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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탈선, 온수관 파열···안전사고 뒤엔 '공기업 낙하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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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오영식 코레일(한국철도공사) 사장(왼쪽)이 10일 오전 강릉역 대합실에서 KTX 탈선 사고와 관련해 승객들에게 허리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 [뉴시스]

오영식 코레일(한국철도공사) 사장(왼쪽)이 10일 오전 강릉역 대합실에서 KTX 탈선 사고와 관련해 승객들에게 허리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24일 서울 KT 아현지사 화재 사고와 4일 고양시 백석역 인근 온수관 파열 사고에 이어 8일 강릉선 KTX 열차 탈선 사고까지. 지난 2주 동안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굵직한 재난 안전 사고 때문에 민심이 뒤숭숭하다.

의원 출신 오영식 코레일 사장 #철도 경험 전무, 안전 소홀 비판 #황창화 난방공사 사장 경력도 논란 #국회 도서관장 지내 전문성 없어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KTX 사고에 대해 “안전권을 국민의 새로운 기본권으로 천명하고 있는 정부로서는 참으로 국민께 송구스럽고 부끄러운 사고”라며 “우리의 교통 인프라가 더욱 활발한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마당에 민망한 일”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철저한 사고원인 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지시했지만 최근 일련의 사고들은 예고된 인재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재난 안전 관련 공공기관에 해당 경험이 없는 여권 인사들이 낙하산 기관장으로 내려가면서 안전 불감증과 기강 해이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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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주간 10여 건의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한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오영식 사장이 대표적이다. 오 사장은 16대·17대·19대 민주당 의원 출신이다. 2015년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 시절 최고위원을 지내고 대선캠프에서 수석조직부본부장을 역임했다. 의원 시절에도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에서 주로 활동해 철도 분야 경험은 거의 없는 셈이다. 취임해서도 코레일 해고자 복직, 코레일과 SR(수서고속철도 운영사) 통합 등의 이슈에 집중해 본업인 운송사업과 철도 안전에는 소홀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야권에선 “남북 철도 연결을 추진하기 위해 청와대가 전대협 의장 출신인 오 사장을 코레일에 내려꽂았다”고 주장한다.

이강래, 김형근, 황창화(왼쪽부터).

이강래, 김형근, 황창화(왼쪽부터).

오 사장뿐만이 아니다. 본지가 정부 국민재난안전포털에 재난관리 책임기관으로 분류된 14개 공공기관장 인선(전임 정부 때 임명 제외)을 살펴본 결과 8곳(57%)의 기관장이 해당 분야 경험이 부족하거나 현재 공석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장의 전문성 부족에 대한 우려를 낳는 곳은 오영식 사장의 코레일을 비롯해 한국도로공사, 한국가스안전공사, 국립공원관리공단 등 4곳이다. 민주당 출신인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16·17·18대 3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업무 관련성을 꼽자면 17대 의원 재직 시절 국회 건교위 소속으로 활동한 정도다. 김형근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은 아예 관련 경험이 전무하다. 문 대통령과 가까운 노영민 현 주중 대사의 측근인 김 사장은 2010~2014년 충북도의원을 지내면서 도의장을 지냈다. 권경업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은 산악인 출신으로 월간 ‘사람과 산’ 편집위원 등을 역임했다. 2014년 부산 광역의원 선거에 더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한 경력이 있어 보은성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황창화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은 2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백석역 온수관 파열 사고 때 현장 브리핑(5일)을 하면서 웃음 섞인 태도를 보여 자질 논란을 야기했다. 황 사장은 에너지 전문성이 전무한 인사로 한명숙 총리 시절 정무수석, 19대 국회 도서관장, 이해찬 대표 후보 캠프 대변인 등을 지냈다. 여론의 질타에 황 사장은 결국 다음날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했다.

현재 기관장이 공석인 곳도 한국가스공사, 한국공항공사, 한국농어촌공사, 한국원자력연구원 등 4곳이나 됐다. 문재인 정부가 새로 들어서면서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이 사표를 냈지만 후속 인사를 못한 경우가 대다수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다루는 국가기반시설 등에 한해서는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전문성과 역량이 있는 인사를 기관장으로 임명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는 사례”라며 “정부가 낙하산 논란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는 전문가 집단과 논의를 거쳐 납득할 만한 기관장 자격 요건 등을 마련한 뒤 인선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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