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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언제 어디서 어떻게 병에 걸렸나···샅샅이 조사해 감염병 막아요

중앙일보

입력

콜록콜록. 날이 추워지며 여기저기서 기침 소리가 들려옵니다. 감기는 가장 흔한 감염병이죠. 세균이나 바이러스, 기생충 등의 병원체가 우리 몸에 들어와 그 수를 늘리고 몸의 정상적인 방어 기능을 억제하는 과정을 감염이라고 해요. 감염병은 감염으로 인해 병이 나는 거죠. 항생제·백신 등 감염병을 막으려는 인류의 노력은 계속 발전해 왔습니다. 반면 환경오염, 국제 교류 증가 등으로 신종 감염병의 공격 또한 거세졌죠. 감염병의 위협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알아볼까요.
글=김현정 기자 hyeon7@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동행취재=김민건(과천 관문초 6)·양유찬(대전 목양초 5) 학생기자, 자료=질병관리본부, 참고도서=『감염병학』(대왕사)

지난 9월, 국내에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가 발생하며 2015년 메르스 사태를 떠올리게 했죠. 9월 8일 양성판정을 받은 환자로부터 시작된 메르스 상황은 10월 16일 종료됐습니다. 3년 전 메르스 사태에는 1만6752명이 격리 조치됐고 186명이 확진판정을 받아 38명이 목숨을 잃었는데요. 이번에는 21명이 격리 조치됐고 1명이 확진판정을 받았으나 완쾌돼 인명피해가 없었죠. 메르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원인으로 중동에서 발생한 급성 호흡기 감염병이에요. 일반적으로 2m 이내에서 기침․재채기 분비물을 통해 감염되죠.
메르스 같은 감염병은 6가지 요소가 맞물려 돌아가며 발생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병을 일으키는 병원체(세균·바이러스·기생충 등)고, 환자는 병원소(사람·동물 등)죠. 침이나 피부 상처 등을 통해 병원소에서 병원체가 배출되고, 접촉이나 호흡에 의한 병원체 흡입, 오염된 음식물 섭취 등 다양한 경로로 여러 사람에게 옮겨갑니다. 전파 형태는 직접전파와 간접전파로 나뉘며, 코로나의 경우는 비말(기침·재채기를 통해 나온 병원체가 섞인 수증기)에 의한 직접전파예요. 감기·수두 역시 사람에서 사람으로 퍼지죠. 간접전파의 예로는 모기(전파체)가 옮기는 말라리아·일본뇌염, 물이 전파하는 콜레라가 있어요.

눈·코·입의 점막이나 상처로 병원체가 새로운 숙주에 침입했을 때, 숙주가 감수성의 상태에 있으면 감염돼 발병합니다. 감수성은 침입한 병원체에 대항하여 감염을 막을 능력이 모자란 상태예요. 병원체를 방어하는 힘은 저항성이라고 하죠. 이 중 하나만 빠져도 감염병은 발생하지 않아요. 일차적으로는 소독·구충 등을 통해 환경을 위생적으로 개선해야 하고요.
감염병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전파를 막고, 면역력을 키워야겠죠. 전파를 막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격리입니다. 메르스 의심환자를 격리하는 것처럼 감염병으로부터 다른 사람들을 보호하는 거예요. 또 면역력을 키우기 위해 예방접종을 합니다. 독감(인플루엔자)의 경우 매년 예방접종을 받아야 해요. 그뿐만 아니라 해외에 나가기 전에도 감염병 위험이 있다면 적어도 2주 전에 예방접종을 해야 하죠.

평창 동계올림픽 때 노로바이러스 유행을 막기 위해 일하고 있는 역학조사관들. [질병관리본부]

평창 동계올림픽 때 노로바이러스 유행을 막기 위해 일하고 있는 역학조사관들. [질병관리본부]

우리나라에선 감염병 발생 시 질병관리본부가 각 지방자치단체, 보건환경연구원과 함께 감염원을 찾아내고, 추가 전파 예방을 위해 역학조사를 실시합니다. 메르스나 집단 식중독 등이 발생하면 흔히 역학조사를 한다는 뉴스가 나오죠. 역학(疫學)은 인간 집단에 질병이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연구하는 학문이에요. 어떤 병원체에 의해 감염병이 발생했는지, 어디서부터 병이 전파됐는지, 얼마나 자주 발생했는지, 다른 사람이 병들 위험을 줄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찾아내죠.

