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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신임 홍남기 경제팀, 전임 김동연의 쓴소리 새겨듣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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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문재인 정부의 초대 경제 사령탑인 김동연 전 부총리가 어제 퇴임했다. 소득주도 성장의 추진 속도를 놓고 장하성 전 정책실장을 비롯해 청와대 일부 핵심 인사들과 이견을 보이며 재임 기간 내내 껄끄러운 관계였던 그는 이임사에서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김 전 부총리는 “녹록지 않은 경제 상황을 국민들에게 그대로 알려주고,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인기 없는 정책을 펼 수 있는 진정한 용기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또 “정책의 출발점은 경제 상황과 문제에 대한 객관적 진단”이라는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그는 이날 “떠나는 마당에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며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소득주도 정책으로 인해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부작용과 관련한 직접적인 언급은 아꼈다. 그러나 이날 발언만으로도 이 정부의 무리한 정책 실험의 실패를 일부 자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임사에서도 밝혔듯이 그가 재임한 1년6개월 동안 소득주도 성장의 취지와는 정반대로 일자리와 소득분배 지표가 모두 악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문재인 정부 2기 경제팀을 이끌 홍남기 신임 부총리는 김 전 부총리의 마지막 고언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홍 부총리는 후보자 시절 “경기 침체, 위기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이 정부와 코드는 맞을지 몰라도 현장과는 한참 동떨어진 인식 수준을 보여줘 시장의 우려를 자아낸 바 있다. 다행히 인사청문회에선 소득주도 성장의 일부 보완을 약속하면서 “전방위적인 경제활력 제고, 우리 경제의 체질개선과 구조개혁 등 4가지 정책 방향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약속대로 악화일로에 접어든 우리 경제의 활력을 되살리려면 우선 급격하게 나빠지고 있는 경제지표에 대한 인식을 정확히 할 필요가 있다. 자리 보전보다는 전임자의 당부대로 나라를 위한 경제 사령탑의 용기를 보여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