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 시신 수습하자 컨베이어벨트 돌려라 요구”… 태안·광화문에서 추모문화제

중앙일보

입력 2018.12.13 16:08

업데이트 2018.12.14 08:54

지난 11일 충남 태안군 원북면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고 김용균(24)씨 사망사고 당시 발전소 측이 시신을 수습하자마자 컨베이어 벨트를 다시 돌릴 것을 요구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는 13일 오후 충남 태안버스터미널 네거리에서 고인을 추모하는 촛불집회를 열었다. [연합뉴스]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는 13일 오후 충남 태안버스터미널 네거리에서 고인을 추모하는 촛불집회를 열었다. [연합뉴스]

김씨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진 뒤 사고가 제대로 수습되기도 전에 재가동을 요구했다는 얘기다. 태안화력발전소는 석탄을 주원료로 가동하며 저장소에서 발전기까지 컨베이어벨트로 석탄을 운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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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 소속회사인 한국발전기술㈜ 노조 신대원 지부장은 13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 어찌 됐던 사후처리를 해야 하는 데 발전소 측이 이익에 급한 나머지 빨리 연료(석탄)를 공급해달라. 다시 운전해달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13일 충남 태안군 태안의료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용균 씨 빈소를 찾은 고 이민호군 유가족과 대책위 관계자들이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충남 태안군 태안의료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용균 씨 빈소를 찾은 고 이민호군 유가족과 대책위 관계자들이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 지부장은 “진상규명도 안 됐고 고용노동부에서 작업중지를 지시했는데, 이게 발전소의 태도였다”며 “2인 1조로 개선해달라. 설비도 고쳐달라고 수없이 요구했는데 안 됐다”고 말했다.

지난 8월에는 발전소 측이 하청업체 근로자에게 안전작업허가서도 없이 업무를 재촉한 사실이 폭로되기도 했다. 신 지부장은 “하청업체에서 사고가 나도 원청인 발전소는 아무 책임도 지지 않고 (하청업체에)다 떠넘겼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태안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서부발전㈜은 “발전소는 국가전력망이라 곧바로 가동을 중단하지 못하고 1시간 정도 컨베이어벨트를 가동했다”며 “(협력업체의)개선요구도 대부분 수용했다”고 말했다.

12일 오후 충남 태안군 태안읍 한국서부발전㈜ 정문 앞에서 지난 11일 숨진 김용균씨 부모가 사고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중앙포토]

12일 오후 충남 태안군 태안읍 한국서부발전㈜ 정문 앞에서 지난 11일 숨진 김용균씨 부모가 사고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중앙포토]

전국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 한국서부발전㈜ 등 5개 발전사에서 발생한 346건의 사고 가운데 97%(377건)가 하청업체 업무였다.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산재로 사망한 40명 가운데 하청업체 근로자가 92%(32명)를 차지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서부발전은 최근 5년간 산재 보험료 22억원 감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근거로 직원들에게 포상금 4700만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지난 11일 숨진 태안화력발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씨가 안치된 태안장례식장(상례원)에 그의 죽음을 기리는 조화가 세워져 있다. [중앙포토]

지난 11일 숨진 태안화력발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씨가 안치된 태안장례식장(상례원)에 그의 죽음을 기리는 조화가 세워져 있다. [중앙포토]

김씨의 빈소가 마련된 충남 태안군 태안의료원 장례식장에는 조문객들이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양승조 충남지사가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유족을 위로했고 지난해 취업실습 도중 사망한 고 이민호군의 부모도 빈소를 방문했다.

양 지사는 “또 한 명의 젊은이가 안전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비용을 절감한다는 핑계로 위험한 작업이 방치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가 13일 태안의료원에 마련된 고 김용균씨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가 13일 태안의료원에 마련된 고 김용균씨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는 시민대책위원회는 13일 오후 7시 태안버스터미널 사거리에서 김씨를 추모하고 비정규직 실상을 알리는 촛불 문화제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태안지역 주민과 김씨의 직장 동료,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 등 300여 명이 참가했다. 같은 시간 서울 광화문에서도 촛불 문화제가 열렸다. 문화제는 고인의 장례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매일 밤 이어진다.

13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지난 11일 사고로 숨진 비정규직 김용균씨의 어머니가 김씨 동료들을 안아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지난 11일 사고로 숨진 비정규직 김용균씨의 어머니가 김씨 동료들을 안아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비정규직 근로자인 김씨는 지난 11일 오전 3시20분쯤 태안화력 9·10호기 석탄운송용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채 발견됐다.

태안=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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