질병관리본부 긴급상황실에 가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충북 오송에 있는 질병관리본부(질본)를 찾아 감염병 관리 체계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김민건·양유찬 학생기자는 삼엄한 보안을 지나 긴급상황센터에 들어섰어요.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국가가 방역, 즉 감염병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시스템을 개편하며 전문가·현장 중심의 국가방역체계 구축을 위해 새로 만들어진 곳이죠. 질본은 탄저균이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결핵균 등 위험한 병원체를 연구하는 생물안전 3등급(Biosafety Level 3·BL3) 연구시설 등을 운영해 보안이 철저합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조상연 긴급상황실 운영팀장과 함께 센터를 둘러봤어요. 긴급상황실(EOC) 벽 한쪽을 차지한 대형 전광판에는 메르스 의심환자 접수 현황이 띄워져 있었죠. 긴급상황실은 긴급상황센터 위기대응총괄과 내에 있는 감염병 대응 부서입니다. 24시간 연중무휴로 국내외 감염병의 최신 정보를 수집하며 신고 접수를 받고 신속한 지휘 통제 등을 수행하죠. 조 팀장이 먼저 역학조사가 뭔지 아느냐고 물었어요. 김민건·양유찬 학생기자는 “전염병 발생지, 발생 이유를 알아내는 거요”“그래야 차단할 수 있어요”라고 술술 대답했죠.

소중 학생기자단은 질병관리본부 긴급상황실을 찾아 감염병 관리 체계에 대해 알아봤다. 왼쪽부터 조상연 긴급상황실 운영팀장, 양유찬·김민건 학생기자.

소중 학생기자단은 질병관리본부 긴급상황실을 찾아 감염병 관리 체계에 대해 알아봤다. 왼쪽부터 조상연 긴급상황실 운영팀장, 양유찬·김민건 학생기자.

“백신이 없는 병도 있고, 우리가 잘 모르는 감염병도 많아요. 해결책을 찾으려면 원인을 알고 정보를 모아 분석해서 이게 얼마나 위험한 건가 파악해야 합니다. 빠른 시간 내에 해결해야 사람들이 아프지 않을 수 있겠죠. 그래서 역학조사가 필요해요.”
긴급상황실에서 주로 대응하는 감염병은 치사율이 높은 쪽이에요.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김민건 학생기자는 “방과후 수업을 많이 쉬었다”고 떠올렸는데요. 조 팀장은 “두 학생기자가 사는 과천과 대전도 환자가 발생한 지역인 만큼 위험성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죠. 당시 메르스는 우리나라에서 20%의 치사율을 기록했죠. 지금도 중동에서는 계속 생기고 있어 메르스 오염 국가로 지정돼 있어요. 중동 지역에서 온 사람이 미국에서 온 사람보다 메르스 감염 확률이 높겠죠. 이걸 역학적 연관성이 있다고 말합니다. 에볼라라면 아프리카겠죠.

2017년 12월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검출된 전남 영암군 신북면의 한 종오리 농장에 역학조사관이 진입하고 있다.

2017년 12월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검출된 전남 영암군 신북면의 한 종오리 농장에 역학조사관이 진입하고 있다.

2015년엔 버스나 지하철에서 누군가 기침만 해도 사람들이 ‘메르스일까’ 두려워했어요. 1명의 환자가 80명이 넘는 사람을 감염시키기도 했죠. 그래서 역학조사관은 환자가 언제 어디서 얼마나 사람들을 만나고 증상은 어떤지 체크합니다. 만약 중동 지역에 여행을 가서 즐겁게 놀다 돌아왔는데 열이 올랐다고 해봐요. 역학조사를 해보니 낙타도 타고 낙타유도 먹었다고 나와서 의심환자 분류 기준을 넘어간다면 격리조사를 받게 됩니다. 당시 186명이 격리돼 치료를 받았죠. 양유찬 학생기자가 격리하면 어디로 가느냐고 묻자 조 팀장은 우리는 하루에 몇 사람이나 만날까 되물었죠.
“여러분은 학교도 가고, 학원도 가죠. 가게에 들러 음료수를 사 먹기도 하고요. 생각보다 많은 사람을 만나요. 근데 만약 내가 병에 걸렸는데 평소처럼 다닌다면 그렇게 만난 사람들이 병에 걸릴 수도 있겠죠. 기본적으로 공기 중으로 바이러스가 퍼져나갈 수 있으니까요. 보건소나 의료기관에 신고해 의심환자가 되면 먼저 자택격리를 실시하고, 증상이 심할 경우 국가지정 격리병상으로 가게 됩니다. 의료진도 보호복을 입고 여러 가지 장비를 하고 환자를 만나죠. 격리병상엔 음압을 이용해 더러운 공기를 차단합니다. 바이러스 없앤 공기를 밖으로 내보내고 밖의 깨끗한 공기를 격리실로 넣어주죠. 격리 방법은 병원체와 환자 상태에 따라 적용됩니다. 감염병의 전파를 막고, 치료하는 의료진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예요.”

