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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퍼트 “나는 던지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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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나는 아직 던질 수 있다.”

KBO리그 최장수 외국인 투수 #8시즌 활약, 100승 넘긴 건 유일 #한국 안되면 멕시코·대만 고려 중 #“아프면 은퇴 … 검진 결과는 건강 #양의지 시상식 보고 가슴 뭉클”

한국 프로야구 최장수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37·미국)를 13일 경기 화성시에서 만났다. 니퍼트는 인터뷰 내내 몇 번이나 이 말을 반복했다. 니퍼트는 2011년부터 올해까지 8시즌 동안 통산 214경기에 나와 102승(51패), 1082탈삼진, 평균자책점 3.59 등을 기록했다. 수많은 외국인 투수 가운데 100승 이상 올린 건 니퍼트가 유일하다.

니퍼트는 지난해 12월 28일자 중앙일보 지면에 등장했다. 팬들이 모금해 만든 감사광고였다. 그는 "내년에도 한국 팬을 보고 싶다"고 했다. [최정동 기자]

니퍼트는 지난해 12월 28일자 중앙일보 지면에 등장했다. 팬들이 모금해 만든 감사광고였다. 그는 "내년에도 한국 팬을 보고 싶다"고 했다. [최정동 기자]

니퍼트는 지난 시즌 직후 7년간 뛰었던 두산 베어스와 헤어졌다. 한국을 떠날 뻔하다 올 초 가까스로 KT 위즈 유니폼을 입었다. 올 시즌이 끝난 뒤 재계약에 실패했다. KBO리그와 결별할 가능성이 커지자, 일부 팬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니퍼트 복귀 요청 글까지 올렸다. 그 정도로 그를 사랑하는 팬들이 많다. 재계약 불발 이유를 묻자 그는 “나이가 들어 그런 것 같다”며 한숨을 쉬더니 “그렇지만 매우 건강하다. 병원에서 정밀검진을 받았는데 몸 상태도 괜찮다”고 대답했다. 이어 또 한 번 “나는 더 던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즌이 끝난 뒤 어떻게 지내나.
“새 팀을 알아보면서 잘 지낸다. 어떻게든 1년 더 던지고 싶은데, KBO리그 상황이 여의치 않아 다른 리그를 찾고 있다. 일본에서 뛰기엔 나이가 많아 대만이나 멕시코리그를 고려 중이다. 멕시코에선 지금 당장 뛸 수 있다. 대만은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워 가족이 적응하기 좋을 것 같다. 아직 결정 난 건 없다.”

니퍼트는 2016년 한국 여성과 결혼해 17개월과 3개월 된 두 아들을 뒀다. 가족과 화성에 사는데, 인터뷰도 그의 아파트에서 진행했다.

진짜 1년만 더 하고 싶은가.
“아프면 은퇴하겠지만 건강하다. 은퇴 시점은 몸이 말해줄 것이다. 아직 몸 상태가 좋다. 구단(KT)이 재계약하지 않은 건 나이 때문인 것 같다. 최근 계약한 외국인 선수들과 비교해도 내 기록이 낫다. 그런데도 계약하지 못하는 상황이 답답하다.”
니퍼트가 13일 화성 동탄 자신의 집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최정동 기자

니퍼트가 13일 화성 동탄 자신의 집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최정동 기자

(어깨 전문의인) 이상훈 CM병원 원장한테 어깨 등 전반적으로 정밀검사를 받았다고 들었다.
“담당 의사가 몸 상태가 아주 좋다고 했다. 어느 구단이든지 메디컬 테스트를 원한다면 응할 수 있다. 몸에 자신이 있다. 올 시즌 초반 기복이 있었던 건 내 잘못이다. 계약이 늦어 몸을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 그런데 선발로 계속 출전하면서 컨디션을 잘 끌어올렸다.”
지금 계약 못 해도 시즌 중간에 돌아올 수 있다. 에릭 해커가 지난 시즌 NC 다이노스와 계약에 실패하고 혼자 훈련하다가 올 시즌 중간에 넥센 히어로즈와 계약했다.
“해커처럼 개인 훈련을 하면서 컨디션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개막 전에 계약하고 스프링캠프부터 소화하고 싶다. 어떤 팀에서든 뛰다가 기회가 생기면 한국에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외국인이라서 팀을 찾는 게 어려운 것 같다. 농구의 라건아처럼 특별귀화로 한국 국적을 얻으면 KBO리그에서 오래 뛸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이 부분은 정부와 KBO가 이야기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나도 특별귀화를 하고 싶다. 그러면 KBO리그에서 계속 뛸 수 있다. 일본은 외국인 선수가 8번의 정규시즌을 소화하면 FA(자유계약) 권리와 함께 내국인 선수 자격을 부여한다. KBO리그에도 비슷한 제도가 생기면 좋겠다. 내가 아니라도 앞으로 KBO리그에 오는 외국인 선수에게 좋은 제도가 될 것이다.”
선수로 계약하지 못하면 코치는 어떤가.
“당장은 아니다. 선수보다 코치가 스트레스를 더 받는 것 같다. (선수 생활을 더 할 수 없다면) 당분간 야구에서 벗어나고 싶다. 그리고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코치를) 하고 싶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니퍼트 관련 글. [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니퍼트 관련 글. [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한국 팬이 참 많다. 특히 두산 팬들의 애정이 깊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복귀 요청 글까지 올렸다.
“진짜 그런 글을 올라왔나. 인터넷을 안 해 몰랐다. 정말 감사하다. 그렇다고 다른 선수보다 내가 더 특별한 건 아니다. 두산 팬들에게 특히 감사하다. 올해 조쉬 린드블럼과 세스 후랭코프가 잘했기 때문에 두산이 (나보다는) 그 선수들과 계약하는 게 맞다. 내가 그 친구들보다 낫다고는 안 하겠다. 하하. 만약 (두산이) 그 선수들과 계약 안 하고 내게 기회가 생긴다면 돌아가겠다.”
두산 포수 양의지가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니퍼트는 내 마음속 1선발’이라고 했다.
“나도 시상식을 봤는데 뭉클했다. 양의지가 NC와 FA 계약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축하한다’고 연락했다. 한국말을 잘 못 해서 연락을 자주는 못 한다. 아내 도움을 받아 가끔 연락한다.”
지난 2011년 LG전에서 완투승을 거둔 니퍼트가 양의지와 손을 맞잡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2011년 LG전에서 완투승을 거둔 니퍼트가 양의지와 손을 맞잡고 있다. [중앙포토]

원래 일본에 가려다가 한국에 왔는데, 후회하지 않나.
“어떻게 후회할 수 있나. 나는 미국 오하이오주의 아주 작은 동네에서 자랐다. 그때 ‘야구선수가 되겠다’고 하면 동네 사람들이 다 웃었다. 그런데 야구선수가 됐으니 꿈을 이룬 셈이다. 게다가 한국에서 8년간 정말 멋지게 선수 생활을 했다.  훗날 인생을 돌아본다면 스스로 ‘행운아’였다고 생각할 것 같다.”

더스틴 니퍼트는 …

생년월일: 1981년 5월 6일
국적: 미국
포지션: 우완 투수
체격: 키 2m3㎝, 몸무게 103㎏
경력: 2005~2007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2008~2010년 텍사스 레인저스
2011~2017년 두산 베어스
2018년 KT 위즈
수상: 2016년 KBO리그 MVP
KBO리그 성적: 214경기 102승 51패
평균자책점 3.59
2018시즌 성적: 29경기 8승 8패, 평균자책점 4.25

화성=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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