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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해병 '비트박스 콜라보' 인기…"폰 들이대서 즉석 합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인기 동영상 '해병대 비트박스 콜라보'의 주인공 주준민 예비역 해병 병장(오른족)과 미키야스 슬레시. [유튜브 캡처]

인기 동영상 '해병대 비트박스 콜라보'의 주인공 주준민 예비역 해병 병장(오른족)과 미키야스 슬레시. [유튜브 캡처]

전투복을 입은 한국과 미국의 해병대원이 서로를 소개한다. 그러더니 갑자기 한국 해병대원이 입으로 비트박스를 연주한다. 옆의 미국 해병대원이 흥이 겨워 합주를 한다. 서로 추임새까지 넣어준다. 뒤에서 걸어온 또 다른 미국 해병대원은 이들의 비트박스를 듣고 우스꽝스런 춤을 춘다. 두 사람은 비트박스로 죽이 잘 맞는 걸 확인한 뒤 환한 얼굴로 악수하며 서로를 껴안는다.

최근 ‘해병대 비트박스 콜라보(컬래버레이션)’이란 이름으로 인터넷에서 인기를 끈 동영상이다. 이 동영상은 미국 해병대 공식 페이스북에까지 걸렸다. 2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고, ‘좋아요’는 2만 8000개가 넘었다.

수소문 끝에 이 비트박스 동영상의 주인공인 주준민(21)씨와 연락이 닿았다. 그는 서해 백령도의 6여단에서 60㎜ 박격포를 다루다 8일 전역한 예비역 해병 병장이다. 전화로 인터뷰했다.

해당 영상은 언제 찍었나.

“지난해 12월 6여단 수색대가 미국 해병대와 함께 강원도 황병산에서 설한지 훈련을 할 때 찍었다. 다른 미 해병대원이 촬영해서 보내줬다. 휴가 때 개인 페이스북 계정에 올렸더니 알음알음 인기를 끌었다. 특히 미국에서 반응이 좋았다.”

함께 비트박스를 연주한 미 해병대원은 누군가.

“당시 계급이 나와 같이 일병이었던 미키야스 슬레시란 친구다.”

어떻게 찍었나.

“둘이 걸어오는 데 누가 갑자기 핸드폰을 들이댔다. 장난 삼아 비트박스를 했는데, 슬레시가 따라 했다. 촬영 때 처음 한 것이다. 그전에 합을 맞춰본 적 없었다.”

주특기가 박격포인데 왜 수색대 훈련에 갔나.

“통역병으로 갔다. 영어 통역병.”

주준민 예비역 해병 병장. [본인 제공]

주준민 예비역 해병 병장. [본인 제공]

주씨는 태국에서 국제학교에 다녀 영어 실력이 상당하다. 그는 태국 영주권자다. 2살 때 사업을 하는 부모님을 따라 태국에 이민을 갔다. 해외 영주권을 가진 성인 남성이 대한민국 국적을 유지하려면 병역의 의무를 마쳐야 한다.

주씨는 “나는 한국인이기 때문에 군에 입대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면서 “평소 '군대에 가야 한다면 기왕이면 강한 이미지의 해병대를 선택하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군 생활이 힘들지 않았나.

”힘들었다. 무엇보다도 한국이 낯설었다. 그래도 고생해도 부대원들과 함께 밥 먹고 얘기하면서 스트레스를 풀 수 있어 재밌었다.“

그는 학교를 휴학한 뒤 지난해 2월 해병 1219기로 입대했다. 그러나 신체검사 결과 간수치가 나쁘게 나와 ‘귀가조치’됐다. 한 달 동안 집중적으로 보양하고 운동하면서 간수치를 개선한 끝에 지난해 3월 해병 1220기에 들어가는 데 성공했다.

에피소드가 있나.

”한국말을 꽤 잘한다고 생각했는데도 때때로 말귀를 알아듣지 못해 어려웠다. 훈련소 점호에서 인원파악을 위해 번호를 부르는데 내가 70번째였다. 옆에 있는 훈련병이 ‘예순아홉’이라고 했는데 갑자기 ‘일흔’이 생각이 안 났다. 순간적으로 칠순 잔치가 떠올라서 ‘칠순’이라고 외쳤다(웃음).”

전화에서 들리는 주씨의 목소리엔 경상도 억양이 묻어났다. 그의 부모님은 부산 출신이라고 한다.

이제 다시 민간인이 됐다. 지난 21개월간의 군 복무를 어떻게 생각하나.

“자랑스럽다. 해병대에 입대한 것 결코 후회 안 한다. 많이 배운 시간이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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