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혼수성태' 감수하고 현 정부와 맞장뜬 김성태의 1년

중앙일보

입력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1일 임기를 마감한다. 이날 한국당은 차기 원내대표를 뽑는다. 이에 앞서 1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김 원내대표는 “국민에게 실망·좌절보다는 희망·기회의 새로운 한국당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앞으로도 삶의 모토인 처절한 진정성을 바탕으로 변화와 쇄신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여권이) 제1야당을 의도적으로 ‘패싱’ 한다면 한국당은 온실 속 화초가 아니라 거센 모래벌판, 엄동설한에 내 버려진 들개처럼 문재인 정권과 맞서 싸울 수밖에 없다”(2017. 12. 13)

지난해 12월 13일 취임한 김 원내대표의 숙제는 10%대에 불과했던 당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존재감을 키우는 것이었다. 김 원내대표는 당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제1야당 패싱 하지 마라. 파트너 하기 싫으면 국민의당과 계속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 원내대표가 “한국당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해서 얘기해봐야 안 된다”고 받아치면서 신경전이 벌어졌다.

“UAE(아랍에미리트) 왕세자가 이명박 정부의 UAE 원전 수주와 관련, 터무니없는 얘기를 퍼뜨리는 문재인 정부를 격렬히 비난하자 이를 수습하기 위해 임종석 비서실장이 달려갔다는 소문이 나돈다”(2017.12.14)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26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광장에서 UAE원전 게이트 국정조사와 제천 화재 참사 진상 규명 및 책임자 처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7.12.26/뉴스1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26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광장에서 UAE원전 게이트 국정조사와 제천 화재 참사 진상 규명 및 책임자 처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7.12.26/뉴스1

김 원내대표는 취임 이틀째 ‘임종석 UAE 특사 의혹’을 제기하며 대여투쟁의 시동을 걸었다. 임종석 실장이 같은 달 10일 아랍에미리트(UAE)를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방문한 걸 두고  ‘정치보복을 하려다가 발생한 원전 게이트’로 명명했다.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그러나 이듬해 1월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이 "이명박 정부가 UAE 유사시 한국군이 자동참전한다는 합의를 체결했다"고 밝히면서 임 실장과 김 원내대표는 이를 “국익을 위해 더는 거론하지 않기로” 했다.

“국회가 문재인 정권의 출장소 정도로 여겨지는 헌정 유린 상태…조건 없는 특검 관철을 놓고 무기한 노숙 단식투쟁에 돌입하겠다”(2018.05.03)

5월 3일, 김 원내대표는 여당에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의 특별검사 도입을 촉구하면서 국회 본관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당시 김 원내대표는 “특검이 관철될 때까지 단식하겠다”며 여당을 압박했다.

'드루킹'특검을 요구하며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농성 중인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5일 신원미상의 한 남성에게 턱을 가격당해 인근 병원으로 후송되어 입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드루킹'특검을 요구하며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농성 중인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5일 신원미상의 한 남성에게 턱을 가격당해 인근 병원으로 후송되어 입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단식농성 3일째, 김 원내대표가 스스로 한국당 지지자라고 밝힌 한 30대 남성에게 턱을 가격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목에 깁스하고 총 9일간의 단식농성을 이어간 끝에 드루킹 특검 도입에 성공했다. 김 원내대표는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얼마 전 위턱과 아래턱이 제대로 맞물리지 않아 치과에 갔는데, 의사가 그때 턱을 가격당한 것 때문에 무리가 왔다고 하더라”며 “그 일이 있고 그 청년의 부모님이 천막 밖에서 가까이 오지도 못하고 밤새 (천막을) 지켰다고 들었다. 자식 키우는 부모로서 백번 이해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김 원내대표는 그 이후 항상 난방기를 옆에 두고 지낸다. 단식하고 나서 몸이 많이 안 좋아졌다”며 “단식할 때 요령껏 미음이라도 먹어야 했는데 김 원내대표는 아예 쫄쫄 굶었다”고 전했다.

“인사청문회를 있으나 마나 한 청문회로 전락시키고, 오로지 박원순 서울시장 한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서울교통공사 고용세습 의혹 국정조사 수용도 거부했다. 오늘부터 국회 일정 전면 보류하라” (2018.11.19)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20일 오전 국회 로텐더홀에서 고용세습과 사립유치원 국정조사를 촉구하는 팻말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20일 오전 국회 로텐더홀에서 고용세습과 사립유치원 국정조사를 촉구하는 팻말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김 원내대표는 11월 19일, 국정감사 이슈였던 서울교통공사 채용 비리‧고용세습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를 촉구하며 국회 보이콧을 선언했다. 앞서 한국당을 비롯한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 야 3당은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고, 민주당은 “감사원 감사가 먼저”라며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 한국당 불참으로 예산‧법안 심사가 전부 중단됐고, 20일 바른미래당이 국회 보이콧에 동참했다. 결국 민주당은 국회가 멈춰선 지 하루 만에 국정조사를 수용했다.

한 초선 의원은 “김성태는 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원내대표”라면서 “다른 사람들처럼 말로만 정부·여당을 공격하는 게 아니라 일단 공격하면 관철을 시킨다”고 평가했다.

한편,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카운터파트인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와도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노동계 출신인 홍 원내대표와 김 원내대표는 정기국회 기간 아침저녁으로 식사를 함께하며 물밑 협상을 꾸준히 이어왔다. 한편 고(故)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와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내대표는 10일 기자간담회에서 “가장 좋았던 기억이 5당 원내대표가 지난 8월 미국을 방문해 상무부 장관을 만난 일”이라면서도 "개인적으로 오랜 인연이었던 노회찬 대표가 (미국 방문) 직후에 유명을 달리했다. 상당히 가슴 아픈 추억”이라고 말했다.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이 13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렸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와 이야기하고 있다.오종택 기자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이 13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렸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와 이야기하고 있다.오종택 기자

김 원내대표는 야성과 투쟁력을 보여줬지만, 상대적으로 당 지지율은 크게 오르지 못했다. 당내 계파갈등도 잠복해있다. 일각에선 친박-친홍 등이 약화한 틈을 타 "김성태계가 생겨났다"가 말도 나온다. 예결위 간사 장제원, 정보위 간사 이은재, 환노위 간사 임이자 의원 등이 대표적인 '김성태계'로 분류된다. 복당파 주자로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 나서는 김학용 의원 역시 김성태 의원과 친분이 두텁다. 이에 따라 11일 치러지는 원내대표 선거는 결과에 따라 ‘김성태 지도부’ 1년에 대한 평가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