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10년 내 수소차 50만대 생산한다

현대차그룹의 2세대 수소연료전지차 넥쏘. 현재 양산 중인 수소전기차 가운데 가장 앞선 기술력을 자랑한다. [사진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그룹이 2030년까지 연 50만대 규모의 수소전기차(FCEV)를 생산한다. 현대차그룹은 총 7조6000억원을 투자해 5만1000명의 고용을 새로 창출하고, 현재 연 3000대 규모인 수소연료전지 생산능력을 2022년까지 연 4만대 규모로 확대하기로 했다.

중장기 로드맵 FCEV 2030 공개 #7조5000억원 투자, 5만명 고용 #정의선 '충주선언'…"글로벌 선두 유지" #경쟁력 있는 수소분야 집중 투자

현대차그룹은 11일 충청북도 충주시 현대모비스 공장에서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제2공장 신축 기공식을 열고 이 같은 계획을 담은 ‘FCEV 2030’을 공개했다.

‘FCEV 2030’은 자체 수소전기차 생산능력을 높이는 것은 물론, 다른 완성차 업체에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공급하고 수소에너지를 운송분야 전반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서 전력 생산과 저장 등에 연료전지 시스템을 공급하는 신사업도 추진한다.

현대차그룹이 수소전기차와 관련한 구체적 중장기 로드맵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이날 기공식에서 “수소전기차의 부품 국산화율이 99%에 달할 정도로 연관사업 파급효과가 크다”며“협력사와 동반 투자를 통해 미래 자동차 산업의 신 성장기반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 부회장은“현대차그룹은 수소경제의 ‘퍼스트 무버’로서 수소사회를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11일 현대모비스 충주 수소 연료전지시스템 공장을 방문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 첫번째)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왼쪽 세번째)이 방진복을 착용한 채 수소연료전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현대차]

현대차그룹이 수소 분야의 중장기 로드맵을 구체화한 건 세계자동차 업계의 미래 차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CASE(커넥티드·자율주행·공유·전동화)’로 대변되는 미래 차 산업은 완성차 업계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꿀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최대 완성차 업체인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는 모빌리티 기업으로 변신하기 위해 유럽·호주 사업을 접고 자율주행 플랫폼인 ‘크루즈’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일본 토요타도 미국 차량공유업체인 우버와 손잡은 데 이어 소프트뱅크와 제휴해 모빌리티 서비스 전문 조인트 벤처를 설립했다. 미국의 구글(웨이모), 중국의 바이두(아폴로) 등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도 미래 차 플랫폼 경쟁에 뛰어들었다.

현대차 수소

현대차그룹도 ‘FCEV 2030’을 통해 경쟁력을 갖춘 분야에 집중 투자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현대차그룹은 2013년 세계 최초 양산형 수소전기차인 ‘투싼 FCEV’를 선보였고, 올해 주행거리와 연료전지 효율성을 크게 높인 2세대 수소전기차 ‘넥쏘’를 출시하는 등 수소전기차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 받는다. 세계 완성차 업체 가운데 양산형 수소전기차를 출시한 곳은 일본의 토요타(미라이)와 혼다(클라리티) 뿐이지만, 주행거리나 연료전지 모듈 기술력에서 현대차그룹은 이들보다 한발 앞서 있다.

수소전기차는 수소충전소와 생산·저장 설비 등 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 단점을 갖고 있지만 연료 주입 시간이 기존 내연기관과 비슷해 전기차보다 편리하다. 순수 전기차의 경우 80% 가량 급속 충전하는 데에 30분 가량 걸린다. 현대차그룹이 지금은 경쟁업체들에 한발 앞서있지만 주요 완성차 업체가 수소전기차 개발에 나서고 있어 공격적 투자 없이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자동차 업계에선 2030년까지 세계 수소전기차 시장이 연간 200만대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 가운데 수소전기차 양산에 성공한 곳은 토요타(미라이·오른쪽)와 혼다(클라리티) 뿐이다.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기술은 이들보다 한발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다. [사진 각 회사]

 현대차그룹은 협력사와 함께 2030년까지 승용·상용 포함 연간 50만대의 수소전기차를 생산해 세계 시장 선두 지위를 확보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우선 현재 연 3000대 수준인 연간 수소전기차 생산능력을 2020년 1만1000대로 끌어올리기 위해 124개 주요 부품 협력사와 함께 2년 동안 3000억원의 연구·개발(R&D)과 설비 투자에 나선다. 이를 통해 1300여명의 신규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게 그룹 측 설명이다. 장기적으론 2030년까지 누적 7조6000억원을 투자해 연 50만대 생산체제 구축과 함께 5만1000명의 일자리를 만들 계획이다.

서울시 정규 노선에 투입되는 현대차의 수소전기버스. [사진 현대자동차]

수소전기차는 내연기관 차량 대비 부품 감소율이 낮아 기존 자동차 부품 생태계를 유지하는데도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업계와 한국수출입은행의 부품 수 비교조사에 따르면 내연기관 차의 부품이 3만개, 전기차가 1만9000개로 차이가 크지만, 수소전기차는 2만4000개로 내연기관과 비슷하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국내 50만대 수소전기차 생산체제가 구축되면 연간 경제효과는 약 25조원, 간접 고용을 포함한 취업유발효과(한국은행 차량용 취업유발계수 적용)는 약 22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개발 중인 연료전지시스템을 외부에도 공급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수소전기차 시장 진출을 원하는 경쟁 완성차 업체는 물론 선박·철도·건설기계 등 운송분야 전반으로 수소에너지를 확대할 방침이다. 신재생 에너지 발전 비중 확대와 함께 발전 분야에서도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수소전기차와 별도로 2030년까지 연간 약 20만기의 연료전지 시스템을 외부에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문재인(왼쪽) 대통령이 지난 10월 프랑스 파리 도심 알마광장에 있는 수소충전소에서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충전 시연을 참관하고 있다. [중앙포토]

현대차그룹은 지난 6월 독일 폴크스바겐그룹 산하 완성차 업체인 아우디와 수소전기차 기술 파트너십을 맺는 등 수소전기차 기술 확대에 나서고 있다. 연료전지 시스템 판매사업 추진을 위해 이달 초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 연료전지사업부 내에 전담조직도 만들었다. 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2030년까지 수소연료전지의 글로벌 수요가 550만~650만개에 달할 것으로 내다본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디지털 혁신이 가속화할수록 에너지 수요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청정에너지를 사용하는 연료전지 시스템이 다양한 분야에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공식에는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이시종 충청북도지사, 조길형 충주시장 등 정·관계 인사들과 부품 협력사 관계자가 참석했다. 현대차그룹에선 정의선 수석부회장과 정진행 현대차 사장, 임영득 현대모비스 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