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UFC 뺨치는 '올해 소싸움 판의 최고 싸움소는?' 15일 결판

중앙일보

입력

청도소싸움. 대구=조문규 기자

청도소싸움. 대구=조문규 기자

'소싸움 판의 최고 실력자를 찾아라-.' 주말인 오는 15일과 16일, 22일 23일 청도 소싸움 판의 왕중왕이 가려진다. 청도 소싸움은 이종격투기 UFC처럼, 국내 소싸움 판의 최고 메이저 대회다. 청도 소싸움판의 왕중왕이 되면 국내 최고 싸움소라는 명예가 붙는다. 출전수당과 체급별 등수 시상금을 더해 상금만 8250만원이 걸린 큰 싸움판이다.

소싸움을 관리하는 청도공영사업공사는 12일 “올해 청도 소싸움 경기에 참여한 220여 마리 싸움소의 성적을 분석, 왕중왕전에 출전한 싸움소를 확정했다. 갑·을·병 체급별로 8마리씩 모두 24마리다"고 밝혔다. 왕중왕전을 앞두고, 관람객들은 벌써 우승 소를 점치고 있다. 청도 소싸움 판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합법적으로 도박할 수 있다. 1인당 한 번에 100원~10만원을 걸 수 있다. 우승 소를 일찌감치 점치는 이유다.

청도소싸움. [뉴스1,청도군 제공]

청도소싸움. [뉴스1,청도군 제공]

체중 800㎏ 이상 무제한까지인 갑종의 경우 지난해 왕중왕 최고의 싸움소인 챔피언이 출전한다. 챔피언을 상대로 신예 '대근'과 '범산'이 우승 자리를 노린다. 기술이 좋은 '루피'와 '새마을', '용마'도 그 자리를 꿰찰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체중 700~800㎏인 을종은 '장칼'과 '울림', '진주기백'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특히 장칼은 지난해 '천금'을 물리친 을종 최고의 싸움소다. 600~700㎏인 병종은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은 '오대일', '사드', '땡감', '아리랑'의 한판 대결이 예상된다. 왕중왕전은 체급별로 승자 대결 방식으로 진행된다.

왕중왕전을 준비하는 싸움소들은 특별 대접을 받는다. 식사부터 다르다. 체급별로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쇠죽을 하루 네 차례, 총 60㎏ 정도 먹는다. 볏짚에 풀과 메주콩·옥수숫가루·쌀가루를 섞어 만든 쇠죽이다. 식사에는 한약재인 당귀·황기 등이 첨가되기도 한다. 간식으로 십전대보탕이나 낙지를 먹는 소도 있다.

훈련은 고되다. 타이어를 끼운 말뚝을 머리로 들이받고, 뿔로 타이어를 들어 올리는 연습을 거의 매일 한다. 무게가 200㎏ 정도 되는 타이어를 몸에 달고 훈련장을 빙빙 돌기도 한다. 끊임없이 상대를 공격하기 위한 체력을 다지기 위해서다. 소싸움의 승패는 최대 30분 이내에 상대 소가 힘에 밀려 뒤로 계속 물러나거나 엉덩이를 보이고 달아나면 승부가 갈린다. 그래서 이종 격투기처럼 소싸움판에도 싸움을 계속하겠다는 근성과 투지, 상대를 제압할 격투 기술과 체력이 필요하다. 고된 훈련을 하는 이유다.

'2006청도소싸움대회'에서 한국소(오른쪽 누렁소) 개와 일본소(왼쪽 검은소) 나라부와 한판 싸움. [중앙포토]

'2006청도소싸움대회'에서 한국소(오른쪽 누렁소) 개와 일본소(왼쪽 검은소) 나라부와 한판 싸움. [중앙포토]

이런 훈련을 바탕으로 청도 소싸움판의 싸움소들은 다양한 격투 기술을 가지고 있다. 우선 ‘뿔치기’다. 단단한 뿔로 상대의 머리와 몸통을 가격하는 기술이다. 순간 힘을 뿔 주변에 바짝 주고 들이받기 때문에 상대에겐 큰 충격이 전해진다. 두 번째는 소싸움판의 진수라는 ‘뿔 걸이’이다. 상대의 뿔에 내 뿔을 순간적으로 걸어, 체중을 확 실어 순간 목을 비틀어버리는 기술이다. 목이 순간 확 젖어진 상대는 잠깐 호흡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밀치기’도 싸움소들이 잘 쓰는 기술이다. 머리를 들이받고 무작정 힘으로 미는 것이다. 근력을 이용하는 격투 기술로 상대를 자연스럽게 뒷걸음치게 한다.

관련기사

고급 기술에 속하는 ‘목감아돌리기’를 하는 싸움소들도 있다. 얼굴을 상대 목 아래에 쑥 집어넣어 순간적으로 머리를 흔들며 들어버리는 기술이다. 씨름판 ‘들배지기’와 유사한 기술이다. 응용 격투 기술인 ‘모듬치기’, ‘울장치기’ 등을 변칙적으로 구사하는 싸움소들도 있다. 공사 측은 "왕중왕전에서 화려한 싸움소들의 기술을 대부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소싸움 경기장을 ‘울장’이라고 부르는데 싸움소를 응원하며, 울장을 바라보는 재미가 그만이다"고 했다.

청도=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