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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연내 답방 힘들다" 태영호가 밝힌 3가지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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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전 주영 북한 공사. 김경록 기자

태영호 전 주영 북한 공사. 김경록 기자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가 이번 주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이 성사되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태 전 공사는 9일 자신의 블로그에 ‘김정은 서울답방 아직 결심 못 내리고 있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번 주(3~9일) 북한동향을 종합하면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문제를 아직 결심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므로 이번 주 서울 방문은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이같은 주장을 하는 이유를 세 가지 제시했다.

우선 태 전 공사는 “김 위원장의 남한 방문이 북한 내부에서 결정됐다면 지난주 김 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찾아가 방문 계획을 통보하고, 전략을 소통했어야 했다”며 “그런데 중국 방문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과 중국 사이의 관계를 보면, 중국과 한국 사이 외교 관계 설정, 김정일의 6‧15 공동선언 채택 등 한반도의 중요 사항이 있을 때 두 나라 지도자들이 만나 결정 사항을 통보하는 것이 관례”라고 강조했다.

이에 “만일 김 위원장이 서울에 온다면 당연히 시 주석을 먼저 찾아가 서울 답방 결정사항을 통보했어야 했다”며 “아직 시 주석을 찾지 않은 것은 결국 아직도 결심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핵심 참모들이 해외 순방 중이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태 전 공사는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결정됐다면 (북한) 각 부서에서 준비에 돌입해야 하는데, 외무상 이용호는 중국 방문 후 몽골로 갔고,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쿠바 방문 후 아직 북한에 들어오지 않은 상태”라고 언급했다.

태 전 공사는 “이는 아직 북한 관계 부서들이 김 위원장 답방 준비에 본격적으로 돌입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세 번째 이유로 태 전 공사는 비보도를 거론했다. 그는 “북한 대남 매체 ‘우리민족끼리’가 갑자기 지난주 남한 내 김 위원장 서울 답방 환영 분위기를 일절 보도하지 않고 침묵하고 있다”며 전주와는 분위기가 확연하게 달라졌다고 전했다.

태 전 공사는 “대남 부서인 통일전선부에서 김 위원장 답방을 준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면 선전 매체를 통해 김 위원장 환영 단체의 활동 소식 만을 선별 보도했을 것”이라며 “지금 북한 내부 상황을 보면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이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태 전 공사는 “(연내 답방이 힘들 것으로 보이지만) 제 개인적으로 김 위원장이 서울에 내려와 자유민주주의체제를 구경하고, 더 나아가 현충원에 들려 묵념해 준다면 남북 사이 상처가 조금이나마 치유될 것”이라며 “남북이 화해와 협력의 새 시대를 여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도 본다”고 덧붙였다.

박광수 기자 park.kwa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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