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주로 지목된 이재명 경기지사의 부인 김혜경(51)씨가 약 8개월 만에 혐의를 벗었다.
검찰, 김혜경=혜경궁 특정 못해 #‘혜경궁 김씨 계정주’는 기소중지 #추가 증거 나오면 재수사 가능성
수원지검은 11일 김씨의 공직선거법 위반 및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검찰 관계자는 “김혜경씨가 ‘혜경궁 김씨’의 계정주임을 드러내는 정황이 다수 확보됐지만 반대로 계정주가 아님을 나타내는 정황도 다수 있었다”며 “의심하는 것과 이를 법적으로 증명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혜경궁 김씨’ 트위터가 ‘공용 계정’으로 사용됐을 가능성도 고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는 지난 4월 경기지사 민주당 예비후보 경선 당시 ‘혜경궁 김씨’ 계정을 통해 ‘전해철 전 예비후보가 자유한국당과 손잡았다’는 등의 게시글을 올려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해선 사실 적시라기보다는 의견 표명에 가까워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또 2016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가 취업 과정에서 특혜를 얻었다는 게시글을 올린 것에 대해선 명예훼손 혐의(정보통신망법 위반)로 수사가 이뤄졌지만 결정적 한 방이 없었다. 검찰은 혐의 자체는 인정되지만 혜경궁 김씨 계정주를 특정할 수 없어 증거 불충분에 따른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검찰의 불기소 처분으로 김씨는 재판을 피하게 됐지만 논란이 종결된 것은 아니다. 검찰이 성명 불상의 ‘혜경궁 김씨 계정주’에 대해선 ‘기소중지’ 처분을 내리며 불씨를 남겨놨기 때문이다. 기소중지란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를 특정할 수 없는 등의 문제로 기소가 불가능할 경우 한시적으로 수사를 중단하는 조치다. 검찰 입장에선 혜경궁 김씨 계정주의 신상·소재지 등 추가 증거가 확보될 경우 다시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는 의미다.
나기주(법무법인 지유) 변호사는 “성명불상자에 대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날 경우 검찰의 수사가 재개될 수 있다”며 “많은 변수를 열어둔 조치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검찰 관계자 역시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것이 김혜경씨가 혜경궁 김씨 계정주가 아니고 아무런 죄가 없다는 사실을 의미하진 않는다”며 “기소중지 처분을 통해 혜경궁 김씨에 대한 추가 증거가 확보될 경우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수사에 나설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뒀다”고 말했다.
1차 수사를 통해 “혜경궁 김씨가 김혜경씨”라며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던 경찰은 “검찰의 불기소 결정은 다소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경찰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검찰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수사를 진행했다”며 “30여 회에 걸쳐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통해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등 진실 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한편 6·13 지방선거에서 이재명 지사와 경쟁했던 김영환(바른미래당 경기지사 후보) 전 의원은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반발해 재정신청을 내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재정신청은 검사의 불기소 처분이 적절한지 법원이 가려 달라고 요청하는 제도다.
정진우 기자, 수원=최모란 기자 dino8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