벨 2~3)의 대화문, 설명문 정도는 입에 배어 척척 말하고 글로 쓸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영어 내공이 있어야 하루 수십 개의 단어와 어려운 시험 문제에 매달릴 힘이 생겨요. 단순하지만 유용한 문장과 표현을 자유자재로 구사하게 도와주세요.

이지은 객원기자는 중앙일보 교육섹션 '열려라 공부' 'NIE연구소' 등에서 교육 전문 기자로 11년간 일했다. 2017년에는 '지금 시작하는 엄마표 미래교육'이라는 책을 출간했으며 지금은 교육전문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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