완전 밀폐된 레벨 A 보호복을 살펴본 양유찬(왼쪽)·김민건 학생기자.

완전 밀폐된 레벨 A 보호복을 살펴본 양유찬(왼쪽)·김민건 학생기자.

의료진이나 역학조사관이 고위험 병원체를 다루거나 감염환자와 만날 때 입는 보호복은 등급별로 레벨 A~D로 나뉩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그중 레벨 A와 레벨 B 보호복을 살펴봤어요. 조 팀장은 “레벨 A 보호복은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에서 사용하기 시작했다”며 “탄저균이라고 생물 테러에 이용하는 게 있는데, 그런 위험한 병원체를 조사할 때 입는다”고 설명했어요. “옷 전부가 붙어 있고 완전 폐쇄돼 보호복 안에서 자체적으로 호흡 가능하게 마스크를 끼고 산소통까지 매죠.”
“그럼 말은 어떻게 해요?” 김민건 학생기자가 묻자 조 팀장은 무전기 마이크를 이용한다고 답했습니다. “무전기 스위치는 어디 있을까요?” 이리저리 살펴보던 두 학생기자가 찾지 못해 아쉬워하자 “겨드랑이에 있어요. 움직이기 어려울 때도 쉽게 작동할 수 있죠”라며 뜻밖의 답을 들려줬어요.
레벨 B는 물이 안 들어가는 불투습 재질이고요. 작업할 땐 고무 재질 장갑을 끼고, 마스크 양 옆에 공기 정화 필터를 달죠. 개인 보호복은 혼자 입을 수 없고 2인 1조로 착용하는 훈련도 합니다.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 후엔 지정된 장소에서 벗어야 하고 그 과정도 하나하나 정해져 있죠.

김민건(왼쪽)·양유찬 학생기자가 야외 작업 시 소독을 위해 설치하는 제독텐트에 들어가 봤다.

김민건(왼쪽)·양유찬 학생기자가 야외 작업 시 소독을 위해 설치하는 제독텐트에 들어가 봤다.

긴급상황실에선 의심환자도 관리합니다. 메르스의 경우 2016년에는 200명, 2017년에는 220명, 2018년에는 현재까지 295명(11월 29일 기준) 발생했죠. 조 팀장이 올해는 왜 많아졌을까 묻자 양유찬 학생기자가 “확진환자가 나와서요”라고 바로 답했죠. “맞아요. 9월에 중동에 다녀와 메르스 양성 판정을 받은 환자가 나오며 늘어났어요. 같이 비행기를 탔거나, 택시를 탄 사람들을 접촉자·감시자라고 하는데 이들도 다 관리합니다. 확진환자와 만난 경우는 능동감시자가 돼 잠복기인 최대 14일 동안 매일 연락해 체크하죠. 의심환자도 확진환자에 준해서 이틀간 격리하고 검사해요. 결과가 음성으로 나오면 바로 돌아갈 수 있고요.”
24시간 핫라인을 통해 의심 신고를 접수하면 위험도를 파악하고 긴급상황실장 지시에 따라 청와대(국가위기관리센터)와 국무조정실, 중앙재난안전상황실(행정안전부), 국가정보원(상황실) 알리게 돼 있어요. 해외와는 영상회의 시스템을 통해 소통하죠. 표준지침(SOP)에 따라 움직이며 특이한 상황이 발생하면 초기에 즉각대응팀을 현장에 보내 대응합니다.
“지난해 12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은 경찰이 연락했고, 바로 위험 분석해 현장으로 출동했죠. 역학조사관들이 현장을 통제하고 분석에 나서 원인을 밝혀냈습니다. 감염병 소방관, 경찰관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면 돼요.”

