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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6만명 일자리 반짝 늘었지만…제조업은 더 줄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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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중국 관광객들이 지난 10월 서울 롯데면세점 명동 본점 앞에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중국 관광객들이 지난 10월 서울 롯데면세점 명동 본점 앞에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굿 뉴스(Good news)다.”

수출 둔화에 제조업 9만명 감소 #11월 일자리 지표 좋아진 건 #유커 늘며 판촉행사 많았기 때문 #정부 “공공일자리 영향 확인 안돼”

도규상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12일 공개된 지난달 고용 지표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지난달 취업자 수는 올 1월(33만4000명)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많이 늘었다. 매달 부진을 넘어 충격적인 고용 성적표를 받았던 정부 입장에선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괜찮은 일자리가 많은 제조업 고용 상황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실업 지표는 부진한 방향으로 ‘기록’을 써내려 간다. 고용 시장에 드리운 먹구름이 걷히지 않았다는 얘기다. 도규상 국장도 “반가운 소식이지만 추세가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통계청이 이날 내놓은 ‘1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718만4000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16만5000명 늘었다. 취업자 증가 수가 10만 명을 웃돈 건 지난 6월 이후 5개월 만이다. 지난해 월평균 취업자 증가 폭(31만6000명)에는 못 미치지만, 지난 7월(5000명)과 8월(3000명) 경험한 ‘고용 쇼크’ 이후 낮아진 눈높이를 고려하면 양호한 수치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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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고용 증가 원인을 뜯어보면 불안한 면이 많다. 일자리를 늘린 주동력이 판매 촉진 행사, 아파트 입주 물량 증가와 같은 일회성 요인이어서다. 도·소매, 숙박음식점업의 취업자 감소 폭은 10월 19만6000명에서 지난달 12만8000명으로 7만 명 가까이 둔화했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11월에 소매업의 판촉 행사가 많았고, 10월 이후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증가하며 숙박·음식업점 등의 일자리 감소 폭이 줄었다”고 말했다.

건설업 취업자 증가 인원이 10월 6만4000명에서 지난달 7만3000명으로 늘어난 것도 보탬이 됐다. 기재부는 ‘11월 고용동향 평가’ 자료에서 “11~12월 아파트 입주물량 증가 등으로 마무리 공사 수요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지난 10월 내놓은 단기 공공일자리 창출 정책이 고용 지표를 일시적으로 끌어올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기재부와 통계청은 “공공일자리 창출 정책의 영향을 지표상으로 뚜렷하게 확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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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서비스업과 건설업 고용이 개선됐지만 괜찮은 일자리가 많은 제조업은 점점 줄고 있다.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는 1년 전보다 9만1000명 줄었다. 4월 이후 8개월 연속 감소했다. 줄임 폭도 10월(4만5000명)의 두 배를 넘었다. 빈현준 과장은 “전기장비·자동차 등에서 취업자가 감소했다”며 “수출 증가 폭이 둔화했고, 지난해 하반기 반도체 공장 증설로 취업자가 늘었던 데 따른 기저 효과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제조업 취업자 감소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취업자 증가 폭이 상승세를 유지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한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향후 소비와 건설 경기가 꺼질 가능성이 크다는 걸 고려하면 서비스업과 건설업 고용 상황이 나빠질 것”이라며 “게다가 투자 부진, 수출 증가세 둔화로 제조업 일자리 사정은 더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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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실업 관련 통계는 좀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달 실업자 수는 90만9000명을 기록했다. 외환위기 여파가 있던 1999년(105만5000명) 이후 11월 기준 가장 많다. 지난달 실업률은 3.2%다. 같은 달 기준 2009년(3.3%)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았다. 15~29세의 체감 실업 수준을 보여주는 청년층 고용보조지표3(확장실업률)은 21.6%로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제조업 등 민간 분야에서 일자리가 나오지 않고 있다”며 “재정 투입에 따른 고용 개선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민간 분야 일자리 창출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an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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