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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대 측 “경인중 대자보 훼손 사건, 공식 종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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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대 '탈코르셋 대자보'에 경인중 남학생들이 남긴 문구. [사진 페이스북 캡처]

숙명여대 '탈코르셋 대자보'에 경인중 남학생들이 남긴 문구. [사진 페이스북 캡처]

서울 구로구의 경인중 남학생들이 숙명여대 캠퍼스 투어 도중 ‘탈코르셋 대자보’를 훼손한 일과 관련해 숙명여대 총학생회 등이 공식적으로 사건의 종료를 알렸다.

숙명 중앙 공익인권학술동아리 ‘가치’와 캠퍼스투어 자원봉사자 일동, 제50대 총학생회 ‘RE:bound’는 10일 “경인중 교감과 통화했으나 교감은 사과문 요구 공문 회신 의사를 물은 총학생회장에게 ‘회신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며 “이는 우리가 요구한 사과 절차를 밟지 않겠다는 의미와 같다”고 밝혔다. 이들에 따르면 교감은 대중들의 숙명여대를 향한 여론을 언급하며 “이 일을 길게 끌면 숙명여대 측의 손해가 클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숙명여대 측은 “이에 우리는 사건 해결의 의지가 전혀 없고 숙명여대에 부정적인 여론을 언급하며 우리를 협박하는 경인중과는 더 이상 사건을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의견이 다르더라도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가 있는 사람을 설득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가 없는 사람을 설득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는 경인중학교 대자보 훼손 사건을 종료하려고 한다”고 알렸다.

그러나 “우리가 백래시에 굴복한 것은 아니다. 비록 우리는 경인중의 진정 어린 사과를 받아내지는 못했지만, 우리와 함께하는 학우들의 연대를 확인했다”며 “우리는 이 일을 무리하게 끌고 가는 것이 우리와 함께해 준 학우들에게 더 큰 상처를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학우들과 더 큰 꿈을 꾸고자, 일보 전진을 위해 잠시 멈추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우리는 계속해서 공격받을 것이다. 우리의 모든 의견은 ‘비정상적인’ 의견이 될 것이고, 우리의 모든 투쟁은 ‘사소한’ 일로 치부될 것”이라면서도 “그 행보는 숙명을 바꾸고 나아가 세상을 바꿀 것이다. 외부의 탄압에 스스로를 의심하지 않는 더 단단한 우리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28일 오전 경인중 학생 41명(남 24명‧여 17명)은 숙대 학과 탐방을 하던 중 영신관 앞에 붙은 탈코르셋 관련 대자보에 ‘지X’ ‘너도 못 생김’ 등 비속어‧비방 낙서를 남겼다.

경인중 측은 지난 5일 사과문을 통해 “숙명여대 학생들의 참여형 게시판에 경인중 학생들이 비속어를 사용해 댓글을 쓴 것에 대해 재학생들에게 깊이 사과드린다”며 “앞으로 재발 방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한국 남자를 죽인다’ ‘관음하는 그 성별의 눈을 찌른다’ ‘한국 남자 못생겼다’ 등의 문구를 보고 일부 학생들이 해당 문구를 남긴 것”이라며 “이를 발견한 인솔자와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주의를 주고 즉시 문구를 삭제하도록 했지만, 일부 문구가 남은 것을 뒤늦게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숙명여대 측은 “사건의 본질적 원인을 회피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사건의 문제점은 경인중학교 남학생들이 숙명여대 학생들의 대자보를 훼손했다는 것인데 공문에서는 대자보의 일부 표현들을 열거해 (훼손이) 정당한 행위인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숙명여대 측은 남학생들의 자필 사과문과 성희롱 발언을 한 인솔 교사들의 사과문을 첨부해 다시 공분을 보낼 것을 요구했으나 이루어지지 않자 10일 사건 종료를 알렸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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