고개를 끄덕이는 학생기자들에게 조 팀장이 질문을 던졌습니다. “평소 기침을 할 때 팔꿈치 안쪽에 대고 해야 하는 이유 알아요?” 양유찬 학생기자가 “손으로 가린 뒤에 다른 걸 만져서 묻을 수 있어서요”라고 답했죠. “우리는 손으로 많은 것을 만지죠. 가끔 코도 파고, 스마트폰도 들고 다니고요. 스마트폰에선 화장실 변기보다 몇 배나 많은 세균이 발견되기도 했어요. 그걸 손으로 만지고, 얼굴이나 다른 걸 만지면 손에 있던 세균이 여기저기로 옮겨가겠죠. 그래서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해요. 내가 아프지 않기 위해 손 잘 씻고, 양치하는 건 개인위생이죠. 그런 부분이 쌓여서 공중보건의 한 부분이 돼요. 여기서 감염병을 막자, 예방하고 들어오면 잘 차단하자고 하는 것도 모두의 건강을 위한 겁니다.”

역학조사 전문가의 이야기를 듣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역학조사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김인호 보건연구사를 만났습니다. 김 보건연구사는 2015년 에볼라 역학조사를 위해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으로 파견 갔다 돌아와 메르스 사태, 조류인플루엔자 방역 작업 등에도 참여했죠.

역학조사관은 질병의 감염 발생 원인을 추적하는 일을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정확하게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 설명해 주세요.

감염병에 대응하는 과정의 일부예요. 의료기관이나 지역 보건소 신고를 바탕으로 조사를 나가야 하는 일인지 먼저 판단하고, 실제 환자가 몇 명인지, 앞으로 발생할 수는 어떤지 파악하죠. 인터뷰를 통해 어떻게 감염됐나, 어디서 뭘 먹고 감염원에 노출됐나, 환경적 요인은 뭔가, 이를 통해 나온 감염원이 실제 원인이 맞나 결론을 내리고 추가 전파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찾아 차단 조치를 합니다. 초반에 얼마나 빨리 조치하느냐가 관건이에요. 전파될 수 있는 사람도 관리해요. 노출된 사람들을 찾아 의심 증상 발생했는지 보고 자가격리 등을 하죠. 잠복기 동안에는 계속 모니터링을 합니다. 메르스라면 14일, 에볼라라면 21일이죠. 감염병마다 역학조사 항목이 다 달라요. 지역 보건소에서 하는 경우도 있고, 중앙(질본)까지 나서야 하는 경우도 있죠. 이번 메르스의 경우 중앙에서 나선 거고, 초반 역학조사가 잘돼 추가 전파가 없어 추석 전에 격리조치를 해제할 수 있었어요.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감염병이 국가 재난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모두 공감하고 부처 간 협력이 원활하게 이루어졌습니다. 3년 전에는 CCTV를 보려 해도 제한적이라 조사가 지연되는 일도 있었지만 개선된 거죠.

역학조사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김인호 보건연구사(오른쪽)를 인터뷰하는 소중 학생기자단.

역학조사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김인호 보건연구사(오른쪽)를 인터뷰하는 소중 학생기자단.

보통 사람들은 전염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최대한 피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역학조사관은 바이러스를 추적하기 위해 바이러스 발생 지역에도 가잖아요. 혹시 감염될까 두렵지는 않나요.

역학조사를 하러 가는 과정 자체가 완전히 안전하다고 할 수는 없어요. 조사를 통해 감염병 전파를 차단하고 예방하지 않으면 더 큰 피해가 생기니까 해야 하는 거죠. 해당 질병에 따라 갖게 되는 두려움에 차이는 있겠지만요. 다양한 개인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예방수칙 등을 잘 따르는 게 중요합니다.

역학조사 때 실제로 질병에 걸리는 분들도 있나요.

흔한 일은 아니에요. 다만 노출에 대한 위험은 항상 있다고 생각하고 일하죠. 만에 하나 생길 수 있는 일을 예방하기 위해 평소 많은 훈련을 합니다.

요즘 저희 학교에는 독감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6시 이후 선생님․학생들을 모두 학교 밖으로 내보내 전체 소독을 한대요. 독감이 매년 유행하는데, 언제쯤 완벽히 예방할 수 있을까요? 저는 계란 흰자 알레르기 때문에 독감 예방접종을 못 하는데, 저와 같은 경우 보다 안전하게 독감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독감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어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지속적으로 변이하고 있어 현재 기술로는 완벽한 예방은 불가능합니다. 매년 백신을 만들어도 변이가 심하면 소용이 없는 경우가 나오죠. 하지만 백신의 중요성, 예방접종의 중요성은 아무리 말해도 모자라요. 개인차가 있고, 효과가 없을 수도 있지만 안 맞고 노출되는 것보다 예행연습을 하는 편이 낫죠. 가볍게 앓고 지나가냐, 아니냐 중증도의 차이도 있고요. 전통적으로 인플루엔자 백신은 계란을 이용해 제작했는데요. 요즘은 다른 방식으로 만든 백신도 나와요. 유찬 학생기자처럼 계란 알레르기가 있다고 하면 세포 배양으로 만든 백신으로 예방접종을 해 줄 거예요. 꼭 받으세요.

