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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추진하는 두산중공업, 대표이사도 떠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구원 등판한 구조조정 전문가도 물러나 

10일 사의를 표명한 두산중공업의 김명우 대표. [사진 두산중공업]

10일 사의를 표명한 두산중공업의 김명우 대표. [사진 두산중공업]

실적악화로 유급휴직을 시행하는 두산중공업에서 구조조정을 지휘하던 대표이사가 9개월 만에 자리를 내려놓았다. 전임 정지택 전 부회장에 이어 또 다시 '구원 등판'에 실패했다. 글로벌 발전·플랜트 시장이 침체한 상황에서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 리스크를 벗어나지 못했다.

김명우(59) 두산중공업 대표이사는 10일 두산중공업 임직원 7200여명에게 발송한 이메일에서 “회사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하면서 “묵묵히 열심히 일하는 여러분 곁을 먼저 떠나려니 미안하고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지난 3월 취임 이후 9개월 만에 물러난 건 실적 부진 때문이다. 두산중공업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9.45%, 영업이익은 -27.92% 감소했다(별도재무제표 기준). 2016년 9조원을 웃돌던 두산중공업 수주액이 지난해 5조원 수준으로 내려앉았기 때문이다. 올해 수주액(3조7000억원)은 더 크게 감소했다(별도재무제표 기준).

특히 전체 매출액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는 발전 부문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 실제로 두산중공업 발전부문의 지난해 매출액(4조6332억원)은 2016년(5조2409억원) 대비 11.6%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2조656억원)도 지난해보다 감소했다.

두산중공업 김명우 사장(왼쪽)과 SK E&S 차태병 전력사업부문장이 ESS 시설 내부 배터리룸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두산중공업]

두산중공업 김명우 사장(왼쪽)과 SK E&S 차태병 전력사업부문장이 ESS 시설 내부 배터리룸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두산중공업]

실적 부진이 지속하자 두산중공업은 최근 인력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김명우 대표 전임인 정지택 전 두산중공업 부회장도 지난 3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올해 임원을 30%가량 축소했고 400여명의 직원을 계열사로 전출했다. 두산엔진·두산밥캣 지분을 매각하며 재무구조 개선도 추진했다.

또 2019년 상반기부터 과장급 이상 임직원을 대상으로 최소 2달 이상 유급휴직을 실시한다. 유급휴직 기간 임직원들은 임금의 절반(50%)을 지급받는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강도 높은 재무구조 개선을 추진하면서 김 사장이 부담을 느꼈다”며 “경영상 어려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 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두산그룹 인사관리 분야 전문가인 김 사장은 ㈜두산 인사기획팀장을 거쳐 2002년부터 두산중공업에서 일했다. 두산중공업에서 인력개발팀장, 인력관리담당 상무·전무, 관리부문 부사장을 지냈고 2015년부터 관리부문 사장을 맡았다. 그동안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과 구조조정 문제를 협의한 것으로 알려진다.

두산중공업 김명우 사장(오른쪽)과 한국전기안전공사 조성완 사장이 기술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진 두산중공업]

두산중공업 김명우 사장(오른쪽)과 한국전기안전공사 조성완 사장이 기술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진 두산중공업]

최근 인력 구조조정을 책임지는 차원에서 김 대표가 물러나면서 두산중공업은 박지원 회장과 최형희 부사장의 공동 대표 체제로 운영된다. 3인의 각자대표 중 한 명의 자리가 사라진 셈이다. 두산중공업은 “김명우 대표가 사의를 표명하면서 신규 각자대표를 선임할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각자대표를 선임하는 자리인) 이사회는 아직 개최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문희철·김민중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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