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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사에도 세월호 유족이···" 이재수 또다른 유서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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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당시 유가족에 대한 불법 사찰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부 사령관이 3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도착, 포토라인에 서서 고개를 떨구고 있다.  [뉴스1]

세월호 참사 당시 유가족에 대한 불법 사찰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부 사령관이 3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도착, 포토라인에 서서 고개를 떨구고 있다. [뉴스1]

세월호 유가족 동향 지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다가 투신 사망한 이재수 전 사령관이 기존에 알려진 유서 외에도 자신의 심경을 담은 또다른 유서를 작성해 생전 자신의 측근에게 넘겼다고 월간조선이 9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전 사령관은 지난달 27일 검찰 포토라인에 서기 전 A4용지 다섯장 분량의 글을 자신의 최측근에게 전했다.

이 전 사령관은 해당 글에서 “오래 전 일이어서 거의 잊고 있었지만 (세월호) 참사 발생 직후인 4.19일부터 CIA 등 미국, 캐나다 정보기관 방문을 위해 계획된 공무 출장도 급거 취소하고 구조 활동에 전념했던 당시 상황을 떠올려볼 때 이런 마음은 더욱 심해진다”며 무력감과 자괴감으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기무사가 유가족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 조성을 목적으로 불법 사찰행위를 계획, 실행했다는 의혹에 대해 반박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유가족에 대한 불법 사찰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 사령관이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세월호 참사 당시 유가족에 대한 불법 사찰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 사령관이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이 전 사령관은 “기무사 부대원 내에도 세월호 사고 희생자 2명의 유가족이 있었다”며 “사령관 재임 중 단 한번도 대통령 독대는 물론이고 어떠한 대면보고도 하지 않아 어떤 정치적인 상황에도 관심 갖거나 연루될 필요가 없었던 위치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의 친동생 박지만 전 EG 회장과 육군사관학교 동기(37기)라는 점도 자신에게는 세간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했던 이유라고 토로했다.

이 전 사령관은 “대통령 친동생과 고교, 육사 동기라는 이유로 부임 초부터 세간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왔고 세월호 사고 이후 어수선했던 시기에 비서실장을 포함한 청와대 관계자들과 서먹한 관계가 형성돼 있던 터”라며 “기무사는 민간 사찰에 대한 반복적인 사건 발생과 이에 따른 문책으로 트라우마를 갖고 있어 (민간 사찰에 대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누차 강조하며 활동해왔다”고 적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당시 상황은 현장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최악의 국가위기 상황이었다”며 “이를 수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부대와 부대원을 이렇게까지 질책하는 것은 당시의 사령관으로서 너무 과도한 처사라고 사료된다”고 말했다.

세월호 유족 사찰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아오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관의 빈소가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됐다. 8일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이 전 사령관의 빈소 안내문이 게시되고 있다 . [뉴스1]

세월호 유족 사찰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아오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관의 빈소가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됐다. 8일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이 전 사령관의 빈소 안내문이 게시되고 있다 . [뉴스1]

세월호 참사 당시 유가족 등 민간인 사찰을 지시했다는 혐의를 받는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부 사령관이 7일 오후 2시 48분쯤 투신했다. 이 전 사령관이 투신한 서울 송파구 문정동 오피스텔 바닥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비는 문구가 적힌 종이가 놓여져 있다.[뉴스1]

세월호 참사 당시 유가족 등 민간인 사찰을 지시했다는 혐의를 받는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부 사령관이 7일 오후 2시 48분쯤 투신했다. 이 전 사령관이 투신한 서울 송파구 문정동 오피스텔 바닥에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비는 문구가 적힌 종이가 놓여져 있다.[뉴스1]

이 전 사령관은 지난 7일 서울 송파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투신해 사망했다. 이 전 사령관은 2014년 5~10월 당시 기무사 내에 '세월호 TF(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유가족들의 동향을 사찰하도록 지시한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아왔다.

국방부 특별수사단은 지난달 6일 해당 의혹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특별수사단은 “기무사는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지율 회복 등을 도모하기 위해 TF를 구성·운영하고 카카오톡 잠금장치 활용까지 지시하는 등 조직적으로 유가족을 사찰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어 이 전 사령관은 지난달 27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해 포토라인에 섰다. 그는 “우리 부대 및 부대원들은 한 점 부끄러움 없는 임무수행을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전 사령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 3일 서울중앙지법 이언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영장을 기각했다.

그로부터 나흘 뒤 그는 오피스텔에서 투신했다. 이 전 사령관은 유서에서 “내가 모든 것을 안고 가는 것으로 하고 모두에게 관대한 처분을 바란다”고 썼다.

세월호 유족 사찰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아오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관의 변호인 임천영 변호사가 8일 오전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이 전 사령관의 자필 유서를 공개하고 있다. [뉴스1]

세월호 유족 사찰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아오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이재수 전 국군기무사령관의 변호인 임천영 변호사가 8일 오전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이 전 사령관의 자필 유서를 공개하고 있다. [뉴스1]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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