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3명의 사상자를 낸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기흥사업장 이산화탄소 누출 사고는 잘못 절단된 소화설비 케이블과 노후한 밸브가 원인이라는 수사결과가 나왔다.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는 13일 이런 내용의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9월 4일 사고 당시 소화설비가 오작동하면서 이산화탄소가 한꺼번에 분출이 됐고 밸브까지 파손됐다. 파손된 밸브에서 솟구친 이산화탄소가 저장실 벽을 뚫으면서 외부로 누출됐고 이로 인해 기흥사업장 6-3라인 지하 1층 이산화탄소 집합관실 옆 복도에서 일하던 협력업체 직원 2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2차례 감정을 통해 소방설비 오작동은 제어반에서 다른 계열의 전력이 접촉하는 '혼촉' 또는 케이블 절단 때문으로 봤다.
경찰, 이산화탄소 누출사고 중간수사결과 발표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 박찬훈 부사장 등 19명 입건 #케이블 혼선 절단에 20년된 밸브 노후화 등 원
사고가 난 지난 9월 4일 당시 기흥사업장 MCC룸에선 삼성전자 직원 1명과 협력업체 직원 12명이 노후 중계기를 교체한 뒤 기존 배선 철거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협력업체 직원이 신호가 살아있는 정상 배선을 노후 배선으로 오인해 절단한 것으로 조사됐다.
협력업체 관계자도 경찰에서 "소방시설 배선을 노후 배선으로 오인해 절단했다"고 진술했다.
이 배선 절단으로 소방설비가 작동하면서 이산화탄소가 분출됐다. 이때 파손된 밸브로 이산화탄소가 한꺼번에 분출됐다.
국과수는 이산화탄소가 누출된 밸브의 절단면에서 다수의 기공이 발견됐다며 제작 불량을 의심했다.
그러나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의 형식승인을 통과한 제품으로 확인됐다. 밸브 제작 당시 결함 여부를 추가 감정했지만 "제작 당시 기준에 부합하게 만들어졌는지를 논단할 수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은 절단된 밸브가 1998년 제작, 20년 이상 된 동(銅) 재질의 제품으로 부식과 균열, 기계적 진동, 나사마모, 나사골 갈라짐 등의 변형과 순간적인 응력 집중으로 인한 이탈로 인해 사고가 난 것으로 판단된다는 감정 결과를 최근 경찰에 전달했다.
국과수가 의심한 다수의 기공에 대해서는 "제조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며, 사고 예방에 가장 중요한 인장강도(압력을 견딜 수 있는 힘)는 KS 규격 이상이어서 제작 불량으로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박찬훈 삼성전자 부사장 등 삼성전자 관계자 9명과 협력업체 관계자 7명 등 16명을 형사입건했다.
또 환경부가 지난 10월 말 이번 사고의 경우 즉시 신고의무가 발생하는 '화학사고'인데 삼성이 1시간 49분 후에 신고했다며 고발함에 따라 화학물질관리법 위반 혐의로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 등 삼성전자 관계자 3명도 형사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삼성 측이 고의로 신고를 늦게 했는지 등을 추가로 조사하고 있다"며 "수사가 끝나는 대로 이들을 기소의견 송치할지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