앞으로 전염병은 더 늘어날까요, 아니면 줄어들까요.

우리나라가 발전한 만큼 많이 줄어든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세계적으로 신종 감염병이 생기고 있죠. 메르스나 조류인플루엔자, 신종플루처럼요. 기존 병이 줄어들었다 해도 환경적 요인으로 알고 있던 병이 변화하고, 신종이 생기는 등 계속 발생할 거라는 건 확실해요.

언제부터 역학조사관이 되고 싶으셨나요. 또 역학조사관이 되려면 어떤 공부를 하고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요. 

저는 수의대를 졸업한 뒤 진로 정할 때 대학원에 가서 역학을 공부했죠. 평소 관심이 있었거든요. 질병에 대한 이해가 중요해요. 의대·수의대·간호대 등 보건의료 지식을 쌓을 수 있는 곳에서 공부하면 좋죠. 대학원에서 보건학을 전공하는 것도 도움이 돼요. 다른 조사관 중에는 예방의학 전문의를 비롯해 가정의학 전문의나 간호사, 보건학 전공자도 있어요.

김인호 보건연구사가 평창 동계올림픽 노로바이러스 역학조사를 위해 화장실 수돗물의 잔류 염소를 측정하는 모습. 수인성·식품매개질환 유행 시 사용하는 방법으로, 염소가 안 남아 있으면 소독이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뜻한다.

김인호 보건연구사가 평창 동계올림픽 노로바이러스 역학조사를 위해 화장실 수돗물의 잔류 염소를 측정하는 모습. 수인성·식품매개질환 유행 시 사용하는 방법으로, 염소가 안 남아 있으면 소독이 적절하게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뜻한다.

보람 있을 때, 또 일이 힘들다고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역학조사관의 전망도 궁금합니다.

감염병을 둘러싸고 많은 사람이 있어요. 각자의 입장을 이해하지 않으면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죠.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조사를 진행하기 어려울 때 가장 힘들어요. 때론 기억을 잘 못 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주는 경우도 있고요.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보람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겨울 평창 동계올림픽 때 노로바이러스 유행 가능성이 높아 미리 대응책을 만들고 연습했어요. 노로바이러스는 아주 위험한 병은 아니에요. 하지만 전 세계가 주목하는 올림픽에서, 여러 나라에서 온 선수들이 감염되거나 하면 사회적 파장이 크기 때문에 철저하게 관리했죠. 세계적으로도 이렇게 강력하게 대응한 경우는 없을 거예요. 국가 행사를 정상적으로 치르기 위해 뛴 보람을 느꼈죠. 역학조사는 변수도 많고 상황에 따라 판단을 다르게 해야 하는 일이에요. 감염병은 하나가 아니고, 동일한 병도 환경·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기술이 발달하고 인공지능이 발전하면 일하는 데 편해질 수는 있겠지만 사람을 완전히 대체하긴 어렵지 않을까 생각해요.

학생기자 취재 후기

인터뷰 전에는 역학조사관에 대해 잘 몰랐어요. 평창 동계올림픽 때 별로 위험한 바이러스가 아닌 노로바이러스를 선수들에게 감염되지 않도록 노력한 이야기도 듣고, 바이러스, 감염병 등이 퍼졌을 때 국내에서 최초 감염자를 비롯해 인터뷰를 하고, WHO와 함께 해외조사도 한다는 걸 알고 역학조사관이 멋있어 보였죠. 긴급상황실을 둘러보며 메르스 같은 감염병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보고, 앞으로 바이러스가 아예 사라지지 않는 한 그 발전은 무궁무진할 거란 생각을 했습니다.
-김민건(과천 관문초 6) 학생기자

평소 이름만 들어도 공포스러운 질병들을 추적하는 역학조사관을 만나 국민들을 위해 감염병의 원인을 알아내고 그것이 퍼지는 것을 차단하는 일을 한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언제 퍼질지 모르는 감염병을 감시하기 위해 단 하루도 긴급상황실의 불은 꺼진 적이 없다는 사실 또한 놀라웠죠. 무엇보다 알레르기 때문에 독감주사를 맞지 못하여 불안했는데, 예방접종이 가능하다는 새로운 정보에 기뻤어요. 우리가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일 거예요.
-양유찬(대전 목양초 5)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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