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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정부와 함께갈 수 없는 사람”…인권위, 청와대 작성 '인권위 블랙리스트' 인정 '수사 의뢰'

중앙일보

입력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작성·관리한 '인권위 블랙리스트’가 존재했음을 확인하고, 이명박 전 대통령을 포함한 관련자들을 검찰에 수사 의뢰키로 했다. 또 MB 정부 시절 인권위를 불법 점거농성하던 중 사망한 장애인인권운동가에 대해 스스로 인권침해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MB정부와 함께 갈 수 없는 사람들“  

인권위는 제19차 전원위원회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11일 밝혔다. 최영애 인권위원장은 이날 직접 사과문을 발표하고,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해 노력하겠다고도 밝혔다.

인권위 진상조사단에 따르면, 인권위는 지난 2008년 10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경찰의 과잉진압이 있다고 판단하고 경찰 징계 등을 요청했다. 그러자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실에서 두 차례에 걸쳐 인권위 직원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 특히 시민사회비서관실 A행정관은 김옥신 당시 인권위 사무총장을 만나 "현 정부와 도저히 같이 갈 수 없는 인물"이라며 인권위 직원 10여명이 포함된 인사기록카드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당시 경찰청 또한 정보국에서 ‘인권위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이유에 대해 조사단장을 맡은 조영선 사무총장은 "진보성향 시민단체 출신의 인권위 직원을 축출하고, 조직 축소를 통해 직원 등을 사후 관리하고자 작성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MB 정부 시절 청와대 및 경찰청의 이같은 행위가 인권위의 독립성을 훼손한 것은 물론, 형법상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이 전 대통령을 포함한 관련자들에 대해 검찰총장에게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또 문재인 대통령에게 법적ㆍ제도적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불법농성 중 사망한 활동가, 인권침해 있었다

인권위는 또 2010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인권위를 불법 점거농성하는 과정에서 사망한 고(故) 우동민 활동가에 대해 인권위 스스로 인권침해를 자행했음을 인정했다.

당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은 장애인활동지원법의 올바른 제정과 국가인권위원회 현병철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인권위 사무실 등을 불법점거한 뒤 농성을 벌였다. 이에 인권위가 점거장의 난방과 전기 공급을 차단하고, 경찰 신고를 통해 중증장애인을 위한 활동보조인 출입을 제한적으로 통제했다. 우 활동가는 농성 도중 12월 6일 폐렴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결국 사망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우 활동가가 농성 참여로 인해 사망한 것인지 명확히 밝히지는 못했지만, 인권위의 조치가 우 활동가의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다"며 "유족과 국민들께 사과드리며, 향후 우 활동가의 명예회복을 위한 조치 및 인권위 차원의 인권옹호자 선언 채택 등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인권위의 이같은 결정은 지난 1월 29일 인권위 혁신위원회(혁신위)가 과거사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는 권고안을 발표함에 따른 것이다. 인권위는 혁신위 권고안을 이행하기 위해 조 사무총장을 단장으로 하는 자체 진상조사단을 만들어 지난 7월부터 11월초까지 약 4개월 동안 조사를 벌였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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