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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0일 남았는데 9월 평양공동선언 이행 반타작도 못했다

중앙일보

입력

2018년을 20일 앞둔 12일 현재 남북 정상이 지난 9월 평양에서 서명한 정상회담 합의(9월 평양공동선언) 이행률은 27.8%로 나타났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9월 19일 김 위원장의 답방 등을 골자로 한 6개 항에 합의했다.

9월 평양 공동선언은 항마다 많게는 5개(2조), 적게는 1개(6조) 등 모두 18개의 세부 내용을 담고 있다. 본지 확인 결과 9월 정상회담 이후 85일 동안 양측이 이행한 사안은 모두 5개로 집계됐다. 군사적 긴장 완화 등 군사 분야 합의서 이행(1조 1항), 환경(산림 분야) 협력(2조 3항), 보건ㆍ의료 협력(2조4항) 등이다. 2020년 하계 올림픽 등 국제대회 공동 출전 및 2032년 올림픽 공동개최 협의(4조 1항), 10ㆍ4선언 11주년 기념행사(4조 3항)도 각각 체육 회담을 열어 협의했고, 남측 대표단이 지난 10월 4일부터 2박 3일간 평양을 찾아 공동으로 행사를 했다.

18개 세부 사항중 5개, 이행률 27.8% 불과 #군사합의 진도 내는데 비핵화는 한 발도 못 떼

9월 평양선언 주요 합의 내용과 이행상황

9월 평양선언 주요 합의 내용과 이행상황

남북은 9월 정상회담 이후 고위급 회담 등 7차례 크고 작은 회담을 열어 정상회담 합의문을 이행하기 위한 방안을 찾았다. 이 중 10월 26일 장성급 회담 등을 계기로 진행하는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가 속도를 내고 있다. 남북은 지난달 비무장지대(DMZ) 안의 감시초소(GP) 11곳을 시범 철수한 데 이어 12일 남북 각 77명의 조사단이 상대측의 GP 철수 조치를 확인하는 작업을 했다. 또 양측 군 당국의 협조하에 지난달 5일부터 35일 동안 ‘바다 위 휴전선’을 오가며 총 660㎞의 한강하구 수로 공동조사를 했다. 한강 하구를 공동으로 이용하기 위한 조치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왼쪽)과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0월 15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고위급회담에서 공동보도문을 교환한 뒤 악수하고 있다.[사진 공동취재단]

조명균 통일부 장관(왼쪽)과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0월 15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고위급회담에서 공동보도문을 교환한 뒤 악수하고 있다.[사진 공동취재단]

전염병의 유입과 확산을 막기 위한 보건ㆍ의료 분야 협력이나 생태계 복원 및 북한 지역의 산림복구를 위한 산림 협력 역시 궤도에 올랐다.
반면, 비핵화 등 나머지 13개 사안은 미뤄지고 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이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은 지난 10월 15일 고위급 회담을 열어 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짰다. 그런데도 10월 중 북측 예술단의 서울 공연이나 11월 중 이산가족 면회소 시설 복구와 화상 상봉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적십자 회담은 열리지 않았다. 북측 지역의 경의선ㆍ동해선 철도와 도로 현대화를 위한 착공식도 확정되지 않았다. 남북은 당초 11월 말~12월 초 착공식을 할 예정(고위급 회담)이었지만 지난달 30일부터 오는 18일까지 현지조사를 하는 실정이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북측과 (착공식) 일정을 협의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도로의 경우 조사의 범위 등을 두고 이견을 보이면서 현지조사조차 일정이 미뤄지는 등 상황이 여의치 않자 정부는 ‘착수식’으로 성격을 바꾸려는 분위기다.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이날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이 어려울 것으로 내부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 합의 역시 늦춰질 전망이다.
 특히 북미 관계와 연동된 북한의 비핵화는 한 걸음도 떼지 못했다. 유관 국가들 전문가들의 참관 속에 동창리의 미사일 실험장이나 발사대를 영구폐기하기로 했던 약속 역시 아직이다. 전현준 한반도평화포럼 부이사장은 “9월 평양 공동선언에 비핵화 문제는 ‘미국이 상응 조치를 하면~’이라는 식으로 조건부로 돼 있다”며 “북한이 그동안 남측을 배제해 왔던 핵 문제를 남북 정상회담 합의문에 담은 건 의미가 있지만, 북미 대화가 정체되면서 진전을 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남북 관계가 북ㆍ미 관계와 연계돼 있다 보니 남북의 의지만으로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올해 세 차례의 정상회담 등 남북 관계에 속도가 났고, 북측의 경우 남북관계를 전담하는 통일전선부가 미국과의 협상도 챙기다 보니 북측 내부적으로 벅찬 경향이 있다”(정창현 현대사연구소장)는 분석도 있다.
 조 장관은 11일 한 강연에서 이산가족화상상봉, 영상편지 교환을 언급하며 “북측과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문서교환 방식으로 협의해 나가고 있고, 내년 초부터는 아마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만간 이산가족 문제 등 인도적 협의가 이어질 가능성을 내비쳤다. 정부 당국자는 “남북 간 9월 평양 공동선언 이행 위해 속도를 내고 있지만, 시간이 부족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양측 모두 합의를 이행하겠다는 의지가 강해 해가 바뀌더라도 변함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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